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404호 - 28편 > 야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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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

즐거운 404호 - 28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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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19가이드
댓글 0건 조회 62,591회 작성일 20-09-14 15:44

본문

참고인 조사를 받은 성기가 경찰서 건물을 빠져나온다. 담당형사로 부터 선영이의 유서와 사건경위를 들었다.

유서를 본 성기는 그녀에게 미안함을 감출수가 없었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자살시도까지의 그녀의 마음이 애절하게 녹아 있는 한장의 유서에 성기의 마음이 무거웠다.

자신의 입장에서 무시만이 최선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최선이 아닌 최악으로 다가왔다.

경찰서를 빠져나온 성기가 택시를 잡아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환자복을 입고 누운 선영이가 눈에 들어오자 가슴이 시리다.

자신을 만나지만 않았어도 그녀가 이렇게 누워 있을 이유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왼손 손목엔 붕대가 감겨 있고, 링거병에 주사액들이 한방울씩 선영의 몸속으로 사라진다.

잠들어 있는 선영이의 옆에 다가가 앉는 성기... 그녀의 가느다란 손을 지긋이 잡는다.


"미안해... 누나......."


나즈막히 그녀에게 속삭인다. 마침 간호사가 그녀의 상태를 체크하러 들어왔다.


"오선영씨 보호자 되시나요?"

"네?...... 아...... 네" 

"일단 안정상태지만 무슨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니 계속 지켜보고계세요..." 


바쁜 듯 간호사는 자신의 말만 남긴채 이것저것을 체크하고는 병실밖으로 나간다.

성기는 일단 걱정하고 있을 집으로 연락을 했다. 친구가 아프다는 핑게를 대고는 못들어간다고 말을 했다.


"선영아!..... 이게 무슨일이야..... 니가... 왜?'


소란스럽게 문이 열리며 중년의 부부가 시끄럽게 병실안으로 들어왔다.

보기에도 귀티가 흐르는 부인이 선영이를 보자 눈물을 흘리고 있고, 남자는 그 뒤에서 선영일 지켜보고 있다.

성기는 자리에서 일어나 좀 떨어져 그들을 지켜 본다.


"그러게 집 나두고 왜 혼자산다고 난리였어... 이럴라고 혼자 산다고 한거야?"


여자는 계속해서 잠들어 있는 선영의 이곳저곳을 살피며 말을 이어간다. 아마도 선영의 부모인 듯 싶었다.

성기는 자리를 피하며 병실밖으로 나와 휴게실로 향한다. 몇몇 환자와 가족들이 휴게실에서 담소를 나누며 쉬고 있다.

그들속에 섞여 성기가 비로서 길게 몸을 편다.

늘 웃는 얼굴이었던 선영이... 다소 저돌적이고 당당했던 그녀가 한순간에 이런 모습으로 병원에 누워있다.

어리광을 부리 듯 사랑을 찾으려했던 그녀... 그 사랑을 알면서도 받아 주지 못했던 자신이 한없이 미안하다.


"잠시 이야기좀 할수 있나?"


병실로 들어왔던 남자가 성기에게 다가와 말을 건낸다.


"네......."


두 사람은 지하에 위치한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겼다.


"나.. 선영이 애비 되는 사람일세.... 자네는 선영이와 무슨 관계인가?"

"전................... 아는 후배 입니다...." 


딱히 무슨 관계라고 말하기엔 애매 모호하다. 그저 후배라고 얼버무리고 마는 성기..


"그래도 우리보다 먼저 이렇게 온걸 보면 꽤 깊은 관계인 듯 싶은데..... 뭐하는 청년이지?"

"아직 학생입니다.... 이제 제대하고 복학준비중입니다..." 

"그래...... 이름이?" 

"이성기 입니다..." 

"이성기라.................." 


남자는 탁자의 커피를 한 입 머금고 다시 말을 이었다.


"경찰서에서 이야기 듣기론 유서가 있다던데... 거기 자네 이름이 꽤나 많이 나오는것 같던데....."

"네... 저도 봤습니다....." 

"선영이 유서에 자네 이름까지 들먹인 이유가 ?" 

"......." 


말문이 막혔다.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어디까지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말문이 막힌 성기를 유심히 관찰하는 남자...


