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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

섹스 게임 - 17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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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19가이드
댓글 0건 조회 51,144회 작성일 21-01-19 15:43

본문

- 첫 번째 투표 방식을 알려드리겠습니다. 하하하.


첫 번째 게임의 투표가 시작이 되려고 하였다. 치킨 박의 투표 방식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려고 할 때, 참여자들 주위에 있던
컴퍼니 직원들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덧 참여자들 기준으로 우측으로 10미터 떨어진 곳에 파란
천막이 쳐지며, 일종의 기표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졌다.


- 우리 직원들 잽싸죠? 하하하. 파란 천막에 들어가시면 1번부터 6번까지 쓰여 진 종이가 하나씩 있습니다. 자신의 번호에
 맞는 종이에 추행범이라 생각되는 팀의 번호를 볼펜으로 쓰시면 됩니다. 그리고 앞에 작은 투표함이 있을 테니, 그곳에
 종이를 넣으시면 되겠습니다. 하하하. 참 간단하지요. 부부가 함께 하셔도 좋고, 한 분이 대표로 가셔서 투표해도 됩니다.
 이번 투표에서는 당연히 피해자 팀인 1번 최민혁님과 김서영님 부부는 투표권이 없습니다. 그러면 2번 김영수님과 박은희님
 부터 시작해 볼까요?
 


치킨 박이 투표의 시작을 알렸다. 먼저 투표하게 된, 영수가 아내 은희에게 눈짓을 했다. 은희가 고개를 끄덕거렸고, 영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투표함이 있는 천막 안으로 혼자 가려는 것 같았다.
 


“후...” 


영수가 숨을 내쉬고 천막을 향해 걸어갔다. 약 10미터의 거리를 걸으면서도 영수는 머릿속으로 깊은 고민을 해야했다. 


‘정말 4번을 찍어야 하나. 3번을 찍으면 탈락시킬 수 있을 것 같은데... 4번 부부는 분명 3번을 찍을 것이란 말이야. 아닌가?
그년 때문에 추행범으로 지목된 나를 선택할 것인가... 아 침착하자. 다시 정리해 볼까.’ 
천막 안으로 들어간 영수는 2번
종이를 손으로 집었다. 그리고 오른 손으로 볼펜을 들었지만, 어떤 팀에게 표를 던져야 할지, 고심하고 있었다.


‘3번은 4번에게 투표, 6번도 4번에게 투표, 그러면 4번은 2표가 확정이란 말이야. 내가 4번을 선택하면 4번은 3표를 받아서
반드시 탈락하게 될 것인데... 만약 내가 3번을 선택하면... 4번이나 5번 부부 중 한 팀이 3번에게 투표하면 동반 탈락도
가능할 텐데... 그년이 추행범 후보로 나를 지목했으니... 4번이 나를 선택할 가능성이 생겨버렸어... 아... 그리고 그년 말로는
5번 부부도 한 팀이라고 했으니... 젠장. 결국 4번인가. 괜히 다른 팀에 투표했다가... 6번 그 자식 눈 밖에 나면... 두 번째
게임부터 힘들어 질 것 같고... 아 씨발.’
 


영수는 고민을 했지만, 방법이 없었다. 서영의 말에 자신과 연합한 6번 부부, 특히 영호의 마음이 흔들려 버린 것이 결정적
이었다. 
‘역시... 그년... 반드시 죽여야 했는데... 그런 꼼수를 부리다니... 젠장.’


영수는 다 된 밥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서영의 꼼수로 다 된 밥상을 뒤엎게 되자, 짜증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영수는 자신의
선택권이 없음을 인정해야 했다. 할 수 없이 자신의 투표 용지에 4라는 숫자를 쓰고, 투표함에 넣었다.
 


- 하하하. 2번 김영수님이 투표를 하셨나 봅니다. 천막에서 나오시네요. 자, 이번에는 3번 부부인 한명진님, 이수영님 부부
 입니다. 투표 하십시오.
 


투표를 마친 영수가 똥을 씹은 표정으로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다름 투표 차례인 명진과 수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함께 투표를 하려는 듯, 천막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맞지?” 


천막 안으로 들어간 수영이 명진에게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을 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자신의 손가락 네 개를 펼쳐 보였다.
명진이 그 모습을 보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수영은 고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2라운드에서 희자 부부에게 얼마나
굴욕을 당했던가. 더구나 서영의 말에 따르면 4번 부부가 추행범이라고 하였다.
 


“됐어.” 


수영이 투표용지에 4라는 숫자를 적고, 투표함에 넣었다. 그리고 비교적 편안한 마음으로 명진과 천막에서 나왔다. 


- 하하하. 다음 차례는 4번 조영철님, 김희자님 차례입니다. 투표하십시오. 


