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 1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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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학교에 다닐 때 하숙을 했었다.
나는 저 멀리 남해안의 작은 항구도시에서 태어났는데 아버지는 고깃배 선장이었다. 이미 얘기했던 것처럼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장가를 가지 않고 항구의 술집 작부들과 어울렸다. 아버지는 타고 난 바람둥이었다.
마도로스나 뱃사람들이 배를 타지 않을 때는 대개 술과 여자로 세월을 보내는데 아버지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사업 수완만은 남달리 뛰어나서 우리가 자랄 때만 해도 배를 몇 척이나 가지고 있는 선주가 되어
있었다. 그 덕에 오빠들과 나는 어렵지 않게 서울에 올라와서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아버지가 술과 여자에 파묻혀
살게 된 것도 어떤 점에서는 사랑하는 자녀들과 떨어져 살아야 하는 외로움 때문인지도 몰랐다.
내가 대학에 입학했을 때 오빠들은 이미 좋은 대학을 졸업하여, 큰 오빠는 은행에, 작은 오빠는 전자회사에 다니고
있었고, 두 사람 다 결혼을 하여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다.
그들은 하나뿐인 여동생에게 애정이 각별하여 아파트에 들어와서 살 것을 요구했으나 나는 자유롭게 살기 위해 하숙생활을 시작했다. 하숙비는 아버지가 보내주었다.
내가 다니는 대학은 돈암동에 있었는데, 산동네에 있는 그 대학교 아래는 전통 한옥이 즐비했다. 나는 그 한옥집에
하숙을 했다. 학교도 가깝고 한옥집이라 사람 사는 냄새가 풍겼다.
한밤중에는, 방문을 열어놓으면 주인집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섹스를 하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
"아이고 나 죽어...!"
섹스를 할 때 유난히 소리를 잘 지르는 여자가 있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그랬다. 주인집 아주머니는 얼추 마흔이
넘은 여자였다.
몸은 뚱뚱했지만, 인정이 많아서 하숙생들에게 잘해 주었고, 시가쪽의 먼 친척 남자가 취직을 하러 올라와서 빈둥
거리고 밥을 얻어 먹고 있어도 싫은 내색 한 번 하지 않았다.
그 남자는 서른 두 세살 쯤 된 사내였다. 아직 장가도 가지 않았다고 하는데, 주인 아저씨 외에는 하숙집에서는
유일한 남자였다. 주인 아저씨는 봉제공장 재단사로 매일 같이 잔업에, 철야작업을 했다.
그들은 결혼을 늦게 했는지 중학교에 다니는 딸 하나,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이 둘이었다. 동네에서는 주인 아주머니를 딸딸이 아주머니라고 불렀다. 하숙생은 모두 여자들로 나까지 넷이었다.
"도둑년이 있나? 누가 남의 속옷을 훔쳐 가?"
하숙집에서는 이따금 빨래줄에 널어 놓은 여자들 속옷이 없어져 궁시렁 거리는 소리가 그치지를 않았다.
프랑스제 내 실크 팬티와 브래지어도 몇 개나 없어져 나도 약이 올랐다.
그러나, 많은 여자들 중에 누가 훔쳐 가는지는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어느 날이었다. 여름이었다. 나는 창가에 앉아서 책을 읽다가 책을 뒤안으로 떨어트리고 말았다.
허리를 구부려서 책을 잡으려고 했으나 창이 높아서 되지 않았다.
나는 방을 나와 뒤안으로 돌아갔다. 뒤안은 담장이 높이 솟아 있어서 햇볕이 들지 않아 음습하고 어둠침침했다.
하숙생들이나 주인들도 장마철에 무성하게 자란 풀을 뽑을 때 외에는 들어가지 않는 곳이다.
나는 책을 줍기 위해 조심조심 걸음을 옮겼다. 그때 총각의 방에서 이상한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여름이라 창을 열어놓았기 때문에 소리가 더욱 크게 들렸다. 나는 나도 모르게 창으로 시선이 갔다.
'아...'
나는 그 순간 눈 앞이 아찔했다. 재빨리 창에서 시선을 떼고 몸을 감추었으나, 방안의 풍경은 이미 내 망막에 뚜렷
하게 각인되어 있었다.
