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랑 - 16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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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보아왔던 어떠한 여자의 나신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매끄럽고 부드러워 보이는 살결과 뽀야기까지 해
젖내음까지 풍기는 건 아닌가하는 애기 피부인 아리의 모습에 눈을 때지 못하곤 그대로 아리와 마찬가지로 굳어져버린다.
천천히 손을 뒤로 더듬어 이불을 움켜쥔 아리는 다시 천천히 그 이불로 자신의 드러난 몸을 가리듯 감싸 안는다.
이때만 해도 민기는 정신을 못 차린 채 몸과 함께 아리의 흔들리는 눈빛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넋 놓고 자신을 바라보는
민기의 시선에 아리는 이불로 온 몸을 감싼 후 크게 심호흡을 하는 모습을 민기에게 보여주었다.
"꺅!!!!!!!!!!!!!!!!!!!!!!!!!!!!!!!!!!!!!!!!!"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얼떨결에 아리의 알몸을 본 민기도 그런 아리의 엄청 큰 목소리에 놀라 뒷걸음질을 치며 그대로
문밖으로 구르듯 넘어지며 방을 나서게 된다. 곧바로 문을 닫고 그 문에 기대어 민기가 턱까지 찬 숨을 애써 진정시키려
노력한다.
그 짧은 시간이었지만, 분명 아리의 모습에 황홀감을 느낀 민기는 서둘러 문을 닫고는 심하게 고동치는 가슴을 애써 진정
시키며 고개를 세차게 흔들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당연히 자신의 동생을 보고 이런 감정을 느꼈다는 것에 대한 반성과
자책이었다. 아무리 아리의 몸이 얼굴만큼 예쁘다고는 해도 말이다.
문이 닫히고도 1~2초 동안 그 비명소리가 이어졌고, 잠시 후 갑자기 문을 향해 뭐가 날아왔는지 '쿵~'하는 충격음과 함께
기대고 있던 민기의 뒤통수에 약간의 미동을 느끼게 된다. 고함소리를 듣고 옆방에서 중얼거리며 중년 아저씨가 걸어 나오자 민기는 누구에게 사과를 하는지 그대로 말을 한다.
" 미...미안...."
" ......."
" 아리야.. 진짜 미안해..무..문을 잠구어야지... 거..겁도 없이 "
" ....됐어요!"
" ......우..우는 건 아니지? 혹시.. 울면....미안해.. 나 그냥 갈게.."
" ......"
" 정말.. 미안해.. 그럼 쉬,,어..."
" ....어딜 가요!.... 펴..편의점에서도 팔아요..."
" 응?"
" ...스타킹 말이에요!!"
" 아..알았어....그..금방 다녀올게...."
민기가 사다준 스타킹까지 신은 아리는 방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또 민기를 노려본다. 스타킹을 사서 들어가기 전에 노크
부터 한 민기는 방에 들어가려는데 아리가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기에 스타킹만을 내려놓고는 그대로 밖으로 향하게 된다.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필통을 보고나서야 방금 전 머리에 미동을 느끼게 했던 것이 필통임을 알게 되며 그대로 문 바로
앞에 등을 기대고 서 있었다.
운동화에 방금 사온 기모스타킹을 신고 교복치마에 흰 티 위에 또 교복을 입고 그 위에 학교 추리닝까지 걸친 아리의 모습에 귀여움을 느끼면서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먼저 걸어 나가는 아리의 뒤를 쫓는 민기였다. 계단을 내려가는데 아리가
갑자기 발걸음을 멈췄기에 뒤에 따라오던 민기도 몇 계단 위에 멈춰 서게 된다.
고개도 돌리지 않고 아리가 중얼거리듯 말을 뱉어내기 시작했다.
" 훔쳐보기 대마왕...."
" ..."
" 변태..."
" ..."
" 끔찍해..."
" ...."
" 혹시 훔쳐보기 환자가 아닌지 몰라..."
" 아..아리야....."
" 왜요?!!!"
" ........"
" 다 봤죠?!! 아주 대놓고...."
" ....아..아니야.. 갑자기 사람이 너무 놀라면 시야가 희미해진다고..."