투표를 마친 명진과 수영이 돌아와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영철과 희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희자가 모든 참여자들을
한 번 노려보고, 투표를 위해서 천막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영철이 그 뒤를 따랐다. 
얼마 시간이 지난 후, 희자 부부가 투표를
끝냈고, 다음은 민석과 지민 부부였는데, 이들 부부는 투표를 하기 전에도 기도를 했다.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두 손을
맞잡은 채, 기도를 했는데, 민석과 지민은 시간이 지체되는 것이 짜증났던 희자에게 욕설을 먹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우리 차례군요.” 


민석과 지민이 투표를 마치고 돌아오자, 치킨 박이 지시하지도 않았는데, 영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서영의 한 번
쳐다보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서영은 왜 영호가 그런 표정을 짓는지 알 수 없었지만,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투표 하고 오겠습니다.” 


누구에게 말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영호가 투표한다는 말을 남기고 천막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천막 안으로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투표를 마치고 천막 밖으로 나왔다. 모든 참여자가 첫 번째 투표를 끝냈다. 이제는 결과만 기다려야 했다.
 


- 하하하. 그러면 저희 컴퍼니가 개표를 해서 누가 탈락했는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5분 뒤에 돌아오죠. 


스크린에서 치킨 박이 사라지고, 천막 안에 있던 투표함을 든 컴퍼니 직원이 밖으로 나와 어디론가 걸어가기 시작했다. 


“너희들 정말 우리를 선택한 것 아니지? 진짜 아니지?” 


희자가 일어나 참여자들을 향해 말했다. 그러나 그 누구도 대꾸해 주지는 않았다. 아무런 반응이 없자, 희자는 열을 내기
시작했다. 내심 자신이 탈락할 것이라는 불안감도 한몫 했다.
 


“진짜 우리를 찍은 거야? 진짜? 씨발... 개 잡놈년들... 우리가 탈락만 해봐. 너희들 다 죽여 버릴 거야.” 


역시나 그 어떤 부부도 희자의 욕설에 반응하지 않았다. 자신이 무시를 당하고 있다는 생각에 희자는 더욱 더 열을 내며
치킨 박이 등장하는 시간까지 욕을 내뱉고 있었다.
 


- 하하하. 우리 큰 언니가 화가 많이 나셨나 봅니다. 자, 집중하세요. 결과 나왔습니다. 


정확히 5분이 지나고 치킨 박이 스크린에 등장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난리를 쳤던 희자도 자리에 앉고 치킨 박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한 팀이 탈락했군요. 하하하. 그 팀이 추행범 팀일까요? 추행범 팀을 잡은 것이라면 이대로 3라운드가 종료가 될 텐데요.
 하하하. 일단 탈락 팀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모든 참여자가 긴장을 하고 있었다. 오로지 참여자들의 24개의 눈은 대형 스크린의 치킨 박을 향해 있었고,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 루저 제도의 희생양은..... 안타깝습니다. 4번 조영철, 김희자님 부부입니다. 


치킨 박의 입을 통해 4번 부부가 탈락했음이 확정이 되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희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서영을 노려보며
달려들었다.
 


“내가 아니라고 했잖아! 씨발년아!” 


민혁이 재빨리 서영의 앞을 막아섰다. 눈이 뒤집힌 희자가 민혁에게 폭력을 가하려고 했으나, 여자의 몸으로 쉽지가 않았다. 더구나 주위에 있던 컴퍼니 직원 몇이 달려들어 희자의 신체를 구속하기 시작했다. 


“우리... 아니었는데... 추행범이 아니었는데...” 


아내 희자의 몸이 컴퍼니 직원들에게 붙잡히는 모습을 보며, 남편인 영철이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싸울 의지도, 반항할
힘도 없어 보였다.
 


- 시간을 드리죠. 김희자님, 조영철님 서로 작별 인사를 나누세요. 


치킨 박이 희자와 영철에게 작별 인사를 할 시간을 주었지만, 그들 부부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영철은 정신줄을 놓은 듯
바닥에 주저앉은 상태에서 ‘아니야’라는 말만 중얼거리고 있었고, 희자는 컴퍼니 직원들에 붙잡힌 상황에서도 계속해서
욕설을 내뱉고 있었다.
 


“이건 무효야. 우리 아니라고! 씨발년놈들아... 아니야!”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치킨 박이 입을 열었다. 


- 더 이상 시간은 드릴 수 없으니... 섹스 게임 규정대로 김희자님, 조영철님의 신체는 저희 컴퍼니에서 인수하겠습니다. 