총각은 방안에서 선 채로 눈을 감고 수음을 하고 있었다. 위에는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었으나, 하얀 브래지어 차림이었고, 무릎에는 여자의 것이 분명한 빨간 속옷이 걸려 있었다.
나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것은 분명히 기괴한 차림이었다. 그러나, 그의 이상한 옷차림보다 수음을 하는 그의 커다란 거시기가 더욱 또렷
하게 내 망막에 새겨져 있었다.
나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랫도리에서는 나도 알 수 없는 강한 전율이 느껴졌다. 그 전율은 빠르게 전신으로 퍼져 나가 몸을 나른하게 했다.
나는 그때 이미 남자를 알고 있었다. 첫남자와 헤어진 뒤에 강한 성욕이 휘몰아쳐 와서 잠을 못이룬 때도 여러번
이었다.
나는 남자와 관계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불모증이라는 사실 때문에 그것을 억제해야 했다. 그런데 남자가 수음을
하고 있는 것을 목격하게 된 것이다.
'아아 저럴 때 내가 저 방에 있었으면...'
그는 수음을 하는 대신 나를 상대했을 것이다. 나는 눈 앞이 뽀얗게 흐려졌다.
나는 창으로 다시 시선을 옮겼다. 그는 자신의 성기를 손으로 잡고 빠르게 반복운동을 하고 있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아랫도리로 손을 가져갔다. 하체가 벌써 점액으로 젖어 있었다.
그는 한참이 지나서야 일을 마치고 마무리를 했다. 그는 자신의 몸에 걸치고 있던 속옷으로 그것을 닦았다.
나는 발자국 소리를 내지 않고 방으로 돌아왔다. 눈 에서 자꾸 그의 성기가 어른거렸다.
나는 그날 이후 도둑 고양이처럼 그의 방을 훔쳐보기 시작했다. 그러나,내가 그가 수음을 하는 것을 목격하는 것은 그다지 쉽지 않았다. 그가 매일 같이 같은 시간에 수음을 하지도 않았을뿐 아니라, 그가 수음을 시간에 그의 방을
들여다 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며칠에 한 번 꼴은 그가 수음을 하는 것을 숨어서 훔쳐 볼수 있었다. 그는 누워서 수음을 할 때도 있었고,
서서 할때도 있었다. 그러나 어느 때건 간에 그의 수음을 하는 것을 자세히 살필 수 있었다.
나는 그럴 때마다 그의 방에 뛰어 들어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리고, 내 방에 돌아와서는 손가락으로 수음을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게 되었다.
'이럴 수가...!'
어느 날 나는 뜻밖의 사태를 발견하고 절망했다. 내가 뒤안으로 돌아가자 이미 주인집 여자가 창밑에서 웅크리고
총각의 방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주인집 아주머니도 알게 되었어...'
나는 놀랐다. 그 바람에 나는 주인집 여자 몰래 총각의 방을 들여다볼 수 없게 되고 말았다. 주인집 여자가 없을때
총각의 방을 들여다보다가 주인집 여자에게 들킬까봐 겁이 난 것이다.
그러나 기회는 오게 되어 있다.
어느 날 나는 학교에서 돌아오다가 총각의 방에서 여자의 신음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듣게 되었다. 나는 뒤안으로
살금살금 걸어가서 창으로 총각의 방을 들여다보았다.
'아, 아주머니가...'
나는 입을 벌리고 놀라고 말았다. 총각의 방에서는 주인집 여자와 총각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알몸이 되어 뒹굴고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주인집 여자는 총각의 방을 들여다 보다가 끝내는 총각의 방에 뛰어든 모양이
었다. 나도 총각이 혼자서 수음을 할 때면 총각의 방으로 뛰어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었다.
그러나, 차마 총각의 방에 뛰어들 용기가 없었던 것이다.
주인집 여자와 총각은 집안이 텅비는 아침 나절에만 그 방에서 밀회를 나누었다. 나는 학교에 가는 척하고 살며시
돌아와서 그 방을 들여다보곤 했다.
'그래. 나도 그냥 있지는 않겠어...'