" 말은 잘해요....그런데 눈동자는 왜 아래로 점점 내려가는 건데?!!"
" 내..내가?....."
" .........배에 있는 상처까지.... 남한테 보이고 싶지 않았는데......"
" 사..상처?"
" 다 봤죠? 그 상처까지.. 다 본거죠?!! 이제 시집을 어떻게 가라고..."
" 아..아니야.. 상처가 어딨다고... "
" 역시........다 봤구나."
" 무..뭐?"
" ......"
'꿍!!'
"윽!!!"
아리가 그대로 뒤로 돌아 주먹을 날렸다. 분명 아리의 의도는 분한 마음에 민기의 복부를 강타하려는 속셈이었는데, 위치가
좋지 않았다. 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민기는 그대로 꼬꾸라지며 계단의 난간을 잡고 쓰러지며 나머지 한손으로 자신의
낭심을 잡고는 그 곳에서 느껴진 엄청난 고통에 고개까지 숙여 흐느끼듯 고통을 호소하게 된다.
아리는 깜짝 놀란 것도 잠시 자신의 손을 정말로 못 만질 것이라도 닿은 사람처럼 연신 옷에 손을 문지르며 고통스러워하는
민기를 오히려 원망하기 시작한다.
" 지..진짜!!! 왜 자꾸 그래요!!"
" ......내..내가 무..뭘.....으..윽.."
" 씨.. 손 썩잖아요!!"
" 무..뭐?....누..가 때린 건데...."
" 씨!!!!"
'후다다닥'
다시 계단을 뛰어 올라가는 아리의 모습은 언제 아팠냐는 듯 아니 이 창피한 상황이 너무도 부끄러운지 그대로 쏜살같이
계단을 내려가 버렸다. 민기는 여전히 난간을 잡고 하반신에 느껴지는 고통을 참지 못하며 결국 뒷 허리를 손으로 두드리며 억울함까지 느꼈는지 원망스럽게 아리의 사라지는 모습을 쫓아 시선을 옮기게 된다.
" 아따!! 아그야.. 울 형님 오시기전에 다 불라니까.. 울 형님 엄청 무서븐 사람이랑께.."
" 정..정말 이에요.. 정말 수원강호에 아는 형이 구해달라고 해서..."
" 허~~ 그게 말이 되냐고.... 자그마치 2kg이다.. 2kg...아는 형이 구해달라고 해서 구해 줄 물량이냐? 그럼 너네 오야봉이
아!!~ 이 새끼 의리 끝장나는구나.. 고로코롬 착한 놈한테는 아무 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물건부터 내줘라~~
했단 말이냐? 앙?!!!!"
" ....그..그건."
" 이 조댕이를 찢어버릴 새끼야.. 확! 찢어줄까? 술술 말 잘할 수 있게?.."
" ....지..진짜에요!!"
" 허~~ 이 새끼가 그래도.."
"그 새끼냐?"
계단을 쫓아 올라갔지만, 결국 아리가 문을 열어주지 않자 포기한 민기는 사무실에 도착해 마침 걸려온 동민의 전화를 받고 흥신소 건물에서 조금 떨어진 빈 공장의 창고로 향하게 된다. 이미 많이 맞은 듯 한 남자가 의자에 뒤로 손을 묶인 채 얼굴이 엉망이 되어 앉아 있는 모습과 함께 동민이 그 남자의 앞에 서있는 모습을 보며 민기가 들어섰을 때 깜딩이와 한기 그리고
중한이와 꿀샘이 동시에 민기에게 인사를 한다.
그런 민기에게 깜딩이 다가와 귓속말로 이 남자가 민기가 예상하고 있는 귀두파의 놈 중 하나인 것과 조사 결과 그 약을 공급하는데 직접 운반책으로 움직였다는 것까지 얘기하기 시작한다. 앞서 인천에 아는 사람이 많다는 동민이 얘길 했던 깜딩은
흑인계 남자와 어머니 사이에서 혼혈로 때어나 어릴 때부터 고생이라는 고생은 전부 독차지하며 이미 11살 때 어머니에게
버림받고 막 살던 끝에 동민을 만나 민기의 밑으로 들어온 키가 192나 되는 덩치가 산만한 남자다. 흑인계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DNA로 인해 깜딩이라는 별명으로 통하는 의외로 주먹보다는 칼을 좋아하는 조금은 잔인한 성격의 남자였다.