치킨 박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주위에 있던 컴퍼니 직원들이 몇 명이 더 다가왔다. 그리고 준비한 검은 두건을 희자와
영철의 얼굴에 씌웠다. 희자가 발버둥을 성인 남성 몇 명의 힘을 당해낼 수 없었다.
 


- 처리해. 


치킨 박의 간단한 지시였지만, 모든 참여자는 등골이 오싹할 만큼 무서웠다. 치킨 박의 말 한 마디에 검은 두건이 씌어 진
영철과 희자는 통로 끝의 출입구로 끌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출구를 통해서 밖으로 끌려 간, 영철과 희자는 섹스게임에서
추방이 되었다. 섹스게임에서 추방은 곧 루저를 뜻했고, 루저의 미래는 어떤 것인지 이곳 참여자들은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 하하하. 분위기가 가라앉았군요. 남은 분들은 힘을 내셔야지요. 경쟁자가 사라졌는데.... 자 그러면 4번 부부가 추행범
 이었는지 알려드려야겠지요?
 


4번 부부가 추행범이었다면 3라운드 게임이 종료가 되었다. 그러나 서영과 영수만은 기대를 하지 않았다. 첫 번째 게임의
실질적 당사자들이었으니, 당연히 두 번째 게임이 진행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아쉽지만... 두 번째 게임을 하셔야 합니다. 4번 부부는 추행범이 아니었답니다. 하하하. 


치킨 박의 입에서 4번 부부가 추행범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히자, 영수가 영호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영호는 영수의 원망스런
눈빛을 받고도 크게 표정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 그렇다면 김서영님이 지목하신 팀 중, 또 다른 용의자였던 2번 김영수님이 추행범이었을까요? 하하하. 그건 확인해드릴
 수 없습니다. 추행범이 누구인지 알면, 다음 게임이 재미가 없지요.
 


치킨 박은 추행범이 누구였는지, 공식적으로 밝힐 생각이 없었다. 첫 번째 게임의 추행범은 참여자들끼리 해결할 문제였다.
알아서 놔두면 서로 의심을 하고 또 배신을 하지 않을까 하는 치킨 박의 의도가 담겨 있었다.
 


- 하하하. 대신에 투표 결과는 말씀드리겠습니다. 누가 누구에게 표를 던졌을까요? 하하하. 


모든 참여자가 궁금해 하는 것이었다. 특히, 영수가 더욱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각 팀의 투표성향을 알아야 두 번째 게임을
준비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 4번 부부는 총 3표를 받으셨습니다. 하하. 2번, 3번, 6번 부부가 표를 던지셨지요. 그리고 5번 부부는 기권을 했습니다.
 그리고 탈락하신 4번 부부는 3번에게 투표를 했습니다. 하하하.
 


기도만 하는 5번 부부가 기권을 했다는 말에 두 사람이 크게 놀랐다. 먼저 놀란 사람은 서영이었다. 수영에게 듣긴 했지만,
실제로 5번 부부가 기권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진짜로 기권을 했다. 그렇다면 자신이 마지막 도박이
성공하지 못했다면, 수영 부부가 반드시 탈락했을 것이었다.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껴야 하는 서영이었다.
 


두 번째로 놀란 사람은 영수였다. 서영은 5번 부부가 자신의 연합팀이라고 했다. 그런데 5번 부부는 투표를 기권했다.
그렇다면 서영이 자신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었다. 그때서야 영수는 서영에게 완벽히 당했음을 알 수 있었다. 다 이겨놓은
게임을 서영의 거짓말과 꼼수에 버려야 했다.
 


‘씨발 좆같은 년.’ 영수는 서영부부를 반드시 탈락시킬 것임을 다짐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루저를 만들어야 했다.


- 그렇다면 두 번째 게임을 진행해야 하는데... 시간이 애매하군요. 하하하. 휴식도 취하면서 저녁 식사도 즐기십시오.
 저녁 7시에 이 자리에 모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치킨 박은 일부러 참여자들에게 많은 시간을 주고 있었다. 참여자들에게 시간을 주면 알아서 서로를 배신할 궁리를 하였다.
그들의 대화와 행동은 모두 영상으로 찍히고 있었는데, 제 3자로서 그것을 지켜보는 것이 매우 즐거웠다.
 


“그냥 연속해서 하면 안 됩니까?” 


영호가 치킨 박에게 질문을 했다. 


- 하하하. 게임을 너무 빠르게 진행하더라도 재미가 없지요. 더구나 피해자가 나오는 게임.. 피해자의 정신적 안정도 보장을
 해드려야지요. 하하하. 이런 것이 게임에 대한 복지... 저희 컴퍼니가 추구하는 이념이죠. 하하하. 쉬면서 또 드시면서
 게임을 준비하세요. 최적의 몸 상태, 최적의 정신.. 그래야 멋진 게임이 나오겠지요. 그럼 전 이만.. 저녁 7시에 뵙겠습니다.
 