인간은 본능의 동물이다. 한 번 총각의 방을 들여다보자 나는 거의 제 정신이 아니었다. 눈은 핏빛으로 충혈되고
늘 아랫배가 거북했다.
나는 어느날 총각의 방으로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총각은밖에 나갔다가 술에 잔뜩 취해 돌아와 있었다.
총각의 방에서 흥얼대는 콧노래소리가 들리다가 그쳤다. 총각은 술에 취해 잠에 떨어진 모양이다.
나는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
그날은 비가 오고 있었다. 나는 밤이 깊어지기를 기다렸다. 내 마음속에는 이미 무엇을 해야 겠다는 결심이 단단하
게서 있었다. 사람들은 나를 미친 여자라고 할지도 모른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나는 그날 제 정신이 아니었다.
내 머릿속에는 오로지 그 생각뿐이었다. 남자들은 성욕이 맹렬하게 일어나면 자제를 할 수가 없어서 강간도 하고
수음을 하기도 하지만 여자도 마찬가지였다.
밤 11시가 지나고 12시가 되었다. 하숙집은 하나 둘씩 불이 꺼지고 뒤안에서는 빗소리만 가지런하게 들렸다.
나는 줄 담배를 피웠다. 술은 집에 들어오기 전에 마셔서 얼굴이 불어져 있었다.
나는 12시가 넘자 방문을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고 마당으로 나왔다. 밖은 조용했다.
비는 어두운 하늘에서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주인집 마루문은 닫혀 있었고, 커텐까지 두껍게 처져 있었다.
다른 방들도 조용했다.
나는 맨발로 총각의 방으로 조심조심 걸어갔다. 총각의 방앞에는 구두 한 켤레가 놓여 있었다. 나는 방문에 귀를
가까이 가져갔다. 그러자, 총각이 코를 고는 소리가 가지런히 들렸다.
총각은 곤하게 잠이 든 모양이다.
나는 다시 한 번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는 인적 하나 없었고, 추적대는 빗소리만 들리고 있었다.
나는 총각의 방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문은 살며시 열렸다.
나는 그림자가 스며들 듯이 총각의 방으로 들어갔다. 총각은 전혀 눈치를 채지 못 하고 깊이 잠들어 있었다.
나는 문을 살그머니 닫았다. 그리고, 벽에 기대어 가쁜 호흡을 조절했다.
어둠이 눈에 익자 총각이 네 활개를 펴고 요위에서 잠들어 있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총각은 달랑 속옷 하나를
걸치고 있었다. 어둠 속이지만 속옷이 두툼하게 솟아 있었다.
'아...!'
나는 눈앞이 몽롱해 왔다.
나는 스커트 안으로 손을 넣어 속옷을 끌어내렸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총각에게 다가갔다. 총각은 입까지 벌리고
을 자고 있었다. 입에서 술 냄새와 함께 역겨운 구취가 풍겼다. 그러나, 성욕은 그것들을 상관하지 않고 있었다.
'제발 깨어나지 말아...'
나는 총각의 속옷 위로 도툼한 부분을 쓰다듬었다. 그러자, 하체에서 짜릿한 전율이 번졌다. 나는 온몸을 전율했다. 나는 총각의 속옷을 조심스럽게 벗겼다. 총각은 술기운 탓인지 잠에 취한 탓인지 속옷이 벗겨지는 것도 모르고 정신없이 자고 있었다.
나는 총각 위로 조심스럽게 올라갔다. 그리고, 스커트를 걷어 올리고 둔부를 총각의 하체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으음..."
총각의 입에서 짧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나는 살그머니 입을 벌렸다. 총각이 내 안으로 들어오자 소리를 지르고 싶을 정도로 황홀한 전율이 느껴졌으나 소리를 질러서는 안되었다.
"혀, 형수님!"
총각이 눈을 감은 채 중얼거렸다. 나는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그의 형수가 아니었다.
물론 주인집 여자도 그의 형수는 아니었다. 그냥 주인 남자가 형님뻘이 된다고 형수라고 부르는 것이다.
"밤에도 이러시면 어떻게 해요?"
술에 취한 총각은 짜증이 나는지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술에 취해 혀가 잔뜩 꼬부라져 있었다.
