착한 사랑 - 8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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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자신의 행동에 저렇게 폭소를 터트리고 있다는 걸 인지한 미라는 서둘러 몸을 일으켜 똑바로 앉아선 다시 매섭게
민기를 노려보지만 이미 자신의 만행을 다 본 민기였기에 이런 허세조차 소용없을 거라는 짐작을 하며 이를 다시 악문다.
" 참... 어디서 그런 깡다구가 생긴 건지... 아무리 술에 취했다고 해도 그 정도는 처음 보는데 말입니다.."
" 제..제가 뭘요.. 아저씨가... 저한테 너무 막하니까...."
" 아저씨?... 제가 더 어린 거 같은데.."
" 예?? 참나.. 요즘 깡패는 거짓말도 능숙하게 하는구나.."
" 진짠데.. 몇 살인데요?"
" 75년!.. 서른 살이요!! 왜요?!"
" 77년 뱀띤데..."
" ......뭐?"
" 큭큭..."
" 아 나!!... 머리에 피도 안마른게!!.. 야!! 너 왜 반말이야!"
" 머..머리? 피??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 ..왜.. 왜?!! 왜 웃어?!"
" 이 생활 하고 나서..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말이다... 미라씨 멋진데요."
" ........."
" 그땐 죄송했습니다.."
" ....무..뭐라고요?"
" 죄송했다고요. 사실 그때 십여 년 만에 동생.......하여튼 무례를 범했네요.."
" 흥~... 이..이제 와서 그런다고 제가 용서할 거 같아요?"
" 근데 말이에요.."
민기가 갑자기 고개를 약간 움츠리며 두 손을 깍지 끼곤 그 위에 얼굴을 기대며 약간 숙인 채 미라를 뚫어져라 노려보기
시작했다.
" ....무..뭐..뭐요?"
" 여기가.. 어떤 곳인지 알고... 이정도 소란을 피운걸 보면... 술까지 마셨고.....각오는 하고 오신 거 맞지?.."
" 가..각오라뇨.. 가..가해자 만나러 오는데 피해자가 무슨 가..각오를 해요...."
" 저흰 가해자라는 말 싫어한다니까.... 그건 됐고,, 여기가 일반 흥신소가 아니란 건.. 들어왔을 때 이미 알았을 테고..."
" .........."
" 그렇다는 건.. 저한테 사과 받는 게 목숨보다도 더 중요하다고 여기신 걸 텐데.... 본론으로 들어갑시다..."
" 모,..목숨....무..무슨 말이에요? 여기가 무슨 장기 같은 거 막 그렇고 그런 거란.....허..헉!.."
" 장기? 크크... 음~. 하긴 밖에서 보면 그럴 수도 있겠네..요즘 세상이 얼마나 험한데 그렇게 술을 마시고.. 쯧쯧..
그러다가 인신매매라도 당하면..어떻게 하시려고..."
" 이..인신..."
" 음.. 저번엔 몰랐는데.. 꾸며놓고 보니까.. 봐줄 만은 하고.... 충분히 3~4장은 받을 수 있겠는데......"
" 이..이..것봐요.. 누..누굴.... 뭘 한다고요?"
" 보자.... 누가 필요하다고.. 아!.."
여전히 미라를 노려본 채 수화기를 든 민기는 음흉한 미소까지 지으며 바짝 수화기를 대고 말을 한다.
그 모습에 등골이 오싹해진 미라는 한기를 느끼며 주위를 두리번거리곤 무기라도 될 수 있는 무엇인가를 찾게 된다.
이렇게 아무리 술 먹고 쳐들어온 인신매매단의 소굴에 들어왔다고는 해도 최대한 반항을 하며 정 안되면 손에 든 무엇으로
저 창문을 깨고 소리를 지른다면 분명 지나가는 사람이나 운 좋게 몇블럭 떨어진 파출소에서 순찰이라도 돌진 않을까라는
한낱 희망을 품으며 겨우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려 필사적으로 노력하기 시작한 미라였지만, 민기의 모습은 공포라는
단어만이 미라를 에워싸기 시작한다.