대형 스크린에서 치킨 박이 사라졌다. 그리고 참여자들에게는 많은 시간이 주어졌다. 3시간은 되었다. 


“아함... 쉬어야겠다.” 


영호가 말을 하고 아내인 효진과 함께 자리를 벗어났다. 그리고 영수와 은희도 뒤를 따랐다. 민석과 지민은 첫 번째 게임이
끝나자마자 또 다시 감사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쉬어야겠어.” 


심신이 지친 서영이 민혁에게 말을 했다. 민혁은 서영이 1시간동안 무슨 짓을 당했고, 또 그 추행범이 설마 영수였는지
묻고 싶었지만, 말을 꺼낼 수는 없었다. 서영이 너무나 지쳐보였기 때문이었다.
 


“응.” 


서영이 천천히 걸어갔다. 그리고 통로의 우측 1번방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 방으로 갈 거야? 이리 와.” 


민혁이 서영에게 좌측 1번방으로 함께 들어가자고 제안을 했다. 그러나 서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미안한데... 잠시만... 혼자 있고 싶어...” 


말을 마친 서영이 우측 1번방으로 들어갔다. 민혁은 서영의 그런 모습이 참 낯설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서영의
모습이 이렇게 변했을까. 한동안 서영이 들어간 우측 1번방을 지켜보던 민혁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숙인 채, 좌측 1번방으로
들어갔다.
 


“해냈어... 우리가 해냈어...”


통로의 좌측 3번방에 명진과 들어 온 수영이 말을 했다. 2라운드에서 엄청난 굴욕과 멸시를 주었던 영철과 희자를 탈락시킨
것이었다. 그런데 수영의 목소리는 딱히 기쁨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슬픔이 한 가득이었다.
 


“자기도... 기쁘지?” 


수영이 질문을 했고, 명진이 고개를 살며시 끄덕거렸다. 


“나도... 너무 기뻐... 기뻐서... 막 눈물이 흐르네...”


수영은 2라운드 게임을 할 때를 떠올렸다. 다른 것은 다 참을 수 있었지만, 말 못하고 듣지 못하는 명진을 향해 병신이라고
말하는 희자가 너무나 죽이고 싶을 만큼 원망스러웠다. 그러나 그 당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울지....말라고?... 안 울게... 진짜 안 울 거야...” 


명진이 촉촉이 젖은 수영의 눈 주위를 닦아 주었다. 


“나 정말... 바보인가 봐... 이렇게 기쁜데... 눈물이나 흘리고... 아직 멀었나 봐... 우리 아기 생각하면....
 더 강해져야 하는데... 아직 엄마가 아닌 가봐...”
 


연신 눈물을 닦아 내지만, 수영의 말은 점점 떨리고 있었다. 그런 수영의 바라보며 명진이 다가갔다. 그리고 두 팔을 벌려
수영을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고마워... 내 옆에 있어줘서... ” 


수영의 말에 명진이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조금만 더 참... 으면 되겠지?... 이번 라운드만 통과하면... 되겠지?” 


대답을 못하는 명진이 자신의 볼을 수영의 볼에 비비기 시작했다. 수영은 자신의 볼에서 따뜻한 감촉을 느끼며, 더욱 더
명진의 품으로 파고 들어갔다.
 


“이겨 낼... 거야... 이번처럼...지지 않을 거야... 강한 엄마가 될 거야...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될 거야... 그리고 언제나
 사랑스런... 아내가 될 거야...”
 


수영의 말에 명진이 조금씩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지만, 명진의 품에 있는 수영은 그것을 알 수가 없었다. 


‘수영아... 아니, 자기야... 나도 강한 아빠... 부끄럽지 않은 아빠... 그리고 믿음직한 남편이 될 거야... 사랑해.’ 

명진이 마음속으로 수영에게 대답했다. 그 마음이 통했는지, 수영의 두 팔이 명진의 몸을 더욱 강하게 껴안기 시작했다. 


서영은 통로 우측 1번방 침대에 누워 있었다. 중간에 민혁이 찾아와서 저녁 식사를 하자고 했지만, 서영은 입맛이 없었다.
당장의 배고픔보다는 정신적인 안정이 먼저였다. 다행히 첫 번째 게임에서 영수의 계획을 막을 수는 있었지만, 자신의 도박이
성공하지 못했다면, 그 결과는 상상만하더라도 아찔했다.
 


‘복수 할 거야... 반드시...’ 


