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승무원 - 24편 > 야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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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

여승무원 - 2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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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19가이드
댓글 0건 조회 157회 작성일 24-12-19 20:10

본문

어느 순간부터 나 자신보다 오히려 혜미가 소중하게 느껴진다. 어젯 밤 혜미가 짬뽕라면을 맛있게 먹던 모습이 떠 오른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얼마나 즐거웠던가 혜미가 무엇인가를 아주 맛있게 먹는 그 흔하디 흔한 모습을 지켜보는 그 순간 
머리 속과 온 몸에는 오로지 즐거움의 감정만이 온통 넘쳐흐르고 있었다.
 

그래 혜미가 맛있다고 생각하면 내 배가 부르고 혜미한테 기쁜 일은 나의 기쁜 일이다. 언제부터인가 혜미가 내 마음속을 꽉
채우고 있다. 
그리고 내 마음 속을 꽉 채우고 있는 혜미는 내 마음 속을 설레임과 행복감으로 가득 채워주고 있다. 지금 이
순간 
내 머리 속에서도 떠오르지 않는다.
 

사랑이 있어서 세상은 아름답다. 그 단순하고 간단하면서도 소중한 의미를 깨닫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 남아있는 한 지구는
혹성에 부딪히지 않는다. 
인류는 멸망하지 않는다. 혹시 먼 훗날의 어느 순간 재수없이 지구가 혹성에 부딪히더라도 그래서
인류가 멸망한다 하더라도 
그래도 그것은 결코 인류의 패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 아름답고 소중한 깨달음의 의미는
인류가 우주 속에서 자취를 감춘 후에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그 어딘가에 영원히 남아 흐르며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결코 사라지지 않은 채로 거대한 우주를 더욱 더 아름답게 밝혀 줄
것이다. 
잠이 온다. 혜미의 웃는 얼굴이 떠오른다. 혜미는 얼굴에 웃음을 가득 지으며 싱숭생숭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혼자서
어쩔 줄 몰라하며 
몸을 뒤척이며 누워있던 자리에서 일어섰다. 방문을 살며시 열고선 계단을 따라 아랫층으로 내려갔다.
 

새벽이지만 막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발걸음이 가볍다. 상쾌하다. 혜미는 거실 한켠을 바라보았다. 아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어지러이 놓여져있는 술병들이 어렴풋이 눈에 들어온다. 너무 많이 드신거 아닐까 어쩌시려고 날이 밝으면 모두
깨끗이 치워야겠구나. 
혜미의 마음 한켠이 웬지 모르게 쓰라려 온다. 혜미는 주방으로 향했다.
 

냉장고 문을 열었다. 오렌지 주스가 눈에 들어온다. 주스를 마실까 라고 생각하며 얼려놓은 보리차를 꺼냈다. 그리고 컵에
한 잔을 따뤄 입에 넣었다. 
시원하다. 혜미는 만족감에 웃음지으며 고개를 돌리며 돌아섰다.
 

“헉!............................................................................”
 

혜미는 순간 놀라 자신도 모르게 짧고 다급한 외마디 탄성을 입에서 토해냈다. 아빠가 혜미의 바로 뒤에 서 있었다. 바짝
가까이 다가서 있는건 결코 아니었지만 
입에서 풍기는 지독하고 불쾌한 술의 악취가 혜미에게까지 사납게 풍겨왔다. 그리고
얼굴빛은 창백하고 잔뜩 굳어있다. 
번개가 치며 번쩍번쩍 하는 가운데 서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그 얼굴 흡사 관 속에서
방금 튀어나온 시체의 그것처럼 을씨년스럽고 흉측하게 비쳐졌다. 
혜미는 자신도 모르게 바짝 긴장하고 있는 자신의 몸을
느끼며 뒤로 한발자국 물러섰다.
 

“아... 아빠... 아직 안주무셨어요??...........................................”
 