그런 깜딩은 민기와 귓속말을 다 끝내고 나선 간의 접이식 의자를 하나 가져와 동민이 서 있던 자리에 놓는다.
천천히 의자에 앉은 민기는 똑바로 남자를 쳐다보며 타이르듯 부드럽게 얘길 하기 시작했다.
" 음~.. 그래서?"
" 예??"
" 너 말고.. 이 새끼.. 근데 너 이름이 뭐냐?"
" ....."
" 이름이 없어? 이름을 묻잖냐..."
" ...깔치라고 합니다.."
" 깔치? 넌 니 어머님이 이름을 깔치라고 지어줬냐? 태어날 때부터 호적에 깔치라고 적어 놨어?!"
" ....."
" 어허.. 내가 저기 등치 산만한 놈한테 다시 물어봐야겠냐?"
" 창..기... 우창기 입니다.."
" 그래.. 창기.. 이름도 좋구먼... 여기 왜 끌려 왔는지는 알고?"
" ...저..정말 전 아무것도 모릅니다.. 그냥 시키는 대로..."
" ...너 몇 살이냐?"
" .....22살....입.."
" 저기,... 네 앞에 서있던 놈 말이다..."
" ...."
" 저 새끼 눈깔 한 짝을 내가 저렇게 만들었는데 말이다.....참.. 사람 눈깔이란 게.. 잘 터지더라고...무슨 계란 노른자 같이..
엄지손가락으로 쑤~~욱하고 찔러 넣으면.. 그냥 물컹하고 끝이란 말이지...."
" 저..정말 몰라요... 전... 아무것도..."
" 아직도 말이야.. 그 감촉을 잊을 수가 없단 말이야.... 가끔 저 새끼한테 미안하면서도....또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이제 겨우 22살인데.. 평생 앞 못 보고 살 생각하면..."
" 혀..형님 정말 전 모..몰라요."
" 형님? 내가 왜 네 형님이냐? 네 형님은 귀두놈들 아니냐..."
" ....흑흑~~"
" 난 말이야... 배신하는 새끼들은 진짜 용서 못하는데 말이다... 아!.. 너 보고 한 말이 아니고... 이상하게.. 이번 건이..
그런 느낌이 든단 말이다...."
" ......흑.."
" 울지 말고.... 그냥 몇 가지만 내가 하는 말이 맞으면 고개만 끄덕이면 된다....알겠지?"
" ......"
" 그 반찬이 수원에서 우리 조직하고 놀던 길상이란 놈한테 전해지기까지가.... 좀 이해가 안 가는 게 많잖냐.. 안 그냐?"
" ....."
" 아무리.. 생긴 지 얼마 안 된 신생이라도 철민파라고 하면 이 바닥 새끼들은 전부 알텐데 말이지.... 그런데 감히..
길상이 놈이 그렇게 지랄하는 게 꼭 뒤에 누가 있던 거 같단 말이야.. 그게 처음엔 수원 애들인 줄 알았는데....
그 놈들도 족쳐보니까.. 그것들도 누구 지시받고.... 한 거 같던데.. 맞냐??"
" .....모..몰라요."
" 그래.. 여기까진 네가 모를 수 있지... 내가 정말 걱정하는 건...."
말을 하던 민기는 잠시 고개를 숙이곤 생각에 잠긴다. 그 텀이 협박을 당하는 남자에겐 더 두렵게 느껴지는지 민기의 눈치를 살피며 뒤에 무섭게 노려보며 서 있는 동민과 깜딩을 번갈아 쳐다보게 된다.
고개를 든 민기는 품에서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고, 재빨리 동민이 불을 붙여줬다.
" 이번 사건에서.. 이상하게 친숙한 냄새가 자꾸 난단 말이다....."
" ....."
' 이상하지... 길상이가 벌인 일인데... 하찮은 날파리가 귀찮게 날아든 것뿐인데... 말이지......"
" ...저..전 정말 아무것도..."