2라운드 게임부터 영수에게 끊임없이 성적 유린을 당한 서영이었다. 그래서 이번 3라운드에서는 반드시 영수 부부를
탈락시키고 싶었다. 그러나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총 다섯 부부가 남았는데... 우리와 3번 부부가 한 팀이고... 2번 영수 부부와 6번 부부가 또 한 팀인데... 5번 부부는 기권
 팀이니...’
 


사실상 2대2 게임이 되고 있었다. 첫 번째 게임은 영수가 추행범으로 결정이 되면서, 거의 완벽한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서영은 기지를 발휘하며 위기를 벗어났고, 이제 두 번째 게임은 누가 유리할 것, 또 누가 불리할 것도 없는 게임이
되었다.
 


‘이번 게임도... 결국 어느 연합에서 추행범이 나오느냐 게임이 되어버리네... 피해자 쪽에서는 투표권이 없으니...’ 


세 번째 게임이 진행될지, 두 번째 게임에서 3라운드가 종료가 될지, 알 수는 없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두 번째 게임이
사실상 결승전이었다. 추행범이 나오는 연합팀이 필승을 할 것이고, 피해자가 나오는 연합팀은 성적 유린과 더불어 루저
제도의 희생양이 될 것이었다.
 


‘5번 부부를 우리 팀에 데려와도... 이제 소용이 없어... 어차피 2번이나 6번 부부에서 추행범이 결정되어버리면... 2표를
 우리에게 던질 테니...’
 


두 번째 게임의 표수는 총 4표, 그 중 2표를 받게 되면 탈락이 확정이 되었다. 


‘하아... 방법이 없구나... 그나마 다행인 건, 상대도 마찬가지라는 건데...’ 


두 번째 게임은 살아남느냐, 죽느냐를 결정할 만큼 중요한 게임이었지만, 복불복 게임이기도 했다. 최초 추행범을 결정하는
뽑기가 사실상 승부를 가르는 게임이었다.
 


‘변수라면 5번 부부가 추행범으로 결정이 될 때인데... 누구를 피해자로 선택할지... 종잡을 수 없으니...’ 


서영이 5번 부부인 민석과 지민을 떠올렸다. 시종일관 기도만 하는 두 부부, 보는 사람들이 지치고 지겨울 정도로 하느님을
찾고 있었다.
 


‘휴우.....’ 어차피 복불복 게임이 되어버린 이상, 더 이상 고민한다고 답이 나올 문제는 아니었다. 서영이 침대에 누워 한숨을
쉬고 있는데, 이때 1번 방문을 통해 노크 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서영이 물었고, 방문 밖에서 앳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예요. 이수영.” 


서영은 수영이 자신을 찾아오자, 묘한 반가움이 들었다. 아직 100%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어찌됐든 손을 잡고
함께 가야할 팀에는 분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영수의 계획을 방해하지 않았던가. 물론, 수영 부부가 살아야 자신도 살 수
있었기에 한 행동이었다.
 


“들어와요.” 


방문이 열리고 수영이 들어왔다. 생각 이상으로 밝은 표정으로 들어온 수영은 침대에서 일어나 있는 서영에게 말을 했다. 


“괜찮으세요?” 


수영의 물음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는 서영이 대답을 했다. 서영은 그런 수영의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다. 


“쉬었더니... 한결 나아졌어요.” 

“네... 다행이에요.” 


수영은 서영을 걱정했다. 게임 성향 상 피해자가 되면 어떤 참혹한 짓을 당하는지 능이 알고 있는 수영이었기 이곳을 찾아
서영의 얼굴을 보기 전까지 진심으로 걱정하던 그녀였다.
 


“고마워요. 이렇게 걱정해줘서...” 

“아니에요. 저야말로 정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서영과 수영은 20살의 차이가 났다. 서로를 잘 알지 못했지만, 마치 가족과 같은 편안한 느낌을 주고받고 있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둘 다 알 수 없었지만, 확실한 건 서로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울었나 봐요?” 


서영이 수영의 눈이 조금 부어 오른 것을 보며 물었다. 뜻밖의 서영의 질문을 받은 수영이 부끄러운지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 모습을 바라본 서영은 수영의 앳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린 나이답지 않게 차분하고 예의가 바른 수영이었지만,
결국 20살은 아직 애일 뿐이었다.
 


“힘들죠?” 


서영이 다시 물었다. 그러자 수영이 고개를 들고 살짝 미소를 띠며 말을 한다. 


“누구나... 힘들죠.” 


서영은 20살의 어린 수영이 왜 이런 게임에 참여를 했는지 궁금했다. 그러나 묻지는 못했다. 각자의 삶이 다르듯, 또 각자의
사정이라는 것이 있을것이다.
 


“그렇죠. 누구나... 힘들죠.” 

“기뻤어요.” 

“기뻤어요?” 