" 짱개냐? 55kg짜리 하나 준비됐다고 말해라....60kg짜린가?... 하여튼 특등으로 준비해뒀다고 언제 배달가면 되냐고
물어보라고....뭐? 포장?? 음!~~. 그냥 보내자.. 저 정도면 충분히 어필할 수 있겠지.. 자연스러운 게 더 맛있어 보이니까.....
4장 이하는 절대 안 된다고 못 박고.. 그래..... 전화 걸고 나한테 와라.. 그럼? 내가 옮기리?!!"
" 이..이것 봐요... 무..뭔가 오해가 있었나...본데요.."
" ,.....?"
" 저..저 아..아이가 있어요... 나..남편도 있고..."
" 예?"
" 아..아이를 넷이나 낳아서.. 여..여자의 매력도 없고요... 그러니까... "
" 그건 또 무슨 말이신지.."
" 그..그곳도 헐렁하고.. 그리고 사실 이거 뽕..뽕이에요.. 이..이것 봐요.. 이게 매직 뽕이라고...."
미라가 갑자기 블라우스의 단추를 풀며 브래지어 안에 손을 넣고는 쿠션 좋아 보이는 뽕을 꺼내 황급히 민기에게 팔을 뻗어 보여준다. 울먹이기까지 하며 미라는 필사적으로 자신은 매력 없는 여자라는 어필을 하며, 지금 순간에 자신에게 닥친
위기를 모멸하려 애를 쓰고있었다.
" 허.. 이게 뭔지.."
" 그..그거 끼면 볼륨 있어 보이는데.. 이..이것 봐요..사실 정말 절....절벽......작아요... 많이 작다고요.. 그..그러니까..
나중에 욕...먹는다고요.. 저..저 같은거 팔아봐야.. 도..돈도..아니! 환불한다고 골치만 아..아프다고요....그러니까...
제..제발.. 한번만 용서해 주세요.....제..제가 잘못했어요....정말.. 제가.."
" 무슨 말입니까?"
" 이..인신매매 같은 거.. 아직도 하는지 정말 몰랐다고요...엉엉엉엉~~~"
끝내 울음을 터트린 미라를 보며 민기는 겨우 웃음을 참으며 쳐다보게 된다. 이런 장난을 정말 싫어하는 민기였지만, 막상
겁에 질려 무릎을 꿇고 소파에 앉아 한쪽 가슴이 납작하게 변해버린채 울기 시작한 미라를 보게 되자 도저히 참을 수가
없게 된 민기였다. 그때 문이 열리고 짱개가 들어온다.
" 형님.. 준비 됐습니다... 그런데 웬일로 직접 다 신경을 쓰시...어..... 이 여자 왜 이런답니까?"
" 악!!! 하..한번만 봐주세요.. 안 돼요!! 정말 저 팔면 안 된다고요!!"
" 이 여자가 아직 술이 덜 깼나..."
" 준비 됐냐? 쌀은?"
" 예? 아!.. 밑에 차에 실어놨습니다.. 60kg짜리로 5마데 맞지 말입니다.."
" 그래.. 그럼 그거 오늘 부탁한 가게에 돌리고 와라.. 난 이 아가씨랑 해장이나 하러 다녀올란다."
" 예 형님.."
" ㅆ,,쌀??... 해..해장....."
" 뭐하십니까.. 가시죠."
" 흑흑....나..난 팔려가는 줄 알고.. 흑~~.. "
" 형님.. 이 분... 왜 이러시는지.."
" 크크... 알거 없다.. 얼른 가자고요.. 여기 혼자 있으면 정말 팔려갈지도 모르는데.."
" 가..갈게요.. 자...잠깐만요..."
우악스럽게 해장국을 숟가락에 퍼서 입에 넣는 여자의 모습에 민기가 흥미롭게 쳐다보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다.
이미 마스카라와 속눈썹까지 전부 없어진 여자의 민낯은 생각보다 괜찮아 보였고, 차라리 어색한 화장보다는 이런 수수한
모습이 매력적이라고 자연스럽다고 느낀 민기였다.
" 방금 전에는 그렇게 대놓고 울더니.... 참.... 먹음직스럽게도 드시네요.."
" ......우걱우걱!~~"
민기의 말을 들은 미라는 잠시 숟가락을 멈췄지만, 이내 대꾸도 하지 않고 다시 우악스럽게 밥을 먹기 시작했다.