혜미의 목소리가 떨려나왔다. 성태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혜미를 사나운 눈으로 노려보고만 있었다. 그 눈빛은 사나운
눈빛만은 아니었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단순히 사나운 것만이 아닌 뭔가 복잡한 감정들로 가득찬 묘한 눈빛 그 눈빛이
떨고있는 흠칫하고 있는 혜미의 눈 속에서 어지럽게 흔들리고 있다. 
혜미는 본능적으로 어서 자리를 이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모... 목이 말라서요... 아빠... 올라갈께요... 어서 주무세요...........................................”
 

대꾸를 하지 않는 성태의 곁을 스쳐지나며 혜미는 서둘러 그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 순간 혜미가
비명을 지르며 몸이 뒤로 끌려가더니 바닥에 철퍼덕!! 하고 내동댕이쳐지고 말았다. 
성태가 아주 사납고 힘쎈 손길로 뒤에서
혜미의 머리채를 움켜쥐고선 뒤로 잡아당기며 
힘껏 땅에 내팽겨쳤던 것이다. 혜미는 바닥에 쓰러진 채 황급히 고개를 올려
성태를 바라보았다. 
자신도 모르게 온몸을 바들바들 떨고있는 혜미의 공포에 질린 눈 속에 아주 사나운 천둥소리 번쩍이는
번갯불의 조명 아래서 
성태가 씩씩!!! 거리는 천둥소리보다 더 거친 호흡소리를 풍기며 번갯불보다 오히려 더 번쩍거리는
사나운 눈빛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콰르릉... 쾅~!!!.........................................................................”
 

어찌된 셈인지 천둥소리가 갈수록 더욱더 요란하다. 번쩍번쩍 빛나는 번개불은 어찌나 공포스러운지 하지만 온 밤 하늘을
순간적으로 무섭게 밝혀가는 번개불과는 도저히 비교도 할 수 없는 
인간의 눈에서 쏘아지는 저 빛이 어쩌면 저렇게도 오히려
번개불보다 더 무서울 수가 있는 것일까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 것일까.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바로 그 찰나의 순간 
실제로 혜미가 보고있는 것은 무섭게 새벽의 험상궂은 하늘을 번득거리게
하고있는 
번개불보다 더 흉흉스럽고 무섭게 빛나고 있는 성태의 눈빛이었다. 바닥에 쓰러진 채로 그 무서운 성태의 눈빛을
올려다보고 있던 혜미의 눈동자가 
머릿 속에 한가득 급격히 밀려드는 공포로 인해서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혜미의 머리속에 두려움이 가득하다. 혜미는 자신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쓰러진 상태에서 엉금엉금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성태가 아무말도 없이 무서운 빛을 뿜으면서도 술기운으로 인해 다소 초점이 흐려진 눈으로 혜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혜미가 살짝살짝 쓰러진 상태에서 뒤로 물러나고 있다. 온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자신을 두려움이 가득찬 눈으로 올려다보는
혜미의 모습이였다.
 

“흥!!......................................................................................”
 

성태의 입에서 코방귀를 뀌는 비웃음 섞인 듯한 소리가 터져나왔다. 혜미의 귀에는 그 짧은 소리가 새벽 하늘에 울려퍼지고
있는 천둥소리보다 더 크게 들려왔다. 
혜미는 자신도 모르게 흠칫 몸을 떨었다.
 

“좀... 괜찮아진 모양이군.............................................................”
 

성태가 중얼거리고 있었다. 혜미에게 묻고있는 것인지 혼자서 중얼거리는 소리인지 잘 분간이 되질 않는다.
 

“네... 네... 많이 좋아졌어요.............................................................”
 

혜미가 바들바들 떨리는 목소리로 엉겁결에 대답한다. 그러면서 얼른 바닥에서 몸을 일으키며 일어났다. 몸을 일으킨 혜미는
계단 쪽으로 한 두어걸음 슬며시 걸어나갔다. 
성태가 그런 혜미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눈빛으로 따라 다녔다.
 

“괜찮아졌다고... 그거 잘됐군 그래... 흥!!... 그런데 어쩌지... 나는 별로 좋지가 않은데 말야............................!”