“네... 그런데 또 슬펐어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서영이 자리에서 일어나 수영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수영을 꼭 안아주었다. 수영은 서영보다 20사이나 어렸지만, 키도 작고
체구는 연약해 보일 정도로 여렸다. 그런 수영을 보자니 매우 안쓰럽다는 생각이 든 서영이었다.
 


“괜찮아요.” 


서영이 수영을 다독거렸다. 그리고 수영이 서영의 품에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원망스런 부부가 떠나서... 너무나 기뻤어요. 그런데 나 때문에... 그들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너무나 슬펐어요.
 그렇게까지 바란 건 아니었는데....”
 


수영이 말을 흐렸고, 서영이 그녀의 뒤통수를 부드럽게 손으로 쓸어내리며 말을 했다. 


“수영씨 잘못 없어요. 그건 수영씨 잘못이 아니에요.” 

“그럴까요?” 

“그럼요.” 


서영의 말에 수영은 마음이 조금씩 안정이 되가는 듯 했다. 


“미안해요. 괜히 제가... 제가 힘을 드려야 하는데... 위로를 받네요.” 

“이미 위로를 받았는걸요.” 


서영이 수영의 몸과 떨어지며 말을 했다. 수영은 서영의 얼굴을 보며 환한 미소를 보여주었다. 


“지금 분위기에 이런 말을 하기 그렇지만...” 

“편하게 해요. 여기에 앉아서...” 


서영이 침대에 앉았다. 그리고 수영의 손을 잡으며 자신의 옆에 앉을 것을 권유했다. 수영이 서영 옆에 자리를 잡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게임에 대한 이야기인데...” 

“음....” 

“그 전에 묻고 싶은 게 있어요. 아... 앞으로 언니라고 해도 될까요?” 


수영이 서영에게 언니라고 불러도 되냐고 물었다. 20살의 차이에 언니라는 말을 듣는 것이 조금은 어색했지만, 서영이
흔쾌히 허락했다.
 


“그래요... 아니... 앞으로 나도 동생으로 생각할게.” 

“고마워요. 언니.” 


두 사람은 한결 더 가까워진 것 같았다. 


“저에게 투표를 하기 전에 윙크를 했잖아요. 왜 그러셨어요? 이미 4번 부부에게 투표를 하기로 계획을 세웠었는데...” 


수영은 서영이 자신에게 눈을 찡긋한 이유가 궁금했다. 수영의 질문을 들은 서영은 이제 솔직하게 모든 것을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서영이 판단하기에는 수영은 믿을만한, 아니 믿어도 되는 사람이었다. 모든 것을 털어놓고 다음 게임을 준비하는
것이 둘 다 4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2번 부부와 6번 부부가 서로 힘을 합친 것을 알지? 우리와 그랬던 것처럼...” 

“네.” 

“사실 첫 번째 게임의 추행범은 2번이었어.” 

“정... 정말이요?” 


수영은 서영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서영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을 했기 때문이었다. 


“응... 영수라는 남자... 그가 추행범이었어.” 

“그런데 왜 언니는... 사람들에게 2번이 추행범이라고 말을 안 했어요? 추행범일 수도 있다고 했지만... 결국 4번 같다고
 말했잖아요.”
 


수영의 질문에 서영이 대답했다. 


“내가 2번이 추행범이라고 확신에 가깝게 말했다면... 사람들이 2번에게 표를 던졌을까? 그리고 수영이도... 4번 말고 2번에
 투표를 했겠어?”
 


“아... 그래서 언니는...” 

“어차피 4번도 탈락시키긴 해야 했으니까... 그리고 사실은...” 

“네.” 

“수영이 네가 위험했어.” 

“제가 위험했다고요?” 


수영은 서영의 말을 듣고 다시 한 번 놀랐다. 서영은 모든 것을 수영에게 털어놓을 생각이었다. 


“2번 영수 부부는... 사실 우리와 2라운드에서 경쟁을 했어. 수영이가 4번 부부와 경쟁을 했듯이...” 

“저... 정말이요.” 


채 얼마 되지도 않는 시간에 수영은 몇 번이나 놀라야 했다. 2번 부부가 서영과 2라운드에서 경쟁을 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응... 그래서 2번 영수 부부와 우리는 서로를 어떻게 탈락시켜야 할지... 고민을 했는데... 마침 첫 번째 게임에서 2번 부부가
 추행범으로 결정이 되었지. 그래서 나를 피해자로 선택한 거야... 그리고 2번 부부와 6번 부부는 우리가 서로 연합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어. 그리고 피해자인 나는 투표권이 없었고... 이해 돼?”
 


