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승무원 - 16편 > 야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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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

여승무원 - 16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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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19가이드
댓글 0건 조회 972회 작성일 24-12-07 16:40

본문

물어 봐야겠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건데?.............................................................."

"나... 어제 혜미씨 봤다..................................................................."

"어디서?......................................................................................"

"나이트... 강남에서......................................................................."

"오호... 그 애가 부킹 상대로 끌려왔던?..........................................."

"장난아냐... 임마... 어제 장난 아니었어............................................."

"..................?............................................................................."
 

"어제 어떤... 남자애들이랑 저녁에 같이 들어오더라... 내 친구들이랑 구석에 앉아있다가 봤다... 큰 소리로... 오랫만이라고
 인사를 건넸는데... 못 들었는지 못들은 척 하는건지 그냥 룸으로 들어가더라......................................."
 

".............................................................................................."
 

"네... 애인이라면 남자애들이랑 룸으로 들어가선 안 되겠고... 네가 아끼는 동생이라면 평소에 동생이 뭐하고 다니는지라도
 신경 좀 써라.............................................................................."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아무래도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태화 녀석의 낯 빛이 납덩어리처럼 무겁다. 뭔가 심각한 일이라도 있는걸까? 태화가
담배를 빨며 말을 잇는다.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나도 잘 모르지... 그런데 나중에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는 모르겠다... 나도... 그때 벌써
 꽤 마셔서... 
어떤 키 큰 남자가 혜미를 부축하면서 나오더라... 옷차림이 많이 흐트러져서 형편없었어... 술 취한 년 처럼
 흐느적거리고 있었고... 
암튼 멀리서도 보기는 안좋더라... 그런데... 같이 들어왔었던 놈들 같은데... 어떤 뚱뚱한 놈이랑
 다른 두 놈이 막아서고 뭐라고 지껄이는 것 같더라고... 
조금있다가 무슨 일인지 그 부축하던 키 큰 놈이랑 뚱뚱한 놈이랑
 말다툼을 벌이고 실랑이가 일고... 
웨이터들이 뛰어가더만... 사람들도 무슨 일인가 하고 쳐다보고... 근데 그 뚱뚱한 새끼가
 갑자기 혜미한테 주먹을 날리더라... 
같이왔던 일행놈들 말리고... 뚱뚱한 새끼 소리지르면서 발악해대고... 또 막 혜미를
 두들겨 패더라... 
참 나... 세상에 별의 별 놈 다 있다는 거 진작에 알고는 있었지만... 그 새끼도 어지간한 새끼더구만...
 
혜미가 개처럼 두들겨 맞더니 바닥에 철퍼덕하니 처박히더라... 그리고 그 뚱뚱한 놈 키 큰 놈한테 막 두들겨 맞고......."
 

"혜미가 맞았다고?..........................................................."
 

내가 태화의 말을 급히 끊었다. 내가 생각해도 큰 목소리였다. 흥분하고 있었다. 태화가 잠시 내 반응에 순간적으로 놀란 듯
하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많이 맞더라... 세상에 남들 보는데서 여자 그렇게 두들겨 패는 새끼는 또 첨 봤다.................................."
 

내가 폰을 집어들었다. 혜미에게 전화를 건다. 신호가 간다. 그런데 받는 사람이 없다.
 

"나 좀 나갔다 올께..........................................................."
 

내가 황급히 옷을 챙긴다.
 

"야!................................................................................."

태화가 날 불러세운다.
 

"라면은 좀 먹고 가면 안돼?........................................................."
 

내가 잠시 행동을 멈추고 선다. 태화를 돌아보며 다시 묻는다.
 

"그래서... 어떻게 됐냐?............................................................."
 

"어떻게 되긴... 웨이터들이 사람들 막고 진정시키고... 그 애들 어디론가 데려가고... 난 술 마시고 어리버리하고 황당하고...
 엉겁결에 주변 사람들한테 휩쓸려서 나서보지도 못했다............................................"

태화가 다시 담배를 한 대 꺼낸다.
 

"얘들아!... 나와서 식사하렴!.........................................................."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태화가 담배를 도로 담배갑에 집어넣으며 말을 한다.
 