잔뜩 골이 난 아이처럼 볼을 한껏 부풀려선 계속 음식을 집어넣고 있는 미라의 모습에 오히려 밥맛이 떨어진 민기는 숟가락을 놓게 된다. 한 그릇을 다 비우곤 트림까지 거하게 하는 미라의 모습에 민기는 인상을 찌푸리게 된다.
" 꺼억~~~~~"
" 드럽게... 무슨 여자가....."
" 푸하~.. 뭘요? 뭐가 더러워요?"
" 아니.. 아무리 그래도 남자 앞인데 체면 좀 차려야 하는거 아닙니까?"
" 남자는 개뿔... 2살이나 어린 주제에.. 하는 짓은,,,,, 무슨 망나니도 아니면서......"
" 예? 허....."
" 사람 놀리니까 재밌나요?"
" .....예."
" ....정말 깡패 맞아요?"
" 왜요? 아닌 거 같아요?"
" 그...덩치 산만한 아저씨가 깡패지... 솔직히 똘마니죠? 아니.. 양아친가?"
" 큭큭... 그렇게 보여요?"
" .....후... 배부르니까.. 아고고~~ 긴장을 하도 했더니 팔다리가 다 쑤시네..."
"......"
" 아!.. 오랜만에 시원하게 울었더니.. 속이 다 풀리네..."
" 해장국 때문이겠죠.."
"..... 우리 이렇게 된 거.. 말 놓자? 나보다 2살이나 어린데.. 꼬박꼬박 존댓말 하기 껄끄러운데..."
" 예?"
" 어차피 그쪽 사람들 다 그런 거 아닌가?"
" 크크크.. 아이 넷낳고 남편에.. 거기까지 헐렁하면 그렇게 대담한가?"
" 누,,누가!!...."
" 그랬잖아요.. 본인 입으로.."
" .....창피하게 자꾸 그러면.. 그 입을 꿰매버린다.."
" 허... 누가 조폭인지 모르겠네.."
" 보니까.. 딱 견적 나오는데... 너 돈 많아? 아니면 빽이 좋아?"
" ....."
" 그렇다고 사람들 그렇게 부리면서 살지 마라.. 이 누나가 인생 선배로서 말해주는데 그러다가 뒤통수 맞는 수가 있어.."
" 그건 또 무슨 말이래..."
" 영화 봐라.. 순 깡패새끼들 나오는 거 보면 의리가 없잖아..의리가.. 딱 보니까 너도 빽믿고 그렇게 덩치 큰 아저씨들
부리는 거 같은데... 큰일 난다고..."
" 크크크크크크.."
" 얼굴도 곱상한 게.. 뭐가 아쉽다고 그런 일 하니?"
" .....그거 칭찬인가?"
" 이게 어디서 반말을..."
" ...허.... 방금 전까지 무서워서 벌벌 떠는 거하곤.. 너무 대조적인데..."
" 그..그거야!.. 네가 그렇게 분위기 조성했잖아.. 쥐뿔도 없는 게... 보스자리에 앉아서... "
" 보스 자리?"
" 그럼? 네 자리냐?! 지나가는 고양이 새끼가 멍멍하겠다.."
" 무..뭐?"
" 겉멋만 잔뜩 들어서... 하여튼 남자새끼들은... 영화가 사람 다 망쳐놨어...."
" ......."
" 너도 더 물들기 전에 손 씻어....어린놈의 새끼가.... 할 게 없어서 깡패 짓이나 하고...쯧쯧쯧~"
민기가 이런 여자의 무례를 참고 있는 건 순전히 이 여자가 어딘지 모르게 아리와 닮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외모도 비슷했고 거기에 말하는 투까지 그렇기에 참는 다기 보다는 즐기게 된 민기였다. 잠시 동안 자신이 하는 일을 잊고
이 여자가 말하는 영화 속 똘마니 같은 생각 없고 시키는 것만 하면 되는 막둥이를 생각해내며 그렇게 미라의 훈계를 받고만 있는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막둥이인 찬 이가 우당탕 소리를 내며 해장국집으로 달려 들어온다.
"혀..형님!!!!"