"나이는 몇살이지? 후배라면 선영이보다 어리겠군..."

"한살 더 먹어서 올해 25입니다.." 

"난 오중환이라고 하네... 언제 한번 내 사무실로 들러주게... 선영이 이야기도 마무리 할겸..." 


남자가 명함을 건낸다.


"네....... 알겠습니다."

"그만 올라가세... 그 사이 선영이가 깨어났을지 모르니....." 


자리를 털고 일어나 병실로 올라갔다. 여전히 중년 부인은 선영이의 손을 꼭 쥔채 애처러운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고있다.


"음...... 음....."


선영이 눈을 뜨며 미간을 찡그린다. 아마 손목에 통증이 오는듯하다.


"엄마.....?......."

"그래.. 선영아 애미야..... 아빠도 왔어.... 이게 무슨꼴이야....... 으이구 망할년...." 


선영이 눈을 뜨며 주위를 살핀다. 자신이 누워 있는 곳이 병원임을 알고 이슬이 조금씩 맺히고 있다.

그녀의 눈에 멀찍히 떨어져 있는 성기가 들어왔다.


"성기야..........."


그녀가 말을 잇지 못하고 그저 눈물만 흘린다. 여자가 뒤돌아 성기를 쳐다본다.

선영이 손을 뻣으며 성기를 찾자 성기가 다가 섰다.


"이.. 나쁜놈아.. 왜.. 이제 왔어.....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흑흑...."

"미안해.. 누나..... 정말 미안해......" 


남자는 여자를 끌어 병실밖으로 나가며 자리를 피해준다.


"왜.. 그랬어 누나.... 내가 뭐라고 이런짓을 한거야?"

"널 잊을 수가 없었어.... 가슴 한쪽이 빈 듯이 허전하고 어떤것으로 그걸 채울수가 없었어....흑흑..." 

"그러지마 누나... 나.. 나쁜놈이야...... 누나가 이럴수록 난 누나한데 더 나쁜 놈 일수밖에 없어..." 

"이름 불러줘... 누나인거 싫다고 했잖아...." 

"그래... 선영아....." 


선영이는 성기의 손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힘을주어 그의 두손을 잡았다. 

성기는 그런 선영이를 진정시키고는 병실밖으로나왔다.

문밖에서 기다리던 여자가 성기를 쳐다보고는 갑자기 성기의 뺨을 후려친다.


"너야? 우리 선영일 저렇게 만든게?"

"왜.. 이래 이 사람아... 진정해.... 자초지정은 아직 모르잖아..." 

"뭘.. 더 알아야해요? 성기라는 이름 유서에도 나왔던 그 이름..... 우리 선영이한데 무슨짓을 한거야...?" 


여자는 거세게 성기의 멱살을 잡아챈다. 성기는 아무말을 할수가 없었다....


"진정해.... 자초지정을 듣고난 뒤에 흥분해도 늦지않어... 선영이부터 안정을 찾은후에 다시 이야기하자고..."


분이 풀리지 않는 여자가 씩씩거리며 다시 병실로 들어갔다.


"이해하게... 하나밖에 없는 딸년의 자살소동에 많이 흥분했다 샆으니깐....."

"네......." 

"일단 병실을 옮길걸세..... 사람들과 섞인 6인실보단 1인실이 나을 듯 싶어서... 자넨 이제 볼일 있음봐도 되내" 

"아닙니다... 좀더 있다 가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게....." 


1인실로 이동은 너무도 빨랐다. 아담하게 꾸며진 1인실은 6인실보다 편하고 조용했다.

뻘쭘하게 서 있는 성기를 바라보며 선영이 자주 웃는다. 이젠 많이 안정된 모습이다.


"미안해 아빠...이런 모습 보여드려서......"

"괜찮다...다시 이렇게 곁에 있단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이냐... 얼른.. 나아야지..." 

"응... 그럴게요..... 엄마! 미안해...." 

"망할년....." 


아직 진정이 안된 선영의 엄마는 주섬주섬 이것저것을 챙긴다. 선영은 여전히 성기의 손을 잡고 있다.


"전 이제 돌아가겠습니다... 부모님도 오셨고, 누나도 안정을 찾은 듯 싶으니....."