"괜찮아."
나는 주인 아주머니 목소리를 흉내 내어 낮게 말했다.
"형님 아시면 맞아 죽어요."
그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술 기운 때문에 눈조차 떠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걱정 말고 잠이나 자고 있어..."
나는 그를 달랬다.
"난 몰라요."
"알았어."
나는 등줄기로 식은땀이 흐르는 것 같았다. 그러나, 총각은 이내 잠이 들었다. 나는 다시 상하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황홀한 쾌감이 전신으로 번지면서 구름을 탄 것 같았다.
인간은 도둑질을 할 때 조바심과 불안을 느낀다.
나는 술에 취해서 쓰러져 자는 그에게 올라가 행위를 하면서, 형언할 수 없는 쾌감을 느꼈다.
물론 그 쾌감의 밑바닥에는 그가 깨어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초조함,그리고, 죄의식 따위가 숨어 있었을 것이다.
나는 30분 후에 그의 방에서 살그머니 나왔다. 만족스럽지 못했으나 더 오랫동안 그 짓을 할 수가 없었다.
밖에서는 빗소리가 더욱 굵어지고 있었다.
나는 내 방으로 돌아와 잠을 청했다. 나는 그날 총각의 방을 몰래 훔쳐보기 시작한지 몇 달만에 처음으로 달디단
잠을 잘 수 있었다.
하숙집 총각과의 관계는 그렇게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내가 비오는 날 밤에 총각의 방에 몰래 들어가 관계를 맺었
듯이 주인 여자도 그랬고 다른 방의 여자들도 그런 관계를 맺고 있었다.
나는 그 사실을 알자 그에 대해서 흥미를 잃고 말았다. 그리고, 그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는 머리가 약간 모자라는 듯 한 사람이었는데, 그와 관계를 맺은 여자들이 모두 성병에 걸렸던 것이다. 참으로 우스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숙집 주인 여자는 총각과의 관계가 주인집 아저씨에게 들통이 나자 몽둥이로 얻어 맞았다. 총각은 들통이 나자
꽁지가 빠져라 달아나 버렸다. 그런데 더욱 가관인 것은 여자가 아저씨에게 두들겨 맞다가 앙탈을 하며 저항을 한다는 것이 나만 그런 줄 아느냐, 옆 방의 아무개, 아무개도 총각과 붙어 먹었다고 항변을 한 것이다.
"에라 이 병신 같은 년아!"
주인 아저씨는 그 소리를 듣고 더욱 분통을 터뜨렸다.
나는 하숙집을 나왔다.
주인 여자가 내 이름까지 불어버려서 아저씨를 마주볼 염치가 없었다. 주인 여자는 내가 총각과 관계를 한 것까지 훔쳐 본 모양이었다.
나는 신촌 근처에서 새로운 하숙집에 들었다. 그 하숙집은 늙수그레한 주인 내외와 여학생들뿐이었다. 하숙생들이
8명이나 되는 전문적인 하숙집이었다.
나는 한 달 남짓 그 집에서 하숙을 했다. 무료하고 따분한 하숙 생활이었다. 그때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나는 고향으로 돌아가서 일주일을 쉰 뒤에 서울로 돌아왔다.
고향은 더욱 따분했다. 나는 방학 동안 도서관과 하숙집에서 살았다. 그 덕분에 학기가 새로 시작되자 공부가 즐거
워졌다. 아침 저녁으로 바람이 선들거리고 풀벌레가 울기 시작할 무렵 나에게 애인이 생겼다.
미팅을 하고 나자 애프터 신청이 들어왔는데 나는 기꺼이 응했다.
나는 그 무렵 남자가 그리웠다. 나는 맹렬한 성욕을 갖고 있었다. 첫 번째 남자는 불모증이라는 이유로 헤어졌고
두 번째 남자는 진정한 남자라고 할 수 없었다. 내가 그와 나눈 섹스는 사실상 도둑 섹스였다. 나는 진정한 섹스의
즐거움을 누릴 수 없었다.