서영의 말을 들으며 수영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든 의문들이 풀렸다. 엉켜있던 머릿속은 퍼즐을 맞춰가는 것처럼 모든
상황이 정리가 되고 있었다. 그리고 수영이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그들이 저희를 먼저 노렸다는 건가요?” 

“응. 사실상 피해자는 탈락이 면제가 되니까.” 

“그래서 언니는 일부로... 추행범을 단정하지... 않았군요.” 

“우리가 졌던 게임이었어. 2번 부부가 추행범이 되고... 내가 피해자가 되면서... 영수라는 사람이 자신 있게 자신의 계획을
 알려줬지만...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어. 계획을 아는데 막지 못하니까... 너무 힘들었어. 머리는 복잡했고... 내가 2번이
 추행범이라고 말을 하더라도 누가 믿어주겠어? 그래서 차라리... 도박을 걸어봤어. 그 계획을 막기 위해서는 영수라는
 사람을 잡아야 하는 게 아니라... 그와 협력한 사람을 헷갈리게 하자... 참여자들에게 확신을 주지 말자... 그리고 수영이
 너를 구하고 4번을 탈락시키자... 하지만, 나 역시 마지막까지 확신하지 못했어. 이 방법이 통할까는 둘째 치고... 솔직히
 수영이 너를 믿어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
 


“........” 

“왜 눈을 찡그렸냐고? 내가 마지막까지 고심을 하고 있을 때.. 내가 제일 마지막에 등장할 때.. 난 사람들의 표정을 확인했어.
 내가 피해자라는 사실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알고 있었을 거야... 그런데 유독 너만... 수영이 너만... 날 걱정해주는
 표정을 지어줬어... 그래서 난 그때 너를 믿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 솔직히 그 전까지는 긴가민가했고... 물론, 지금도
 1%는 믿지 않아... 훗.”
 


솔직했지만, 비교적 심각한 이야기를 서영이 미소를 끝으로 말을 끝냈다. 서영의 말을 듣고 있던 수영은 어느새 눈물을
조금씩 흘리기 시작했다. 감격이었다. 그 고통을 겪으면서도 서영이 자신을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음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 언니...”

“왜 울어? 울 일이 아니야.”

“고... 고마워요.” 

“고마워 할 필요는 없어. 수영이 네가 죽으면... 나도 죽을 운명이었으니까.” 

“그... 그래도...” 


수영의 눈에는 눈물이 계속 쏟아졌다. 그리고 서영은 그런 수영의 눈가에서 눈물을 닦아주고 있었다. 


“제가... 제가 그 은혜... 꼭 갚을게요.” 


수영이 더듬으며 말을 했다. 어떻게 은혜를 갚을지, 구체적인 방법은 없었지만, 서영은 말이라도 너무나 고맙다고 생각했다. 


“은혜는 무슨... 은혜를 갚고 싶으면.... 울음을 그치고... 당당하게... 살아가자. 알았지?” 


서영의 마에 수영이 억지로 미소를 띠며 활기차게 대답했다. 


“네. 언니!”

“하하하. 뭐... 다 알고 있었지.”

“정말? 그런데 왜?” 


통로의 좌측 6번방의 침대에는 영호와 효진이 누워 있었다. 휴식을 취하며 다음 게임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효진이 첫 번째
게임에 대해 질문을 하다 보니, 영호의 진심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1번 부부와 2번 부부는 2라운드에서 만났어... 그래서 영수라는 사람이 그렇게 1번 부부에 집착을 하는 것이겠지.
 집착만해서 될 문제가 아닌데 말이야... 그리고 1번 부부의 여자... 서영이라고 했지? 연기도 멋졌어. 사실 영수의 계획대로
 했다면, 1번과 3번 부부... 탈락 시키는 것도 일이 아니었지.”
 


“계획대로 왜 하지 않았는데?” 


“그냥 싫으니까? 영수라는 사람이 싫어. 사실 서영이라는 여자가 연기를 할 때, 이미 눈치를 챘어. 남들은 속일 수 있었겠지
 날 속일 수는 없어. 머리가 비상한 여자야. 그러니까 영수라는 놈이 그렇게 탈락시키려고 하겠지만... 내가 놀랐던 점은
 투표 직전에 치킨 박이 30분의 시간을 줬잖아?”
 


“응.” 


“마지막 몇 분 전까지 서영이라는 여자는 침묵을 했거든. 고심한 척 한 거야. 추행범이라고 생각하는 두 팀을 머릿속에서
 저울질하는 척... 다른 참여자들에게 보여주기를 한 거지. 사실은 2번이 추행범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말이야.”
 


“아... 그래야 3번 부부를 살릴 수 있으니까?” 


