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아파트에 살았던 그녀 - 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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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란 얼굴에 적당히 살집이 있다. 머리는 어깨정도의 길이에 웨이브 파마를 했다. 무엇보다 살짝 통통한 몸매에 청스커트
밑으로 드러난 적당한 볼륨의 종아리. 대략 35살 전후로 보인다.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는것으로 보아 저층에 사는것 같다.
누구냐 하면 아직 모른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에서 가끔 마주치는데 유난히 눈에 띄는 외모다. 요란스럽지는 않으나
웬지 색기를 풍기는 인상인데다가 마주칠때마다 치마를 입고있는데 유독 스타킹이나 하이힐이 눈에 띄었다.
몇 달 전부터 맘에 담아 두고는 있었지만 동네사람 한테 섣불리 작업을 걸수도 없었다. 더구나 미시인 건 확실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쓰레기 분리수거장에서 우연히 그녀와 마주쳤다. 토요일 아침인지라 그냥 운동복 차림으로 나와서 쓰레기들을
버리고 막 돌아가고 있었다. 늘 정장차림으로만 보았던지라 잠시 다른사람인가 했었지만 육감적인 몸매를 보니 이내 그녀인
줄 알게됐다. 벨벳느낌의 트레이닝복은 타이트하게 그녀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색다른 느낌으로 보는 눈을 자극했다. 몰래 그녀의 몸을 훑었지만 그녀는 모른척 곧바로 돌아갔다. 짧지만 아쉬웠다. 곧바로
쓰레기를 분류해서 버리면서 눈에 띄는 종이박스가 하나 있었다. 그녀가 바로 버리고 간듯한 박스 겉 표지에는 주소와 그녀의
이름인듯한 글씨가 쓰여있었다.
"서울 **구 **동 **아파트 **동 209호 노민경 011-3**-369*"
이게 웬 횡재인가. 대략 얼굴만 마주치며 찍어뒀던 상대지만 이런 알짜배기 정보를 얻게 되다니 집으로 돌아온 나는 어떻게
이 정보들을 활용할것인가 생각했다. 아주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동네에서 마주치면서 접근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서는
동네주민 이상의 관계로 발전할수는 없다. 일단 여자의 성향을 파악하기 위해 슬쩍 문자를 보내 찔러보기로 했다.
일때문에 가지고 다니는 핸드폰이 따로 있었고 듀얼 넘버로 쓰고 있었기 때문에 대략 서너번은 시도할수 있을것이다. 일단
주말이 지나고 나서 수요일에 문자를 보냈다. 몇 달 전부터 봐둔게 맞다면 회사를 다니고 있는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아마도
수요일 쯤이면 다소 한가할 것 같았다. 대략 점심지나고 2시쯤에 첫문자를 날렸다.
"잘 지내고 있지?... 요즘은 통 연락을 못했네... 언제 시간될때 저녁이나 같이 먹자................................."
곧장 연락이 오지는 않았다. 한개의 메세지를 더 보냈다.
"바쁜가 보네... 한가해지면 연락해.........................................................................."
5시쯤이었나. 그녀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누구시죠?........................................................................................"
"아... 민경씨 아닌가요?........................................................................................"
"네... 맞는데... 누구신가요?.................................................................................."
"예... 제... 번호 입력이 안되어 있었나요?................................................................"
"네... 전... 모르는 번혼데 문자가 계속 와서요.........................................................."
일단 긍정적인 입질이라 생각하고 호기심을 계속 유발시켜야 한다. 상대가 누군지 궁금하도록 하면서 조금씩 찔러본다.
"아... 사실 저도... 얼마전에 핸드폰을 교체하면서... 민경씨 이름을 옮기다가 잘 기억이 안나서 연락해봤습니다................"
"네?... 저는 누구신지 모르겠는데...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데요... 혹시... 고객님이셨던가요?........................................."
"네... 그랬던가요?... 아... 이거 따로 메모를 안해둬서 도통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네... 제가 지금 밖에 나와 있어서... 따로 고객분들 연락처는 몰라서요......................................................"
"아... 예... 혹시... 어떤 일 하셨던가요?................................................................................................"
"인테리어하는데... 전에 하셨던분이신가요?.........................................................................................."
"아... 그랬나요... 하하... 이게 좀 시간이 됐나보네요... 핫하...................................................................."
대략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싹싹한걸 보니 작업이 영 어려울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업상 많은 사람들을 상대를
할 수록 낯선 사람들에 대한 거부감보다는 친근하게 자기 호감을 주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밖에 나와 계신다구요?... 바쁘신데 제가 괜히 시간 뺏는거 아닌가 모르겠네요?..........................................."
"아니오... 이제 집에 다 왔네요... 얘들 올시간이라 이것저것 챙겨주려구요... 뭐... 인테리어 하실려구요?.........."