나는 진정한 섹스를 원했다. 남자도 그렇겠지만, 여자도 느닷없이 성욕이 일어날 때가 있는데, 나는 그 무렵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나는 섹스의 욕망 때문에 몸을 주체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언젠가 고향에서 개를 키운 적이 있는데 옆집의 개가 발정기에 있었다. 암내가 풍기는지 우리 집 개는 낑낑거리고
난리였다. 눈에서는 더러운 진물이 흘러내리고 눈꼽이 끼었다. 내가 개를 풀어주자 쏜살 같이 달려가서 옆집 개와
교미를 했다. 나는 개가 교미를 하는 것을 보고 씁쓸했다.
사람도 저와 같은 것일까.
사람도 흥분을 하면 섹스를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것일까.
나는 어린 나이에도 그런 생각을 했다. 동물들이 교미를 하는 것은 시골에서 더 자주 볼 수 있었다.
나는 말이 교미를 하는 것도 보았는데 말의 생식기는 참으로 길고 컸다.
나에게 애프터를 신청한 학생은 법학과 학생이었다. 자신은 법학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는데 부모의 강권으로 법학과에 지원했다고 하였다.
우리는 고궁에서 데이트를 하고 키스를 나누었다. 나도 남자 경험이 있었지만, 그도 여자 경험이 있었다. 우리는
몇 번 만나지 않고 여관에 들어갔다.
"난 책임은 못져."
그가 나에게 몸을 싣고 말했다.
"누가 책임지랬어?"
나는 책임 따위를 바라지 않았다.
"후회하지 않지?"
"후회 안해."
"알았어."
이런 질문과 대답은 사실 공허한 것이었다. 우리의 첫 관계는 그렇게 아무 책임감도 없이 시작되었다. 나는 모처럼 남자와 살을 섞게 되어 그 사실에만 몰두해 있었다. 그러나, 그는 너무나 일찍 끝을 내고 나에게서 굴러 떨어졌다.
"미안해."
그가 가쁜 호흡을 고르며 말했다.
"괜찮아."
나는 우두커니 허공을 쳐다보고 대답했다.
"처음이라 너무 빨리 끝났어."
"동정이야?"
"동정은 아니지만 너하고는 처음이잖아?"
"집에 돌아갈 거야?"
"너는?"
"나는 상관없어."
"그럼 나도 자고 갈게."
"부모님이 완고 하시다며?"
"괜찮아."
그러나, 그는 12시가 가까워지자 안절부절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에게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했다. 그는 머뭇머뭇
하다가 그래도 괜찮느냐고 나에게 몇 번이나 묻고는 미안하다면서 여관을 나갔다.
나는 여관의 창을 통해 그가 골목으로 걸어가는 것을 지켜 보았다. 그는 여관 정문을 나오자 뛰다시피 걸어서 여관
골목을 빠져 나갔다.
'병신...'
나는 그가 골목에서 사라져 보이지 않자 비로소 욕실에 들어가 샤워를 했다.
여관이란 미묘한 곳이다. 둘이서 같이 잘 때는 아무런 느낌도 없으나 막상 혼자가 될 때는 기묘한 기분이 도둑
고양이처럼 덮쳐 온다.
나는 샤워를 하고 나온 뒤에 속옷만 걸치고 침대에 누웠다. 복도에서는 남녀가 여관을 드나드는 어수선한 발자국
소리가 끊임없이 들리고 어느 방에서인지는 술 취한 손님이 여관에서 심부름을 하는 소년에게 호통을 치는 소리도
들렸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자 여자를 불러 와라, 여자가 없다...하는 실갱이였다.
"임마. 여관에 여자가 없다는 것이 말이나 돼?"
"셋이나 있지만 벌써 손님들 방에 다 들어갔단 말이에요."
"그럼 밖에서 불러오면 될 거 아니야?"
"밖에도 없어요."
나는 쓴 웃음이 나왔다. 여관에서도 매춘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나는 문을 열고 복도에 나가 소년을 불렀다. 여자를 불러 달라고 아우성을 치는 사람은 30대의 사내였다.
"맥주 있니?"
나는 소년에게 물었다. 소년이 불쾌한 얼굴로 사내를 째려 보고 있다가 잘됐다는 표정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네."