"나가자... 우선 한 그릇 하자... 신경 좀 많이 써라... 친한 동생이라면... 친한 동생이 왜 그런 봉변 당하는지도 좀 알아보고...
 그래야 할거 아냐..........................................................."
 

태화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나를 위로하는 듯 하다. 내 표정이 뭔가 심상찮다는 것을 느낀 것 같다. 시간이 좀 흘렀다. 태화가
돌아가고 나서도 마음이 안정이 되질 않는다. 
혜미에게 남자 친구가 있다는 건 나도 안다. 맞을 짓 하고 다닐 애는 아니였다.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혜미는 참 알다가도 모를 애다. 도대체 뭘까. 예전이라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알고 싶다. 혜미에
관한 일이니까. 
어느샌가부터 혜미에 관한 일은 알고 싶어져 버렸다.
 

갑자기 혜미가 맞고 나뒹굴었다는 태화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혜미의 모습을 상상을 해본다. 혜미를 때리는 아니 두들겨
패는 어떤 뚱뚱한 놈의 모습도 상상해 보았다.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얻어맞고 바닥에 쓰러져가는 혜미의 모습 갑자기 숨이
탁 막혀왔다. 
그 모습을 상상하니 호흡이 거칠어진다. 뭔가 뜨거운 것이 내 안에서 밀려들어온다. 분노였다. 분노의 감정이
내 혈액을 타고 온 몸을 돌아 솟구치고 있었다. 
정체모를 대상에 대한 어떤 분노가.
 

잠시 후에 그 분노는 더 활활 타올라 온 몸을 감싸온다. 참 상상력이 풍부해서 문제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혜미는
누군가에게 맞고 다닐 짓을 할 아이는 절대로 아니다. 
그렇다면 때린 놈이 나쁜 놈이라는 말이 되는데 어떤 놈일까. 뭐가
그토록 맘에 들지 않아서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혜미를 개패듯이 두들겼단 말인가.
 

옷차림새까지 흐트러져 있었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겠군. 그런데 자기가 건드린 여자를 부축해서 끌고 나왔다? 파트너에게
감동을 받았다면 데리고 나올 수도 있겠지만 
그러니까 안에서 키 큰 놈이랑 하고나서 나오다가 뚱뚱한 놈한테 딱 걸렸다?
그래서 뚱뚱한 놈이 열받아서 선빵을 날리고 방금 정을 나눈 키 큰 놈이 뚱뚱한 놈을 때렸다 그거 말되는군. 아냐아냐 뭔가
이상하잖아. 
그럼 왜 뚱뚱한 놈은 키 큰 놈은 그냥 내버려둔대? 설마 두 놈이서 아는 사이? 아는 사이면 싸움 더 크게 나야
하는거 아냐? 
배신감에 치가 떨릴텐데 약간 복잡해 졌다.
 

하지만 한가지는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말은 쉽게 하고 있지만 생각은 홀가분한듯이 하고 있었지만 내 몸 속에선 혜미를
그렇게 만든 녀석에 대한 적개심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혜미한테 그런 짓을 하다니 그 착하고 상냥한 아이를 머리 속에는
두가지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하나는 애써 태연한 척 하고 있었지만 혜미를 염려하고 있었다. 또 하나는 혜미를 그렇게
만든 녀석을 절대 그냥 두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생각을 접고선 다시 전화를 걸어본다. 받지 않는다. 포기하지 않을 거다. 혜미의 웃음 띈 사랑스러운 얼굴이 내 눈 앞에 마구
떠 오른다. 
귀여운 보조개 예쁜 눈 그 눈빛 담배를 들고있는 내 손가락이 갑자기 떨려온다. 손가락에서부터 시작해서 뭔가가
마음을 진정시키자 진정시키고 냉정하게 생각하자. 그런데 상체가 부들부들 떨려온다. 온 몸에서 경련이 일어난다. 마음이
도무지 마음이 진정되질 않는다. 내 두 눈이 폰을 노려보고 있다.
 