" 그래.. 어차피 이런 복잡한 사정까지는 모른다고 치고... 네가 그 물건을 길상이한테 가져갔다고 들었는데.. 맞냐?"
" .....예."
" 어디로 가져갔냐? 멍청하게 길상이 사무실론 안갔을거고.."
" ....."
" ...괜찮다니까.... 다 사실대로만 말하면.. 조용히 1~2개월만 잡아 두기만 한다니까...그건 내가 보증한다잖냐.."
" ......XX동...나이트의 룸에서..."
" 강심나이트????"
" 예...저..정말 그땐... 이런 건 줄 모르고 있었어요.. 전 그냥 인천에서 애들하고 놀았는데...
아는 형이 일 한번 같이 하자고 해서... 정말이에요.. 심부름만 한 거예요.."
" ....그..때..... 혹시 목에 호랭이 콧잔등 그려 있는 사람도 있었냐?"
" 예???...마..맞아요.. 그 사람이 돈이 담긴 서류가방을 저한테 줘.. 줬어요...
정말 전 그 돈 만 받아서 다시 인천으로 왔어요... 그리고 귀두형님한테 전해준게 다에요.. 정..정말이에요.."
" .........."
" 혀..형님 정말입니다.. 정말 거짓말 하나 안보태고.."
" ....... 알았다."
" 혀..형님....형.."
" 아그야.. 이놈은 강사장한테 보내라..."
" 예?? 새우 잡이 강사장님한테 말입니까?"
" 그래.. 약속은 지켜야지... 2개월만 일 시키고.. 풀어주라고 해라.."
" 예 형님..."
" 혀..형님.. 가..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깔치가 한기와 중한이에게 차로 끌려가는 동안 그 창고 안에는 민기와 동민이 그리고 깜딩이만 남게 된다.
담배를 입에 문 채 심각한 표정으로 깔치가 앉아 있는 의자를 노려보고 있는 민기였기에 깜딩은 그대로 서서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있었고, 가만히 있던 동민이 조심스럽게 민기에게 말을 걸게 된다.
" 형님..목에 호랭이 콧잔등이라면.. 혹시 고..."
" 시끄러......"
" ...예??"
" 닥치라고!!"
" .....예 형님...."
" ...........후~~."
길게 담배 연기를 내뿜은 민기는 자신의 불길한 예감이 맞아 떨어진 것에 대해 괴로워하기 시작한다.
그 강심나이트란 물음을 하며 가장 떠올리기 싫었던 인물을 확인시켜준 깔치를 원망까지 하며 민기는 가만히 앞에 놓인
의자를 한참동안 더 노려보게 된다. 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었고, 민기에게 중대한 결단을 필요로 하는 갈림길에
놓이게 만들었다. 아무리 명령대로 움직이는 민기라고 해도 말이다.
" 우선... 이 일은 입 밖에 내지 마라.. 그리고.. 동민아..."
" ...예 형님."
" 귀두... 귀두파란 놈들 더 조사하고....깜딩이랑 직접 내려가서... 보고 와라.. 아는 새끼 있는지.."
" .....예."
" 깜딩아..."
" 예.."
" 수고 좀 더 해줘야겄다.."
" 아닙니다 형님... 당연한 일인데 말입니다.."
" 그래... 가고 싶지 않은곳일텐데....그렇게 생각해주면 고맙고...."
" 아닙니다 형님...."
" 그리고.. 동민아... 눈 얘긴 미안하다..."
" 형님... 형님은 미안이라는 말씀하시면 안 된다고 몇 번을 말씀드렸습니까....전 아무렇지 않습니다 형님.."
" .......그래.."
내일 가라는 민기의 말에도 동민과 깜딩은 차에 올라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거리를 달려 사라졌다. 고민에 찬 민기는 쉽게
그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가만히 차가 사라진 도로를 쳐다보며 다시 입에 담배를 물게 된다. 보통 조폭들이 몸에 그림을 그리는 건 당연한 일로서 일반인들과의 차별을 두기 위한다거나 위협용인 단순한 이유가 아닌 다시는 이 생활에서 떠나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나름대로의 맹세인 셈이라고 민기는 여기고 있었다.