" ......"
" 형님 지금 동민형님이..."
" 동민이? 동민이가 왜?"
" 공민이 애들하고 싸움이 나서 지금 잡혀 있답니다..."
" 동민이가 잡혀? 공민이 애들한테? 그건 무슨 소린데?!"
" 그..그게......."
" 뭐냐고!! 주둥이 안 깔래!!?"
" 그게 말입니다...."
" 이 새끼가!!"
화를 내기 시작한 민기의 모습에 미라가 적자니 당황한다. 민기의 모습은 방금 전 자신이 어린 동생처럼 대하던 그 모습과는 너무도 상반된 일반인인 미라마저도 살기를 느낄 정도로 무섭고 차갑게 변해버려선 막내를 추궁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막내는 장소도 그렇지만 민기랑 같이 앉아 있는 여자의 정체를 몰랐기에 얼버무리기 시작했지만, 불같이 화를 내는 민기
였기에 결국 입을 열어 내용을 말한다.
" 그.. 게.."
" 말을 하라고!!"
" 나인이 년이.. 또 공민파 구역에서 행패를 부린다는 얘길 듣고 동민형님이 가셨는데.. 시비가 붙었었나 봅니다..."
" 그런데? 동민이가 그 새끼들한테 잡혔다고? 동민이가?"
" 재수 없게.. 가리수 형님이 계셨었나 봅니다..."
" ...가리수가?"
" 예..."
" 가리수가 있다고 동민이가 잡혔다는 게 말이 되냐?!"
" ... 애들도 열댓명 있었고요...."
" ...........동민이는.. 많이 다쳤데?"
" 저도 그게 잘.."
" 이 새끼가.. 뭘 알고 온 거야! 앞장서!!"
'우당당탕탕!~~~ 휭~~~'
멍하니 사라져가는 민기와 막내를 한참 동안 쳐다보던 미라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 야!~~ 또.. 아씨.....내가 미쳤지.. 어!.. 내 지갑...지.."
그제야 황급히 민기를 쫓아 나왔으며 그렇게 나온 사무실 안에 핸드백도 지갑도 전부 놔두고 왔다는 걸 미라는 알게 된다.
수중에 돈도 하나 없는 미라는 다시 민기를 향해 욕을 퍼붓기 시작하지만, 이내 자신에게 향하는 수많은 시선들을 외면
못하고 고개를 숙이게 된다. 민기만이 먼저 지하로 통하는 계단을 단번에 두세 개씩 뛰어넘으며 내려오게 된다.
막내는 쫓아오다가 콜을 때리느라 좀 늦어졌고, 그걸 참지 못하고 그대로 달려 얼마 지나지 않아 공민파의 구역인 나이스바
라는 지하에 위치한곳에 도착을 하게 된다.
민이파는 구역.. 일명 나와바리가 없다. 민이파의 특성상 본가에 상납금도 없었고, 오히려 나오는 착수금만으로도 충분히
생활이 되었기에 특별히 나와바리가 필요도 없었고, 그런 나와바리는 민이파라는 존재를 부각시킬 뿐 도움이 되지 않았기에 칠민파의 아래인 공민파와 우식파의 경계선 상에 흥신**는 작은 사업체로 위장되어져 있었기에 이런 골치 아픈 일에는
좀처럼 발을 들여놓지 않는 것이 민이파의 암묵적인 규율이었다. 그런데 그 누구도 아닌 동민이가 이런 사고를 쳤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민기였기에 단숨에 이렇게 달려온 것이다.
이미 나이스바 안은 초토화가 되어 어지럽혀 있는 모습으로 충분히 얼마나 큰 난동이 있었는지 민기는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보인 구석엔 동민이가 쓰러진 채 배를 움켜쥐고 있었다. 그 옆엔 낯설지 않은 여자가 민기를 품에 안고 울고 있는
모습에 민기는 더 당황하게 된다. 저 여잔 길상파 사무실을 쳐들어갔을 때 자신의 팔을 찔렀던 그 여자가 분명했기에
당황한 민기다.
우선 민기는 동민을 둘러싼 일당들을 헤치고 들어가 동민의 상태를 확인하는데, 배를 움켜쥐고 있는 손에는 날이 시퍼런
칼이 반쯤 들어가 있었다.