"가지마 성기야.... 같이 있자... 응?" 


돌아간다는 말에 선영이 눈망울이 떨렸다. 그걸 선영의 아빠도 보았다.


"그러게 특별히 일이 없다면 선영이 옆에 있어주게... 우리 보다도 지금은 자네가 필요한 듯 싶으이..."

"......" 

"제발 부탁이야 성기야... 내 옆에 있어줘......" 

"알았어.. 안갈게... 여기 있을게.... 됐지?" 

"응......" 


다시 환하게 웃는 얼굴이 돌아왔다. 병원에서의 시간은 너무도 지루하다. 딱히 할일도 없는 터라 시간은 더디게만 흐른다.

선영의 부모는 집으로 돌아갔다. 둘만이 남은 병실은 썰렁하기만 하다. 하지만 선영은 가까이 있는 성기가 마냥 좋기만하다.


"그만 웃어... 그러다가 입찢어지겠다...."

"히히... 좋기만 한데.... 자주해야겠네... 그래야 너랑 이렇게 같이 있을수 있으니..." 

"미쳤어?" 

"농담이야.... 내가 밉지?" 


선영이 정색을 하고는 질문을 던진다.


"이해는 못하겠지만, 밉지는 않어..... 다신 이런짓하지마...."

"알아써.... 나 화장실좀....." 


선영이 많이 밝아졌다. 성기가 있는내내 어리광도 부려가며 그동안 굶주렸던 정을 느끼려 하는듯하다.


"나.. 사랑해?"


잠자리에 들기위해 준비를 하던 선영이 성기에게 질문을 던진다.


"글세.... 널 사랑할 자격이 내겐 없어....."

"그래? 도대체 그 이유가 뭔지 말안해 줄래?" 

"아마 그 사실을 알면 넌 내곁에 있을려 하지 않을거야.... 그 만큼 난 나쁜놈이니깐...." 

"그래도.. 이야기 해줘... 이유 없이 날 거부하는거 같아 정말 참기 힘들어..." 


성기는 선영이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그녀의 눈을 똑바로 쳐다 본다. 다정스런 선영이의 눈빛이 성기에게 전해져 온다.


"그래.. 이야기해줄게.... 어쩜.. 그게 방법인지도 모르겠다...."


성기는 의자를 끌어 자세를 바로 하고 앉았다. 제대후 동생성은이의 자위를 우연히 보게된거.. 그리고 동생과의 섹스...

엄마 정희의 불타던 섹스의 몸부림... 우연히 스포츠센타에서 마주했던 은영이와의 섹스...

그리고 자신을 짝사랑하며 메달리던 수진이... 수진이외에 세여자와의 집단 섹스....

모든걸 설명하고 있는 성기를 쳐다보는 선영이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이제 내가 얼마나 못됀 놈인지 알겠지? 너의 사랑이 내겐 너무 과분해... 그래서 받을 수가 없는거야."

"......" 

"저번에 말했던것처럼 수진이와 결혼도 하게될지도 몰라... 그러니 나 같은놈 잊어버려...." 


선영이의 큰 눈동자가 초점을 잃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볼을 타고 내리는 눈물... 선영이는 믿기지가 않았다.

자신을 떼어내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는것만 같았다.


"정말이야? 지금 말한것들... 날 떼어내기 위해 지어낸거 아니고?"

"사실이야... 믿기지 않겠지만, 모두가 사실이야..." 

"사랑해? 그들을?" 

"사랑? 글세... 엄마로써 동생으로서 사랑하지만, 이성으로서 사랑하는지는 모르겠다." 

"나 같은 놈이 순수한 사랑을 알까?"

"난? 날 사랑한다고 느낀적은 있어?" 

"......" 

"나쁜놈..... 흑흑...." 


선영이 다리 사이에 얼굴을 묻고 울기 시작했다. 그녀를 위로해줄수 없는 성기는 그저 그녀를 바라볼 뿐이다.

한참이나 울던 그녀가 머리를 들고는 흘러내린 눈물 자국들을 딱아 낸다.


"그래서.. 수진이라는 아이와 결혼할꺼야?"

"아마.. 그렇게 되겠지.... 내가 나쁜놈이긴 하지만, 그 아이 가슴에 상처 주고 싶지는 않으니깐" 

"그럼.. 내 가슴에 상처는?" 