"그럼 맥주 좀 갖다가 줄래?"
"몇 병이요?"
"세 병쯤...안주도 있어?"
"네. 오징어 있어요."
"그럼 오징어 하고..."
"혼자 드실 거예요. 아까 남자 손님은 나가시는 것 같았는데..."
"그럼 혼자 먹어야지. 잠이 오지 않아서 말이야..."
나는 사내를 힐끗 쳐다보고 소년에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소년이 고개를 꾸벅해 보이고 아래 층으로 내려갔다. 나는 문을 닫고 방으로 들어왔다. 소년이 맥주를 가지고 온
것은 10분쯤 지났을 때였다. 나는 맥주값을 치루고 소년이 돌아가자 천천히 맥주를 따서 병째 마시기 시작했다.
잠이 오지 않고 있었다.
나는 텔레비전을 켰다. 텔레비전에서는 낡은 한국영화를 방송하고 있었다.
나는 불을 껐다. 텔레비전 불빛으로 방안은 아주 어둡지는 않았다. 수많은 남녀가 땀을 흘리고 그 짓을 했을 여관의
침대에서는 밤꽃 냄새가 희미하게 풍겼다. 나는 맥주를 마시며 엉뚱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많은 남자와 여자들이 이 여관, 이 침대를 스쳐 지나갔겠는가. 그들이 흘렸을 수많은 땀과 애액은 다 어디로
갔는가. 여기서 하룻밤 육체의 향연을 벌인 사람들은 다들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일까.
여관 하나의 방도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생각을 하자 나는 공허해 졌다.
사내로부터 전화가 걸려온 것은 내가 맥주 한 병을 비웠을 때였다.
"초면에 죄송합니다."
사내는 정중하게 말했다.
"저는 305호에 묵고 있는 남자입니다. 아까 복도에서 잠깐 뵈었지요."
"그런데요?"
나는 취기가 올라 불괘한 얼굴로 야멸차게 말했다. 사내가 무슨 수작을 하는지 알 수 없었으나, 느닷없는 전화에
약간 당황하기도 했던 것이다.
"아까 맥주를 주문하시는 것 같은데 괜찮으시다면 저와 함께..."
"맥주를 마시자는 말이에요?"
"저 나쁜 놈은 아닙니다."
"아까 보니 여자를 부르라고 호통을 치던데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여관에 들어오고 보니까 갑자기 마음이 싱숭생숭해서요."
"그러면 저와 술을 마시자는 목적도 제가 여자이기 때문이 아닌가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
나는 침묵을 지키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왜 나는 이 남자의 전화를 끊어버리지 않는 것일까. 이 남자는 싱숭생숭
하다고 했는데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 아닌가.
"여보세요."
"말씀하세요."
"제가 찾압뵙겠습니다. 괜찮겠지요?"
"같이 술 마시고 싶은 생각 없어요."
"문을 잠그지 않으면 허락하는 것으로 생각하겠습니다."
"맘대로 생각하세요."
나는 전화를 끊었다. 솔직하게 그 사내가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니었으나 창녀처럼 굴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침대
에서 재빨리 일어나 문을 잠그지는 않았다. 사내가 내 방을 노크한 것은 5분쯤 지났을 때였다.
나는 대꾸를 하지 않았다.
"실례합니다."
사내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는 담배를 피워 물었다. 사내는 문을 열고 안에 들어와 잠시 머뭇거렸다. 그리고는
내가 속옷 차림이라는 것을 알자 당황했다.
"미, 미안합니다."
"문이나 닫아요."
나는 차갑게 말했다. 사내가 엉거주춤 문을 닫고 들어왔다.
"샤워를 했군요?"
"예."
"앉아요."
"감사합니다."
주도권이라는 것이 있는데 나는 그날 밤 의도하지도 않고 사내에게서 주도권을 잡고 있었다. 사내는 의외로 고분
고분했다.
"맥주 드세요."
"감사합니다."
사내는 병따개로 맥주를 딴 뒤에 벌컥벌컥 들이켰다. 나는 천천히 맥주를 마셨다.
"여관엔 왜 왔어요?"
"마누라하고 싸웠습니다."
"평소에도 자주 이용하세요?"