사람들이 참 어지럽게도 지나다닌다. 왔다갔다 웅성웅성 무엇이 그토록 바쁠까. 대한민국에 아픈 사람들이 이렇게도 많구나.
근데 조용히 안정을 취해야 할 곳이 어찌 이리도 소란스러운가. 나는 다시 바깥으로 내려와 담배를 또 하나 입에 문다. 불을
붙이고 한모금 빨았다 내 뱉는다. 
담배를 끊어야지 입에서 단 내가 난다. 이 역겨운 냄새 정말 싫다. 싫은데도 어쩔 수 없이
피워졌다. 
예전에 담배 피우는 걸 주저할 때마다 태화는 항상 내게 말했었다.
 

“피워 임마... 이 좋은 걸 왜 안피우냐?................................................................”
 

어차피 피울거 왜 항상 피워야 할지 말아야 할지 물어봤을까. 담배 피우는 것도 허락받고 피우나. 참 나는 순진했었구나.
혜미를 기다리고 있다. 혜미는 온다 틀림없이 온다. 혜미가 어떤 놈에게 맞은 것이 금요일 밤이었고 어제가 토요일이었다.
오늘은 일요일이다. 어제 하루 정도는 나름대로 요양하면서 쉬었을 테니 어쩌면 오늘 쯤에는 몸을 가눌 수는 있을런지도
모른다. 
그 어쩌면에 희망을 걸어보고 있다. 어제는 통화가 되질 않았다.
 

신호는 갔는데 사람이 안받는다 그렇다면 정말 의외의 경우가 아니고선 전화를 받을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일부러 전화를 피했다는 이야긴데 
그래서 결국 전술을 바꿨다. 혜미를 만나야겠다는 전략은 바뀐 것이 없다. 다만 혜미를
만날 수 있도록 전술을 바꾼 것이다. 
전술은 바꿀 수 있지만 전략은 바꾸지 않는다. 태화 녀석으로 하여금 혜미에게 두어번
연이어 걸게 한 후에 문자를 치게 했다.
 

“혜미 씨... 연락이 안되네요... 문자를 남깁니다... 재성이가 사고를 당했어요... 교통사고입니다... 응급실에 실려갔습니다...
 다리가 부러졌어요... 
지금 강남 00병원 00에 있습니다................................................”
 

혜미가 사는 곳이나 우리 집에서도 거리상으로 별 문제가 되지 않는 신빙성이 가는 곳이다. 나는 지금 병원에 있다. 가르쳐
준 위치에서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내 생각이 맞다면 혜미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는 나라는 놈의 존재의 비중이
대략이라도 내 생각과 맞아떨어진다면 
별 이변이 없는 이상 혜미는 한번쯤이라도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이 있을까봐 두려워 병실까지는 못들어온다 하더라도 최소한 밖에까지 와서 동정을 살피기라도 할 것이다. 긴가민가
할 수도 있겠지만 
다짜고짜 태화까지 동원을 해서 사기를 치리라고는 쉽게 짐작하지는 못할 것이다. 어느정도 의심을 한다
하더라도 혜미 성격에 쉽게 코방귀를 뀌며 무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차피 혜미의 이번 달 스케줄은 알고있다.
 

스케줄 상으로 판단하더라도 오늘이 아니면 기회가 쉽게 와 닿지 않을 것이다. 나는 문득 생각을 해본다. 내가 크게 다쳤다는
소식을 접하고 혜미는 지금 어떤 심정일까. 
혜미가 누군가에게 맞았다는 사실을 태화에게 전해 듣고 나는 몹시 흔들렸다.
애써 태연한 척 했지만 태연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내가 어떻게 태연할 수가 있겠는가. 혜미와 강화에서 섹스를 하던 날 밤
나는 울었다. 
혜미의 꿈을 꾸던 날 밤 나는 내 침대에서 또 한번 울었다.
 

혜미 때문에 현실에서도 울었고 꿈 속에서도 울었다. 혜미가 아주 멀쩡해도 울었었는데 어떤 놈한테 맞아서 이젠 멀쩡하지도
않게 된 애를 생각하면서 내가 어찌 태연자약 할 수가 있겠는가. 
지금의 나는 혜미의 소식을 듣고 이렇게 사기까지 칠 정도로
절박한 심정이 되었다. 
그런데 내가 다쳤다는 사실을 전해들은 혜미는 지금쯤 어떤 심정일까. 궁금하다. 조심스레 예상은
해보았지만 혜미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는 내 존재의 비중이 
어느 정도 무게를 점하고 있는지가 몹시 궁금하다.