" 누구냐...."
민기의 등에서부터 남에게 전율을 일으킬 만큼 낮은 목소리의 음성이 조용히 나지막하게 둘러싼 놈들에게 전해진다.
" 누군데.. 한 식구 배때기에 칼을 쑤셨냐...."
" 어허.. 이게 누구십니까.... 기민씨 아니십니까...."
" 너냐...."
" 너? 참 마이 컸네... 울 기민이~~.. 코 찔찔 흘리면서 인사하던 게 엊그제 같았는데...
고 놈의 조동아리는 어찌 그리 변함이 없는고~~"
" ...너구나.."
" 이런 십숑새끼가.. 너??? 너??!!!"
" ....동민아 괜찮냐?"
" 혀..형님.. 죄송합니다...."
" 괜찮다.. 나중에 이 여자에 대해서 말 좀 하자.. 견딜 만 하지?"
" .....예.. 죄송합니다 형님..제가.. 손가락이라도 잘라서 이 모든 걸 책임지겠습니다 형님.."
" 니가 무슨 야쿠자냐.. 왜 애꿎은 손가락을 자르냐...."
" ,,,,형님."
" 나 지금 오랜만에 빡이 돌았는데... 가리수야.. 그냥 보내주면 안되겠냐?"
" 아~~~ 빡이 도셨세요~~.. 아고 무셔브라.. 그럼 제가 네~~하고 돌려보내 들여야 하는갑나보네...낄낄낄..."
" 이거 공민형님도 아시냐?"
" 미친놈... 내가 공민형님한테 일일이 보고 해야 하냐?! 잡것 하나 손봐주는데 허락받고 해야 되냐고 이 새끼야!!"
" 넌.. 그렇게 나불대지 말라고 공민형님한테 주의 들은 게 엊그제 아니냐... 그러니까.... 조용히 보내줘라...
나중에 네 처분은 위에서 하게 놔두고.."
" 처분?? 이런 미친 염병할 놈을 봤나... 행패부린게 누구고 소란피운게 누군데 야! 아그들아..
안 그냐?!!! 너희는 이 새끼 말하는 게 우습냐 안 우습냐?!!"
" 크크크"
" 낄낄낄..."
" 큭큭~~하하하하하"
여기저기서 비웃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그런데도 민기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천천히 동민의 품을 뒤지기 시작했고,
순간 무기라도 꺼내는 줄 알고 가리수가 놀라 서 있는 동생들 뒤로 한 발짝 물러나 선다.
민기가 꺼내든 건 핸드폰이었다. 조용히 폴더를 열어 버튼을 누르는 민기의 행동에 안도를 하며 가리수가 들고 있던
쇠파이프로 민기의 머리를 톡톡 건드리기 시작한다.
" 미친놈.. 경찰에 신고라도 하시게요~~?? 에라이!!.. 그러니까 네가 나와바리도 없는 쫄따구 생활을 하는 겨! 이 새끼야!!"
"......"
" 어라~ 그래도 안 끊네.. 이 새끼가..."
'퍽!~~'
가리수가 내려친 쇠파이프는 그대로 민기의 머리를 빗겨나가며 정확히 우식이 던진 재떨이가 맞은 그 부분을 지나게 된다.
붙여놨던 반창고가 떨어져나가며 다시 이마에서 부터 피가 흘러 양복을 적시기 시작한다.
그러나 요동도 없이 민기는 전화만 들고 서 있었다.
" 어라~~ 이거 진짜 빙신이네.. 맞아도 깨갱거리지도 안노....아주 용을 쓰시네요.. 뭐? 경찰이 아니면..
엄마한테라도 전화를 거시나부네요.. 왜? 엄마엄마 하면 엄마라도 와서 구해준다던?"
" ....여보세요... 형님 저 기민입니다.."
나지막한 민기의 목소리에 잠시 말을 끊은 가리수다.
" 가리수 건은.. 제가 해결하면 안 되겠습니까...주제넘은 부탁인 줄 알고 있지만 지금 제 동생 놈 하나를 반 죽여 놔서
말입니다....예.. 형님... 여기 나이스바라는 곳입니다.. 가리수도 있습니다.. 예..."