"아니요. 처음입니다."
사내는 기이할 정도로 고분고분하게 대답했다.
나는 사내 앞에 다가가 책상다리를 하고 앉았다. 사내의 눈이 몇 번씩이나 내 가슴을 더듬고 삼각형 속옷 위로
스쳐갔다. 나는 그의 눈길이 스쳐갈 때마다 짜릿한 전율을 느꼈다.
"내가 어떻게 해주기를 바라세요?"
나는 내가 생각하기에도 너무나 대범했다.
"사랑을 나누었으면 합니다."
"섹스요?"
"예. 대가는 지불하겠습니다."
"돈이요?"
"예."
"얼마나요?"
"10만원쯤은 지불할 수 있습니다."
"나는 창녀가 아니예요."
"아르바이트라고 생각하십시오."
"아르바이트?"
나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사내는 맹랑한 데가 있었다.
"대학생이나 주부들도 이런데 나와서 아르바이트 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런 사람도 있겠죠. 그러나 나는 아니예요."
"그럼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나를 즐겁게 해주시면 돼요."
사내가 잠시 멍청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원하는대로 하겠습니다."
이윽고, 그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좋아요."
나는 눈웃음을 쳤다.
"아가씨도 나 같은 남자를 기다렸습니까?"
"글쎄요."
사내는 맥주 한 병을 모두 비우더니 나를 애무하기 시작했다. 나는 사내의 애무에 몸을 맡겼다.
미팅에서 만난 남학생은 애무도 없이 급하게 일을 치렀기 때문에 내가 몸이 한창 달아오를 때 저 혼자 끝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사내가 나를 안고 입술을 부딪쳐 왔다. 나는 술을 마시듯이 천천히 그의 입술을 음미했다. 시간은 충분했다.
이제 밤 12시를 조금 지났을 뿐이고, 날이 밝으려면 6시간 이상 이나 있어야 했다.
그가 나의 둔부를 애무하고 목덜미에 입술를 찍어왔다. 나는 그의 바지 앞부분을 쓰다듬었다. 그는 이미 잔뜩 성이
나 있었다.
"고마워요."
사내가 기분좋은 표정으로 말했다.
"네?"
"아가씨는 정말 좋은 아가씨 같아요."
"글쎄요."
나는 얼굴을 찡그렸다. 그러나 내 몸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그의 와이셔츠 단추를 하나하나
풀기 시작했다. 그는 샤워를 한 탓인지 와이셔츠 안에 아무 것도 입지 않고 있었다.
가슴이 넓은 사내였다. 특별히 운동을 하지 않은 것 같았으나 어깨가 알맞게 벌어지고 살결은 구리빛이었다.
나는 그의 가슴으로 얼굴을 가져갔다.
그는 얕게 신음을 하면서 내 등을 쓰다듬었다.
나는 그의 가슴을 입술로 찍기 시작했다. 그의 가슴에서는 비누 냄새가 희미하게 풍겼다.
얼굴에는 화장품을 발랐는지 로션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나는 그의 눈을 쳐다보았다. 그의 눈은 크고 맑았다. 나는 그의 눈빛을 대하자 전신이 오그라드는 것 같았다.
그의 눈이 빨아들일 것처럼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사내가 자신의 입술을 내 입술에 덮었다.
나는 눈을 감고 그의 입술을 받았다. 그의 혀가 집요하게 입안으로 밀고 들어오려 하고 있었다.
나는 입술로 막으려 다가 열어주었다.
"음..."
나는 숨이 막힐 것 같았다.
그의 손이 등 뒤에서 브래지어 호크를 따는 동안 나의 그의 바지 혁대를 풀고 손을 밀어넣었다.
"윽!"
이번엔 사내가 신음소리를 삼켰다. 나는 그의 남성을 손바닥에 쥐었다. 그 순간 손바닥이 불에 데인 듯이 화끈했다.
그것은 살아있는 생선처럼 펄떡거리고 있었다.
다음 순간 우리는 짐승처럼 뒤엉켰다. 우리의 몸을 가린 천조각은 가볍게 벗겨졌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는
서로의 몸에 밀착하여 하체를 부벼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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