이런 걸 신경쓰는 걸 보면 확실히 확실히 혜미는 엔조이 상대가 아닌 것이 틀림없다.
 

“어서 오너라... 어서 오너라... 혜미야................................................................”
 

담배를 피우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2초쯤 후에 추가로 중요한 한마디가 더 보태졌다.
 

“보고 싶다.....................................................................”
 

보고 싶다 혜미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어쨌든 얼굴이라도 한번 직접 보고서 이야기를 해 보자. 냉수도 온수도 싫다면 서로
섞어서 미지근한 물이라도 만들어 낼 수 있을 테니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혜미는 나타나지 않는다. 상관없다. 나는
담배와 음료수만 있다면 내일 새벽까지라도 여기 죽치고 앉아서 기다릴 수 있다. 아주 
다행히 매점은 가깝다. 어차피 오늘은
휴일이고 내가 무슨 짓을 하든 상관없다. 
급한 용무가 있는 사람들을 위해 휴대폰까지 휴대하고 있으니 해결 못할 일은 없다.
 

지나가는 간호사 언니 혹은 동생들의 치마 아래 매끈한 혹은 굵은 다리를 감상하는 것도 괜찮고 바지입은 간호사 언니 혹은
동생들의 늘씬한 혹은 그 반대의 몸매를 감상하는 것도 괜찮다. 
예쁜 얼굴까지 함께 눈에 띄면 더 좋고 혜미가 안 나타나면
본전이고 나타나면 나의 승리가 되는 것이다. 
어차피 "가능성" 이라는 것에 승부를 걸어보는 것이니까. 나는 기다린다.
 

무조건 기다린다. 죽치고 기다린다. 나타날 때까지 기다린다. 가만 지금부터 “나타나라” 라는 말만 계속 중얼거려 볼까?
몇번 째에 나타나는지? 1000 번 이내에 나타나면 다음에 섹스 할 때 최대한 부드럽게 해주고 1000번 이후에 나타나면 아주
괘씸죄로 마구마구 아프게 쑤셔넣는 걸로? 
그것도 재미있겠다 한번 해볼까? 귀찮다. 그냥 한번만 간절하게 기도해보자.
 

잠 온다. 이러다가 꿈 속에서 먼저 만나겠다 젠장 하지만 꿈 속에서 만나봐야 아무 소용도 없다. 그림의 떡일 뿐이지. 그렇지
이럴 경우를 대비해서 준비한 것이 있다. 
비장의 무기 MP4를 준비했다. 동영상도 담아왔다. 새로 알게 된 좋은 노래도 몇 곡
있다. 
현대인은 적당하게 현대문명의 이기를 활용할 줄 알아야 하는 법이다.
 

정보를 먼저 득하는 자가 아주 유리한 세상이니까. 일본노래 전문가인 친구에게 이 노래를 아느냐고 멜로디를 흥얼거렸었다.
혜미가 흥얼거리던 그 일본노래 말이다. 친구 녀석은 한번 듣더니 바로 알았다. 전문가는 전문가다. 그런 친구녀석을 두고
있다는 사실이 뿌듯하다.
 

今宵の月のように.

“오늘 밤의 달처럼”이라는 일본 노래였다. 파일을 다운 받아서 들어보았었다. 노래가 괜찮았다. 몇 번 들어봤더니 더 좋았다.
다음엔 혜미에게 불러 달래서 혜미의 맑은소리 고운소리 버전으로 한번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혜미와는 아직 이런 화제를 갖고서 이야기를 해보지 못했었구나 
깜빡 잊고 있었다.
 

혜미가 일본노래를 좋아하는 듯 해서 그 동안 다른 유명한 일본노래도 여러 곡 들어보며 나름대로 연구를 해 보았다. X재팬
이라는 이름만 익히 들었었는데 그 외에도 쓸만한 녀석들의 노래가 꽤 있더군. 
역시 아는 것이 힘이다. 여러가지에 대해서
많이 알면 그만큼 인생이 더 다채로워진다. 
물론 아는 것이 병이 될 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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