천천히 손을 들어 전화기를 가리수에게 향해 받으라는 듯 올린 민기다. 여전히 낄낄거리며 그런 민기의 전화를 받고는
야비하고 음란한 목소리로 조롱하듯 이야길 먼저 지껄인 가리수는 곧 몸이 굳어진 채 입을 열지 못하게 된다.
" 어머~~ 어머니 되시나요?!~~ 아니지 형님이라고 했으면... 흥신소 부흥회 사장님이신가?!! 낄낄~~ 여보세요~~~
왜 갑자기 꿀 먹은 벙어리가 되셨나?!~ 나 공민파 가리수라는 분인데 말을 하셔야죠~~"
[나 윤철민이다...]
" 아하~~ 윤철민이요~~ 그래서 윤철민이 누구신데요~~~ 내가 윤철민 하면 아고~~ 무셔라 하고 허리라도 숙여..야...."
[길상이한테 약 돌린 게 너라던데... 맞냐?]
" ......크.. 큰형님.....??!!"
[네가 지금부터 네 큰형님으로 남을지... 아니면 널 보내야 하는지 결정을 해야 하는 거 같은데 말이다...]
순간 변한 가리수의 표정에 주위의 남자들도 덩달아 얼어붙게 된다. 공민파의 공민을 형님이라 부르는 가리수의 입에서
큰형님이라는 말이 나온 이 순간.. 그 큰형님이 누구를 말하는지는 너무도 뻔 한 사실이었기에 모든 이가 순간 얼어붙게
된다. 그리고 손까지 떨며 사색이 되어가는 가리수의 행동은 그걸 반증하듯 증명하고 있었기에 모든 이들이 말도 못하고
서로의 눈치를 살피며 혹시나 들릴지 모르는 전화기 너머의 소리에 귀를 집중하게 되었다.
[정말이냐? 네가 이번 우식이랑 고만이를 싸움 붙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보고가.. 사실이냔 말이다....]
" 아..아니... 그게 아니고 말입니다... 누..누가 그럽니까.. 제가 그런 짓을 했다고... 우식이 형님하고 고만형님 나와바리랑은
저희랑 전혀 상관없는데.. 어떻게 고사장한테 접근을 했겠습니까 형님.. 이건 모함입니다...
저...저 기민이 새끼가 정말 모함으로 절 처단하려는 수작이란 말입니다.."
[네가 고사장을 어떻게 알고 있냐?]
" ㅇ...예???"
[고사장 건은.. 우식이랑 고만이도 쉬쉬하는 일인데....네가 어떻게 알고 있냐고...]
" 그..그건... "
[기민이 바꿔라.....]
" 큰...혀..형님..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형님..."
가만히 서 있던 민기가 가리수에게 전화기를 뺏어선 대답을 하기 시작한다. 가리수는 모든 것이 밝혀진 이 상황에 절망하듯 그대로 주저앉아선 넋이 나간 사람처럼 중얼거리기 시작한다.
" 아..아니야.... 내가 아니야.... 이건 모함이야....정말..그래 저..저년이 모두 꾸민. 꾸웩.......억!~~..."
전화기를 귀에 대고 있는 채로 민기가 단번에 주저앉아 있는 가리수의 뒤로 돌아 깨져있던 맥주병을 어느새 집어 들곤
순식간에 목을 그어버렸다.
" 컥!~~~커..컥~~....억~~...기,,기민..이..새끼.......컥....."
" 예.. 끝났습니다 형님....예......"
조용히 폴더를 닫은 민기는 놀라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남자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그대로 쓰러져있는 가리수의 코에 손을
댄다. 숨이 멎을 때까지 기다리는지 그대로 손가락을 놔둔 채 연신 피를 토하며 섹섹거리기 시작했고, 경련을 일으켜 바동
대고 있는 가리수의 몸짓이 완전히 멈출 때까지 조용히 그 옆을 지키고 있다가 싸늘히 멎은 가리수의 몸짓을 한 번 더 확인
하고는 천천히 민기를 노려보고 있는 눈동자의 눈꺼풀을 감겨준다. 그리곤 가리수의 옷에 유리조각으로 베인 자신의 손을
닦으며 조용히 그리고 섬뜩한 목소리로 경고하듯 주위의 남자들에게 아주 천천히 그리고 낮은 톤으로 중얼거리듯 말을 한다.