"그래서 처음부터 너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말했던거잖아..... 날 잊으라고 그렇게 말했던건데...." 

"나.. 좀 누울래.....어지럽다...." 


선영은 자리에 눕더니 이불을 얼굴까지 가리고 덥는다. 한숨섞인 숨소리가 이불을 들썩거리게 만들었다.

성기는 병실 밖으로 나가 휴게실을 찾았다. 담배하나를 피워 문다. 홀가분하다.

나쁜놈이 되서라도 그녀의 마음을 정리할수 있어서. 이젠 선영이 자연스럽게 자신을 잊을 수 있을거라 생각되었다.

복잡해진 머리속이 정리가 된 듯 시원하다. 병실로 돌아온 성기가 선영이의 옆에 앉았다.

이불을 덥고 누워있지만, 들썩거리며 뒤척이는 선영이다.


"아.. 씨.... 나쁜새끼..... 그거 다 거짓말이지? 난 믿을 수가 없어... 어떻게 엄마와 동생하고 관계를 해?"

"......" 

"너.. 지금 쑈하는거지? 나 안 믿을래.... 이런 방법으로 날 떼어내려 했다면 판단 미쓰야...." 

"선영아...... 왜.. 말을 안믿어....." 

"암튼.. 안믿어.... 도저히 믿을수가 없는 이야기들이잖아...." 

"대질 신문이라도 할래? 그래야 믿겠니?" 

"어.... 단체로 했다던 그 여자들 모두 내 앞에 데리고와... 그래야 믿을수 있을거 같아..." 

"너.. 정말 ..... 정말 못말리겠다...." 


이불을 박차고 일어선 선영이 성기에게 와락 안긴다.


"나.. 버리지마... 너 없인 아무것도 할수가 없단말야... 말도 안되는 그런것들... 나.. 안믿을래...."

"잠깐만.... 이게 모두 사실이면 어쩔래... 그땐 잊겠니?" 

"아니... 날 떼어내기위해 보여주려 하지마.... 그냥.. 내 맘속에 넌 너니깐...." 

"아~~~미치겠다....." 


성기의 품에 안겼던 선영이의 입술이 그의 입술을 찾아 떠난다.

천천히 다가간 선영이의 입술... 너무도 간절히 성기를 원하 듯 화장기 없는 입술이 빛나고 있다.

성기의 입에 포개지며 혀가 그의 다문 입술을 적시며 벌어지게 만든다. 벌어진 입술사이로 선영이 혀를 집어 넣었다.

성기의 혀와 접촉한 그녀의 혀는 서로의 몸을 휘감고는 뜨거운 숨을 토해 낸다.


"죽을때 까지 널 사랑할거야... 그러니.. 나 버리지마...."

"이러지마... 내 몸을 가질수는 있겠지만, 내 맘을 주기엔 네가 너무 힘들어... 그냥 잊어.... 너에겐 너무 모자라니깐..." 

"아니.... 니곁에 있을거야... 니가 따른 여자랑 결혼을 한다해도...." 

"그러기엔 니가 너무 불쌍해...." 

"그래도 할래.... 니 곁에서 널 바라보는 해바라기가 되도... 널.. 사랑할거야...." 


뜨거워진 입술 만큼이나 선영이의 가슴도 뜨거웠다. 자신의 사랑을 챙취하기 위해선 모든 할 각오이다.

설령 그가 남의 남자가 된다해도 선영이는 그의 곁에 머물고 싶었다. 이제까지 한번도 느끼지 못했던 첫느낌의 사랑...


"일루 올라와... 같이 자자...."

"둘이 쓰긴 불편해.. 그냥 거기서 자... 난 밑에서 잘게..." 

"싫어... 올라와... 네 품에 안겨서 잘래..." 


싫다는 성기의 팔을 끌어당겨 침대위로 올라오게 한 선영은 성기를 눕히고는 그의 품을 파고 들었다.

앞으로 더 힘들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잠시 서글퍼 졌지만, 그래도 이렇게 그의 품을 차지 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그녀는 너무도 좋았다. 단단한 팔과 체온이 전해지는 밀착감....


"사랑해... 성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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