“.................................................................................”
 

혜미는 더욱 더 몸이 떨려왔다. 자신이 느끼기에도 그 어느 때보다 오히려 더 떨고 있었다. 성태의 냉정하고 싸늘한 목소리가
혜미의 온 몸을 에워싸는 것만 같았다.
 

“흥!!... 네 마음대로 그 따위 짓을 저지르고 나니까... 속이 시원하던?... 속이 후련하던??... 너 도대체... 흥... 넌... 도대체
 얼마나 나를 망쳐놔야만 속이 풀리겠냐?......................................................”
 

성태의 아주 차가운 독설이 혜미의 귓속으로 사납게 휘몰아쳐 들어오고 있다. 성태의 차가운 목소리를 들으면서 혜미는 순간
어지러움을 느꼈다. 
혜미의 떨고있던 몸이 비틀비틀 거리면서 머릿 속이 혼란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혜미는 바닥을 향해서
고개를 힘없이 떨구었다.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는 아주 부드럽고 따뜻하기만 한데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는 순간 혜미의 눈에
자신도 모르게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혜미는 가슴 가득히 서러운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것을 느꼈다. 바닥으로 뚝! 뚝! 하며 혜미의 눈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혜미는 조용히 고개를 들어 자신을 차가운 시선으로 노려보고 있는 성태의 모습을 눈물에 젖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성태는 냉소 띈 차가운 표정으로 혜미를 응시하다가 혜미가 갑자기 눈물이 젖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흠칫 하며 표정이
달라졌다. 
혜미는 성태를 바라보았다. 이상하게도 자신의 몸이 더 이상 떨려오지 않음을 느끼고 있었다.
 

혜미의 눈에 비치는 성태의 모습이 두렵지가 않다. 이젠 두렵지가 않다. 혜미는 문득 재성의 모습이 떠올랐다. 재성이 자기를
바라볼 때의 그 따뜻한 눈빛 
전화기 저편에서부터 들려오던 부드럽고 따뜻한 관심이 가득찬 목소리 사랑한다고 속삭여 줄
때의 그 포근한 행복감이다.
 

“그래...!...........................................................................”
 

혜미는 약간 웅크리고 있던 몸을 아주 서서히 펴 올리고 성태를 정면으로 마주 보았다. 성태의 사나운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혜미의 눈물이 가득한 눈이 
따뜻하고 부드럽게 서서히 그런 시선으로 변해갔다. 성태는 갑자기 일순간 달라진 혜미의 표정을
보자 
뭔가 알 수 없는 낯선 그 느낌에 자신도 모르게 마음 속에 묘한 느낌이 몰려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성태는 알 수
없는 당혹감을 느끼며 
혜미의 얼굴을 의아스럽다는듯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제발....................................................................................”
 

혜미가 입을 열고 성태에게 부드럽고 나직한 목소리로 말을 건네고 있다.
 

“이젠... 그만하세요....................................................................”
 

혜미의 나직하지만 부드러운…하지만 어떤 강한 힘이 가득 배어있는 목소리에 성태의 몸이 흠칫 하고 떨려왔다.
 

“이제 그만 하세요... 아빠... 우리 이제 더 이상 이래선 안돼요........................................”

“뭐... 뭐야?... 너 지금 무슨 소리 하고 있는거야?.........................................................”
 

혜미가 성태에게 한걸음 다가서며 말했다.
 

“이젠 여기서 끝내야 해요... 아빠... 저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어요.....................................”

“뭐??...............................................................”
 

성태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말하며 다가서는 혜미를 쏘아본다. 혜미의 표정에는 전혀 두려운 빛이 엿보이질
않는다. 
지금까지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어요... 저도 그 사람 좋아해요... 저 그 사람 사랑해요... 정말... 그 사람이 너무너무 좋아요...!.......”

“흥!... 뭐야 이거... 어이가 없군 그래... 그래서 뭘 어쩌라고?... 사랑하는 놈이 생겼으니... 지금... 나더러 축하라도 해...
 달라는거냐... 뭐냐???...............................................”
 