"사람의 목을 베려면 말이다.. 정면에서 찌르거나 식도를 어설프게 가른다고 죽는 게 아니다.... 깊지 않은 상처로도..
충분이 숨을 끊으려면 식도의 옆을 지나가는 혈관인 총경동맥을 식도와 함께 그으면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즉사하게 된다.
대동맥에서 이어졌기 때문에 피가 뿜어지듯 새어나오고 머리에 피가 공급이 원활하게 되지 않기에 몽롱한 상태에서 빠르게 보낼 수 있다... 그게 당사자에게도 길지 않은 고통을 주는 것이니.. 알아둬라....만약에.. 사람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자신이
없다면.. 칼을 비스듬히 눕혀서 뒤에서 11시방 향으로 갈비뼈가 끝나는 부분을 아래에서 위로 노려라....
그게 가장 쉬운 방법이니까...."
누구에게 설명을 하는 것인지 조용히 속삭이듯 말을 하던 민기의 말은 이미 충분히 이 남자들의 뇌리에 박혀 어떠한 위협
보다도 더 공포스럽게 받아들여진다.
" 오늘 일을 입 밖에 꺼내 놓는 새끼가 있다면.. 다시 한 번.. 날 볼 수 있을 거다... 그리고 오늘 내가 가르쳐준 이 방법을 경험해 볼 수 있을 테니까.. 꼭 가슴속에 한 번 더 생각하고 주댕이를 놀려라......그리고 이건 혼잣말이고... 어느 누구도 듣지
못하는 얘기다.. 다 잊어라.. 조직에서 살아남고 싶다면... 오늘은 없던 일이다......."
뒤늦게 들어오는 동생들을 보며 동민을 병원으로 옮기라는 말을 하곤 담배를 입에 물고 차에 오른 민기다.
처음이 아니다. 철민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해온 민기였기에 처음이 아닌데도 담배를 입에서 든 손은 떨리기 시작한다.
처음 살인을 했을 때 삼일동안 잠을 자질 못한 민기였다. 그냥 돼지를 잡듯 도륙을 내면 될 거라는 영화처럼 단 한 번의
총질이나 칼질로 끝이 나는 장면처럼 깨끗하지도 멋지지도 않았다.
그리고 모든 것이 끝이 나서도 널브러져있는 시체를 내려다볼 때의 불쾌감은 방금 전까지 얘길 나누거나 안면을 텄던 상대
라면 그 불쾌감은 배가 되어 가슴을 후볐고, 아무도 없는 이 세상이 아닌 어느 곳으로라도 도망을 가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던 민기다. 아무리 상대방이 악랄하고 배신자라고 해도 어느 부모의 자식이고, 어느 아이들의 부모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
기에 그 남겨진 사람들의 얼굴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때의 불쾌감과 좌멸감까지 그리고 죄스러움은 민기를 오히려 명령에
의한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게 만드는 충실한 개로 만들어 갔다.
하지만 지금도 자신을 노려보며 죽어가는 사람들의 눈빛에는 원망과 분노.. 갈망과 애원..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모두 감정이 담겨 있었다. 결코 좋지 못한 감정들이 민기는 그런 그 상대의 시선을 절대 피하지 않는다. 아니 피하질 못했다.
피하면 안 될 거 같다는 느낌에 며칠이고 악몽에 시달리며 일을 처리하곤 몇 달 동안 항상 누군가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과대망상까지 걸리면서도 그것이 상대방에게 자신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속죄이고, 최선이라는 민기의 생각은 자신을 더 좀먹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계속 가슴속에 한명 한명의 시선들을 담아두게 된다.
" 엇.. 아저씨??"
" .......응"
" 아저씨 왜 그래요? 또 맞았어요?"
" 아니...."
" 아니긴.. 반찬고도 없어지고.. 또 피났구만..닦아도 다 티 나거든요!!."
" ......."
" 에휴.. 몸 사리면서 일하라니까... 왜 자꾸 쥐어 터져서 와요?"
" 아리야...."
" 응?"
" 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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