"아... 아니오... 아까... 번호 옮기다가 잘 몰라서 연락드렸다고.................................................................."
"아... 맞다... 제가 요즘 이래요... 건망증이... 호호..................................................................................."
간드러진 웃음소리하며 길게 대화하는 스타일하며 대략 자신감이 생겨났다.
"하하... 뭐... 저도 가끔 그럽니다... 요즘도 일은 많으시구요?................................................................."
"아뇨... 요즘 통 일이 안들어오네요... 조그만 것만 그냥... 하고 있네요....................................................."
"아... 그러시구나... 언제 한번 뵈야죠?..............................................................................................."
잘 모른다면서 그래도 호응을 잘해줬으니 그 반응이 궁금했다.
"그래요... 연락한번 주세요... 아... 오늘은 어떻세요?..........................................................................."
의외로 흔쾌히 승낙한다. 이거 너무 일사천리다.
"아... 오늘이요?... 아까... 아이들 온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얘들이야... 다시 학원갔다가 오니까요... 호호... 시간 힘드시면 나중에 뵙구요........................................"
"아... 아뇨... 언제쯤이나 괜찮으시죠?... 제가 좀 빨리 정리하고 맞춰보죠..............................................."
"무리하지 않으셔도 되는데... 저야... 지금 이후 론 괜찮구요... 장소는 어디 괜찮으세요?..........................."
그냥 성향이나 파악해볼 생각이었는데 진도가 너무 급작스럽게 나가고 있는지라 잠시 혼란스러웠다.
"신천 쪽 어떠세요?... 거기 뭐 이것저것 먹을것도 많고... 제가 가깝기도 하고.........................................."
"어머... 집 근천데..... 그쪽에서 일하세요?... 저야 좋죠... 가깝고.........................................................."
"네... 그럼... 거기서 7시쯤 뵙겠습니다... 거기 커피빈 아시죠?... 거기서 보죠........................................."
"예... 그럼..... 조금 있다 뵈요........................................................................................................."
일단 만날 약속은 했다. 하지만 그 후가 문제였다. 그냥 동네서 마주쳤을때 작업한 것보다 못한 결과가 나올수도 있었다.
거짓말한게 바로 들통날것이고 연락처를 알게된 경위까지 설명해야 할 노릇이다. 나는 도무지 해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냥
나가지 말아버릴까? 전화가 계속 올테지만 안 받으면 되고 대략 성향 파악은 됐으니 다른 전화기로 새롭게 작업할 수 도 있는
거고 하지만 다시 작업한다고 해도 처음으로 돌아가는 거다. 어차피 그녀는 나를 모르는 상태가 아닌가. 쇠뿔도 단김에 빼자.
일단 시나리오를 정리했다. 그녀가 날 몰라볼테니 그 이후의 상황들에 대비해 두는 것이다. 어쨋든 그녀는 이미 경계심이 다
풀린 상태다. 게다가 오늘 낯선 남자라도 만날 준비가 되있을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약속장소로 향했다. 10분쯤 늦게
커피빈으로 갔다. 그녀는 창가쪽에 앉아있었다.
30중반의 나이에 약간 원숙해보이는 외모임에도 옷차림은 20대들 처럼 짧은 스커트에 다리를 꼰채로 전화기를 들여다 보고
있었다. 막 전화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어차피 그녀는 나를 모른다. 난 그녀에게 다가갔다.
"저... 노민경씨죠?......................................................................................"
"네... 통화하셨던 분인가요?........................................................................."
"네... 저는 알아보겠는데... 잘 모르시겠어요?.................................................."
"예... 통 기억에 없는 얼굴이시네요?.............................................................."
"하하... 제가... 그렇게 늙어버렸나요?... 하하... 이거 좀 늦어서 죄송합니다. 서둘러 왔는데 주차할때가 마땅치가 않네요...
하하... 일단 밖으로 나갈까요?...................................................................."
그녀는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순순히 따라나왔다.
"아직... 식사 안하셨죠?... 이 근처에 괜찮은 횟집 새로 생겼던데... 회 괜찮으시죠?..................................."
"네... 근데... 잘 모르는 얼굴이신데... 어떻게 아는 분이셧죠?................................................................"
"하하... 일단 가서 말씀하시죠........................................................................................................."
의심의 눈초리가 아직 가시지 않았다. 하지만 당장 돌아갈 자세는 아니었다. 일식집 다다미 방의 아주 폐쇄적인 구조가 더욱
그녀를 호기심이 생기도록 만들었을까? 그녀는 계속 질문을 던졌다.
"전... 도무지 모르겠는데... 어떻게 된거죠?... 아무리 생각해도 못본 얼굴이신데?......................................"
"아니... 어디서 뵜다고 해야하나... 저도... 뭐... 잘 모르겠지만... 어떻든... 이렇게... 만나게 됬으니까... 그걸로... 된거 아니
겠습니까... 하하하............................................................................."