처음 어릴 적에 글씨부터 시작해 그 위에 그림을 덮는 식이거나 예초에 조직 생활로 발을 들여놓고 몸에 화려한 자수를 놓듯 여러 가지 자신의 의미를 새겨 넣는 등 방법과 이유도 천차만별이지만, 목에까지 문신을 하는 조폭은 그리 흔하지 않았기에 깔치가 말한 그 남자의 모습은 민기가 단번에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렇기에 많은 고민을 하며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조사를 더 시키는 민기였다.
가만히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민기는 힘없이 사무실로 향하게 된다. 그만큼 예상하지 못했던 아니 예상했으나 믿기 싫었던
결과였기에 이 생활에 다시 한 번 회의를 느끼며 사무실로 향하게 된다.
사무실에 거의 도착했을 때 문득 보이는 엘르의 간판에 불빛이 켜져 있는 걸 본 민기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사무실로 향하던 발걸음을 엘르로 바꿔 걸어간다. 분명 자신의 부탁으로 오늘 하루 임시휴업을 하기로 한 엘르였는데, 문이 열려 있다는 걸
확인한 민기는 천천히 계단을 내려 음악소리가 들리고 있는 로비로 들어가게 되었고, 텅 빈 로비와 불빛이 꺼진 방들을 보며 잠시 문을 연건 아닌지 확인하듯 먼저 주방으로 향한다.
주방엔 아리가 음식을 혼자 준비하고 있었다. 들어가려다 말고 민기는 잠시 주춤거리며 주위를 다시 둘러보는데 마침 조끼를 입고 쟁반을 들고 나오는 남자가 보였기에 단숨에 그 남자에게 걸어가 물어보게 된다.
" 너 뭐하냐?"
" ....어.. 혀..형님."
" 개나 소나 다 형님이래.... 근데 오늘 쉬는 거 아니었어?"
" 예?? 아~.. 오늘 중요한 예약이 잡혀 있어서요.."
" 그런데? 왜 아리 학생이 저기서 혼자 일을 하고 있는 건데? 이모는? 이모가 나와서 해야지 왜 아리 학생이 서 있냐고?!!"
" 그게... 아줌마가 아프시데요.. 아리한테 감기가 옮은 거 같다고..."
" ...그럼 아리 학생 연락처는? 어떻게 알았고?"
" 그거야 당연하죠.. 알바생 집 전화번호를 모르고 채용한다는 게 더 이상할거 같은데요.."
" ........사장 어딨어?"
" 사..사장님이요?"
" ....."
" 지금 잠깐 나가셨는데요..."
" .... 사장 방에 있을 테니까.. 사장 들어오면 나 좀 보자고 전해.."
" 예??.......예."
사장 방으로 향한 민기는 유일하게 불이 켜져 있는 방을 확인하듯 스쳐지나가며 눈여겨보게 된다.
세 명의 남자들이 엘르의 넘버원부터 쓰리까지 바로 옆에 꿰차고는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보게 된 민기는 왠지 모를 거부감을 느끼며 걸음을 더 재촉하게 된다. 본능적으로 저 놈들과는 어울리면 안 된다는 몸의 속삭임으로 피하듯 사장 방으로 들어가 의자에 앉은 민기는 담배를 입에 물고는 다시 일어나 살짝 문을 열어 놓고 밖의 동향을 관찰하듯 지켜볼 수 있도록 다시 의자를 당겨 그 앞에 비스듬히 앉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리가 방금 전 종업원과 함께 음식을 들고 그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에 민기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문으로 향하는데, 금세 나온 아리의 모습에 안도를 하며 문 바로 옆 벽으로 몸을 숨기고는 아리가 걸어가는 뒷모습을 지켜
보게 되었고, 꾸벅 인사하는 아리의 모습에 다시 숙이던 고개를 들어 엘르의 사장을 확인하곤 아리가 사라지자마자 문틈으로 얼굴을 내밀어 사장에게 손짓을 시작했다. 당연히 민기를 확인한 사장이 멈칫 거리며 당황한 모습을 보였지만, 결국 사장의
방으로 걸어 들어오게 된다.