성태의 목소리에 비웃음이 가득하다. 또다시 사나운 어조에 목소리를 더욱더 높이며 위협적인 태도로 변해가고 있다. 뭔가
당혹감에 이래선 안되겠다는 위협감을 느끼고 
윽박지르자는 자세로 심경의 변화라도 일으키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혜미의
목소리는 전혀 떨림이 없다. 동요되지 않고 있었다.
 

“네... 그래요... 아빠의 축하를 받고 싶어요... 진심으로 아빠한테서 축하를 받고 싶어요... 왜냐하면...아빠니까요... 저한테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제 아빠니까요.......................................................”
 

짧은 당혹감이 또다시 뇌리를 스치며 성태가 혜미의 얼굴을 쏘아본다.
 

“그래요... 아빠니까요... 저한텐... 아빠 말고 다른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저한테... 축하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아빠 말고는
 아무도 없어요... 
알아요... 엄마한테서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는지... 그래서 엄마가 얼마나 원망스러우셨을지... 그리고...
 그리고... 제가 얼마나 그만큼 커다란 미움으로 아빠에게 다가왔는지... 
직접 당해보지 않아서 느낄 순 없지만... 그래도...
 알아요...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어요... 제가 아빠한테... 아무리 아빠를 위해 뭔가를 희생한다 하더라도... 아빠에게 끝내
 보답할 수 없다는 거 잘 알아요... 엄마도 저도... 그럴 수 없다는 거 잘 알아요... 하지만... 하지만... 이젠 끝내야 해요...
 더 이상은 이래선 안돼요... 그게 제 자신을 위해서도... 아빠 자신을 위해서도 좋다고 생각해요.......................”
 

혜미는 조금도 멈춤이 없이 평온하고 부드럽고 침착한 목소리로 나직히 말을 이어나갔다. 성태는 어느덧 아주 사나운 기세가
사라진 채로 묵묵히 그런 혜미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혜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마음 속에는 뭔가 알 수 없는
묘한 느낌들로 가득한 채로 
가슴이 답답해 옴을 느끼고 있었다.
 

“저... 그 사람을 좋아해요... 그 사람 만나고서... 제 모든 것이 바뀌고 있어요... 몸도 마음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까지도요.
 사람이 사람을 위하는 마음이란게... 어떤 것인지를 깨닫고 있어요... 사람이 사람과 더불어... 서로를 감싸안으며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이라는 걸 어렴풋이나마 깨달아가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그렇기 때문에... 저도... 이젠 더
 이상은 이래선 안돼요... 
계속 이렇게... 계속 맴돌고 싶지 않아요... 이젠 끝내야 해요...............................”
 

성태는 뭔가 자신의 마음 속에 알 수 없는 어떤 감정의 파도가 몰려듬을 느끼고 있다. 당혹스럽다. 이래선 안된다고 순간
판단한 성태가 차가운 목소리로 혜미에게 쏘아부친다.
 

“흥!!!... 너 지금 정신이 돈거 아니냐?... 뭐라고 혼자서 중얼중얼 알아들을 수도 없는 소리를 지껄여대고 있으니... 어디서
 대단한 놈이라도 하나 물었다 이거냐?................................................”
 

“아뇨!.....................................................................”
 

혜미가 힘있는 목소리로 짧게 대답한다.
 