이건 뭐 좀 궁색하기는 한것 같았지만 그렇다고 따로 특정해서 뭐 다른 핑계를 댈수도 없었다. 아파트의 내부 인테리어라도
했다고 하면 분명히 기억해낼텐데 그러면 더 난감해질수도 있었다.
"일단... 좀 드시면서 얘기하시죠... 횟감도 싱싱하니까... 한잔 괜찮으시죠?................................................"
역시나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우지 않고 있었지만 건배도 하면서 술은 조금씩 마시고 있었다. 첫 잔을 비우고도 잔을 부딪칠때
마다 반잔씩은 비우고 있었다.
"아니... 근데 제가 이렇게 모르는 분하고 술을 마셔도 되는지 모르겠네요... 도대체 정체도 모르는데.................."
"뭐... 차근차근 알아나가면 되죠.... 스무고개라도 해야되나요?... 하하.........................................................."
몇잔 술이 들어가면서 그녀의 볼도 발그스레지고 있었다. 술과 함께 경계심도 아주 조금씩 풀렸던걸까? 화제는 나이로도
옮겨갔다가 결혼 이야기까지 하게됐다. 그녀는 주말부부였다. 일찍 결혼해서 큰애는 벌써 중학생이었고 신랑은 실직한 후로
지방의 조그만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다고 했다. 일주일에 한번씩은 정기적으로 오갔지만 1~2년 지나면서 2주에 한번도 다녀
가기가 힘들다고 했다.
"그런데 어디서 봤죠?... 인제 정체를 좀 밝혀보시죠?... 아니... 좀 밝혀보지... 내가 누나니까... 흥......................."
그녀는 나보다 3살 많았고 37세이었다.
"하하... 글쎄... 전에 나이트에서 부킹한거 아니었을까요?... 요기 한국관이었던거 같은데... 하하........................."
"그랬나... 그게 언제였지?.................................................................................."
"자주 오시나봐요... 하하...................................................................................."
"뭐... 내가 가나... 친구들때문에 가는거지... 난 뭐 춤같은건 그렇고..........................."
"그럼..... 부킹하러?.........................................................................................."
"이보세요... 그런거 아니거든요..........................................................................."
계속 호기심반 의심반으로 경계를 풀지 않았지만 술은 잘 마시는것 같았다. 횟감도 좋았고 덕분에 술도 적당히 나눠서 마실수
있었다.
"술을 잘 드시네요...?... 많이 드시나봐요................................................................"
"뭐... 현장에서나 일 끝나고 많이 마시죠... 요즘은 통 일감이 없어서............................"
"아... 즐기시는데... 요즘은 자주 안드시나봐요........................................................."
"그러게............................................................................................................."
"그럼... 식사도 다했고... 자리 옮겨서 맥주라도 좀 드실래요?....................................."
"맥주는 배불러서... 매운탕까지 먹어서 소화도 안된거 같은데...................................."
"그럼... 어디 노래방가서 노래나 좀 부르시던가........................................................"
2차까지 가겠다니 일단 오늘 갈때까지 가 보자는 생각인가? 그녀는 아직도 확실히 경계를 풀지는 않고 있었다. 계산하려고
나오면서 보니 여전히 꼿꼿이 걷는데다가 발음도 또렸했다.
"자기... 차는 어떻게 하려구?.............................................................................."
"어... 어... 뭐... 대리 부르지 뭐... 일단 노래방 가야지?..........................................."
"어... 좀 피곤하네... 애들도 혼자있고.................................................................."
"왜요... 벌써 가려구?... 다 컸다면서요?... 꼭 가봐야되면 가구요.............................."
"그럼 잠깐만... 요기 노래방 있네... 먼저 들어가있어... 전화 좀 하구 올라갈께............"
"그래요... 그럼... 괜찮죠?... 올라가있을께요........................................................"
이거 바로 가버리는거 아닌가 하는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일단 노래방에 들어가서 일행오면 계산한다고 하고서 6번방으로
들어갔다. 맥주로 입가심을 하면서 오늘 바로 공략을 해야하나 한다면 어느 모텔로 가야하나 . 김칫국 먼저 마시는거 아닌가.
닭 쫓다 지붕쳐다보는거 아닌가. 머릿속이 복잡했다. 다행히 그녀가 곧 들어왔다.
"오래는 못 있겠다... 좀 취하는거 같기도 하고... 많이도 안 마셨는데... 피곤했나봐.........................."
"그래요... 좀만 부르다 가죠... 뭐............................................................................................"
최신 곡 한곡씩을 부르고 난 뒤 잔잔한 발라드가 흘러나왔다. 나름 흥이 돋궈진 상태였던지라 슬쩍 손을 내밀면서 그녀를
내쪽으로 끌어당겼다. 모니터를 주시하면서 귀엽게 박자를 맞추던 그녀는 싫지않은척 부르스 자세로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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