" 뭡니까? 분명 오늘은 쉬라고 했을 텐데.."
" 아.. 글쎄.. 예약이 있었지 뭔가.."
" 다음으로 미루면 되죠!"
" 그렇게 대할 분들이 아니란 말일세.."
" .... 누군데요?"
" 윗분들이야... 윗분들.."
" 그러니까 누구냐고요!?"
" ... 한분은 경찰청 생안과 과장님이시고.. 다른 한분은 경찰서장님이셔..."
" 나머지 한 놈은요?"
" 듣기론 검찰청 소속이라는데... 뭐 검사나 그런 거겠지.."
" ......그런데 왜 아리를 불렀습니까?"
" 그럼 어떡하나.. 아줌마가 감기로 열이 40도라는데... 아리한테 감기를 옮았다고.. 아니.. 자기가 옮겼다고 아리 스스로
말하고 연락하니까 오히려 미안해하면서 자기가 온다는데.."
" ....."
" 당장 보내세요... 더 이상 시킬 거 없잖아요! 당장 돌려보내세요!"
" ..아..알았다고...너무 흥분하지 말라고...."
" ...."
사장이 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갑자기 접대하던 여자가 그 방에서 뛰어나와 점원을 부른다.
로비에서 대기하고 있던 종업원이 황급히 달려와선 뭐라고 말을 하는 여자의 말을 듣고는 난색을 표해보지만,이내 알았다는 듯 얘길 끝내곤 뒤로 돌아 주방으로 향하는 모습에 민기는 갑자기 몰려든 불안감에 그 뒤를 쫓아 달려가게 된다.
입구에서 종업원의 뒤를 쫓아 나오는 아리의 모습을 확인하곤 당황하듯 놀란 아리가 입을 열었다.
" 아..아저씨..."
" 혀..형님..."
" 뭐냐?"
" ....예?"
" 왜 가게에 나온 거냐고?"
" 예약 손님이 있는데 어떻게 해요?"
" ... 너 아픈 거 아니었어?"
" 약 먹고 한 숨 푸~~~욱 자니까 괜찮아 졌어요.."
" 몇 시간이나 지났다고..."
" 괜찮다니까.."
" .. 저긴 왜 가는데?"
" 아!~~ 저기 손님들이 제가 끓인 오뎅탕이 너무 맛있다고 어떻게 끓였냐고 물어본다고 해서요..헤헤~~
아줌마 어깨 너머로 배운 것 중에 가장 자신 있는걸 주문해서 얼마나 다행으로 여겼는지.."
" .........."
" 제가... 한 요리 하잖아요..큭큭.."
" 진짜야?"
" 예?? 당연하죠! 제가 생긴 건 요리 하나 못하게 도도하고, 깜찍하고. 매력적으로 생.."
" 너 말고!.. 너한테 물어보는 거다.. 진짜냐?"
민기가 무섭게 종업원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 ....예."
" 만약에.. 저 새끼들이 아리한테 손 하나 까딱하면... 너도 같이 묻어 버릴 테니까.. 알아서 해라..."
" ...예??"
" 풋~~.. 아저씬.. 저 사람들 전부 경찰이래요.. 무슨 말도 안 되는.."
" ....."
세상물정 모르는 아리의 해맑은 미소에 더 애처로운 듯 바라보는 민기다. 맞다.. 아리의 말대로 이 세상에서 가장 법을
준수하고 법을 정의해야 하는 것이 경찰이고 검사였지만, 민기가 알고 있는 자신과 연관 되어 있는 그 어르신들은 너무도
달랐기에 아리에게 자세히 설명까지 해주고 싶다는 생각까지 해 보지만, 이내 두 사람을 놓아주듯 통로에서 물러나 벽에
기댄 채 고개를 숙이는 민기였다.
두 사람이 룸 안으로 모습을 사라졌을 때, 민기는 조심스럽게 룸의 유리창에 바짝 다가가 벽에 다시 기대며 들리지 않는 안의 목소리들을 들으려 노력하게 된다. 그 짧았던 1분이 10분처럼 느껴졌고, 5분이 5시간처럼 느끼며 민기는 안절부절 못하며
그렇게 벽에 기댄 채 무섭게 맞은편 벽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5분이 약간 넘었을 때 아리와 점원이 방에서 나온다. 민기는 서둘러 아리의 표정부터 살피는데 다행이 입가에 미소를 띤 아리는 자랑스럽다는 듯 손에 들고 있는 10만원권 수표를 민기의 얼굴을 향해 번쩍 들어 보여준다.