“아뇨... 아니에요... 그 사람이 대단해서 좋은게 아니에요... 그 사람이 대단해서 좋아하는게 아니에요... 그 사람 저한테
 특별히 대단하게 대해준 것도 없어요... 
그 사람... 평범해서... 저에게 너무 평범하게 대해줘서 좋아하는 거에요... 그냥
 남들이 모두 그러는 것처럼... 그렇게... 평범해서 좋아하는 거에요... 
대단한... 사람은 아빠였지요... 대단한 사람은...
 성욱 씨였어요... 
그리고 대단한 사람은 저였어요... 평범한 사람들은 하지않는... 평범한 사람들은 하려고 생각하지도 않는
 평범한 사람들은 감히 못하는... 그런 짓을 한 사람이 아빠에요... 성욱씨가 저를 그런 식으로 대했어요... 그리고... 제가
 똑같이 그런 식으로 살아왔어요... 
하지만 이젠…그런 거 싫어요... 그런거 이젠 다 흘려보내고 싶어요... 어디론가 멀리멀리
 훌훌 털어버리고 싶어요... 
이젠 평범해지고 싶어요... 평범한 아빠를 갖고있는... 평범한 딸이 되고 싶어요... 평범한 사람을
 사랑하고 그 사람과 함께 하는... 
그런 평범한 여자가 되고 싶어요... 아빠... 저 아빠 곁을 떠나지 않아요... 아빠 곁에 있을
 거에요... 
아빠가 무서웠어요... 아빠가 싫었어요... 아빠가 미웠어요... 아빠가 원망스러웠어요... 그렇게... 두려워하고
 미워하고 피하려하고... 숨을 생각만 했어요... 
하지만... 이젠 아니에요... 두려워하지도 미워하지도 피하지도 숨지도 않을거
 에요... 
아빠 곁에 당당히 남아있을거에요... 그 사람을 사랑하고... 그 사람과 함께 해도... 제가 아빠 모실께요... 잘할께요
 아빠한테 사랑받을께요... 
꼭 아빠 맘에 들 수 있는... 착한 딸이 될께요... 아빠... 그러니 더 늦기 전에…제발 부탁이에요...
 이젠 우리 더 이상 이래선 안돼요... 모든 걸 여기서 끝내야만 해요...!! 아빠... 할 수 있어요 우린... 지금 이순간부터라도요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거에요... 우리가 결심하면... 지금부터 잘할 수 있어요...!............................”
 

혜미는 자신도 모르게 지금까지 단 한번도 아빠에게…해보지 못했던 감히 그래보지 못했던 마음 속 가득히 자신이 생각해
보지도 못하고 있었던 것처럼 느껴지는 생소한 말들을 
하지만 진심에 가득찬 목소리로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심정으로
그렇게 성태에게 호소하고 있었다. 성태에게 애원하고 있었다.  혜미는 생각했다.
 

아빠에게 진심으로 이 말을 하고 싶었던 거야 혜미의 눈에서 또다시 눈물이 주루룩 흘렀다. 뜨거운 눈물이 혜미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따뜻한 체온을 가득 담은 따뜻한 진심을 가득 실은 뜨거운 눈물이 그렇게 혜미의 눈에서 볼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혜미가 한걸음 더 성태에게 다가서며 따뜻한 손을 내밀어 우두커니 서있는 성태의 손을 잡았다.
 

혜미의 몸이 덜썩덜썩하며 떨렸다. 혜미는 그렇게 흐느끼며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들어 아빠의 눈을 바라보았다.
성태의 마음 속이 온통 밀려오는 혼란을 어쩌지 못하고 어지럽게 떨리고 있었다. 마음속의 이 급격한 흔들림을 어떻게 주체
해야 할 지 몰라 당황하고 있었다. 
성태는 멍하니 자신도 모르게 혜미의 슬픔에 가득 찬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성태의 눈이 갑자기 경악에 가득찬 채로 커다랗게 떠졌다. 성태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흠칫 떨었다. 순식간에 거대한 거대한
격정이 온 몸으로 퍼져나갔다. 
부들부들 성태의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성태의 몸이 격정으로 인해 더욱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혜미의 따뜻한 손에 감싸쥐인 성태의 손까지 함께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성태의 머리 속에 한 순간에 과거 어느 순간의 일이 파도처럼 몰려오고 있다. 그 날 밤의 일이 태훈은 술에 가득 취했어도
술에 가득 취해 벌겋게 달아올린 얼굴로 눈에 지금의 혜미처럼 눈물이 가득한 채로 자신에게 그렇게 말했다. 자기대신
옥임과 혜미를 
자신의 아내와 딸을 행복하게 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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