" 무..뭐야? 이거.."
" 큭큭!! 이 세상 남자들이 전부 아저씨 같은 사람인줄 아시나?!!"
" ....뭐?"
" 저 아저씨가.. 꼭 옛날 고생하면서 대학교에 다녔을 때 먹었던 오뎅탕이 생각났다고! 어린대도 음식솜씨가 기똥차다고
이렇게 팁까지 줬다는 거 아닙니까!!! 안 받으려고 했는데.. 절 체포한데요..안 받으면..크크크크.."
" ....그래?"
" 대학생 같은데.. 이런 접대부로 안 빠지고 주방에서 일하는 게 대견스럽다고.. 옆에 언니들한테 미안해 죽겠었다니까요..."
" ... 휴~~.. 다행이다.."
" 다행은.. 제 주위에서!! 제일 경계 대상이 누군지 아세요?!!"
" ....?"
" 아저씨에요!! 아저씨!!!.. 다시는 아저씨랑 단둘이 한방에 있나봐라...."
" ...그..그건.."
" 아리야.. 그건 무슨 말이야?"
" 몰라도 돼!! 새꺄!!"
" ....."
대화를 듣고 있던 종업원이 아리에게 궁금하다는 듯 물어보자 버럭 화를 내며 돌아서 다시 사장의 방으로 가버린 민기였다.
문을 여는데 사장이 셋의 대화를 훔쳐 듣고 있었는지 그대로 문에 머리를 찢게 된다. 황당함에 화도 안 난 민기는 그대로
사장을 지나 의자에 앉고는 다시 무섭게 노려보며 아리를 돌려보내라는 말을 연거푸 하게 된다.
곤란해 하던 사장은 다 떨어졌을 과일 안주만 하나 더 만들게 해도 되냐고 어렵게 말을 꺼냈고, 자신이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알고 있는 민기는 그러라는 말을 하곤 의자에 허리를 숙여 고개를 숙이게 된다. 얼마나 지났을까 자신의 어깨를 툭툭 치는
손길에 민기가 고개를 들게 된다. 머리가 복잡해 그대로 고개를 숙인 채 한참을 생각에 빠져 있던 민기는 바로 앞에 아리가
다가왔다는 것도 몰랐고, 아리의 모습에 번쩍 정신을 차리곤 말을 더듬으며 아리를 부르게 된다.
" 아..리야.."
" ...가요."
" ,,,응?"
"아저씨가 또 사장님 협박했잖아요.."
" ...내..내가?"
" 참나.. 과일 안주 만드는데 옆에서 계속 재촉하게 만들었으면서.. 발뺌은...."
" ..."
" 가자고요.. 저 오늘 한 끼도 못 먹었어요..."
" ...."
" 아직 머리도 약간 어지럽고..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걸 만지게 했으니까!! 약속대로 밥 사달라고요!!"
" 그..그래.. 당연히 사줘야지... 근데 끔찍한 거??"
" ......씨~~"
" 아..아니야.. 가자.."
걸음을 옮기며 시계를 본 민기는 벌서 11시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걸 확인하고는 배가 많이 고플 아리를 걱정하듯 발걸음을
빨리 움직이게 된다. 정작 아리가 따라오기도 힘들어 한다는 걸 먼저 걸어 나가던 민기가 뒤늦게 알게 된다.
그제야 뒤를 돌아 한숨을 쉬며 땀을 닦는 아리의 모습을 보게 되었고, 그 땀이 얼마 지나지 않아 한동안 눈물이 되는 것도
모른 채 신경질적으로 아리에게 짜증을 부리게 된다.
" 뭐... 해? 괜찮다며.. 엄살이냐?"
" ..후~~"
" 먹고 싶은 거 다 사준다니까.. 뭐하냐?!!"
" ..오케이!!..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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