“그렇지. 영수의 선택을 바꿀 수는 없으니, 그와 협력한 나를 헷갈리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어. 사실 반은 성공한 셈이지.
 정말 헷갈렸으니까. 그런데 서영이라는 여자는 실수를 했지.”
 


“무슨 실수?” 


“왜 마지막까지 침묵했을까? 처음에는 정말 고심하는 줄 알았어. 2번이 추행범인지, 4번이 추행범인지... 그런데 그게
 아니야. 대답을 할 수 없기에 침묵을 한 거야.”
 


“대답이라니?” 


“처음부터 두 팀 중에 헷갈린다고 말했다면, 나 같은 사람이 가만히 있었을까? 근거를 대라고 했을 것 아니야. 그리고 많은
 질문을 했을 거야. 1시간동안 추행을 당하면서 느꼈던 것들... 그것들을 바탕으로 추행범을 추측하려 할 테니까.”
 


“아하...” 


“그건 대답하기가 쉽지 않지. 그래서 아예 시간을 다 써버린 거야. 애초에 질문을 할 수 없도록... 겨우 내가 질문을 딱 하나
 했을 뿐이잖아.”
 


비교적 지금까지 가만히 있었지만, 영호는 3라운드 참여자 그 누구보다 관찰력과 추측 능력이 뛰어났다. 


“자기는 어떻게 그런 걸 다 알아. 난 모르겠던데...” 

“가만히 지켜보면 돼. 서영이라는 여자가 왜 그랬을까? 영수라는 남자가 왜 그랬을까? 그 이유를 생각하다보면 답은 보이지.
 만약에 서영이라는 여자가 대답까지 철저하게 준비했다면, 나 역시 속았을 거야. 그러나 그렇기에는 시간이 부족했지.”
 


“그런데 왜 4번에게 투표했어. 그냥 영수라는 남자 말대로 3번과 1번을 차례대로 탈락시키면 되잖아.” 


효진은 그 부분이 이상했다. 남편은 모든 것을 알고 있었지만, 속아주었다. 그리고 완벽한 영수의 계획을 망가뜨렸다. 


“사실 후회가 되긴 해. 왜냐하면, 두 번째 게임은 아무리 생각하더라도 운빨 이거든.” 

“운빨?” 

“응. 사실상 2대2 게임이 되어버리니까. 피해자 팀이 나오는 연합은 반드시 탈락하게 될 거야. 피해자는 투표를 못하니까.” 

“맞아. 맞아.” 

“그런데 추행범을 뽑는 건 단순 운이거든. 계획 자체를 세울 수 없으니, 운에 맡겨야 되는데, 그런 것을 생각하면 우리도
 탈락 위험이 생겨버렸지. 그 점은 좀 후회가 되네... 하하.”
 


“그게 웃을 일이야? 심각한 거 아니야?” 


효진은 영호가 왜 웃는지 알 수 없었다. 탈락 위험이 있다면서 왜 웃는 것일까? 


“솔직히 심각하지. 그런데 재밌기도 하잖아. 사실 난 참 많이 안타까워.” 

“영수라는 남자의 계획을 망가뜨린 걸?” 

“아니. 애초에 영수가 아니라 서영이라는 여자와 한 팀이 되었다면 더 좋았을 뻔 했는데... 사실 첫 번째 게임에서 추행범인
 영수에게 표를 던지고 싶었거든. 추행범인 걸 알고도 표를 던질 수가 없었어. 다른 부부들이 영수를 선택하지 않을 테니까.
 실제로 그랬잖아? 만약 서영과 한 팀이었다면 첫 번째 게임에서 추행범인 영수를 잡고 4라운드에 진출하는 건데... 그러면
 상금도 칩이 5개나 되는데... 하지만... 그럴 수 없었지.
 


“... 그래서 방법이 있어?” 

“아직은 없지. 운에 맡겨야 하니까... 그러나 기회는 있을 거야. 나 승부사잖아?” 

“믿어도 되지?” 


효진의 걱정스런 질문에 마냥 웃음을 보이는 영호였다. 


‘영수의 계획을 따르지 않았던 것... 후회는 되지만... 그때는 그러고 싶지 않았어.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영수의 계획...
 그리고 서영의 반격... 지켜보는 게 참 재밌었거든... 그래서 한 번 속아준 거야... 그리고 무엇보다... 영수... 참 마음에 안
 들어... 그냥 싫어... 언젠가 내 뒤통수를 칠 것 같으니까...’
 


효진 옆에서 영호는 홀로 생각을 했다. 지금으로서는 마땅한 방법이 없었지만, 기회가 닿으면 영수 부부를 탈락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똑똑... 갑자기 노크소리가 들렸다. 영호와 효진은 대화를 멈추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영호가 방문을 향해 말을 했다.


“누구세요?” 

“접니다. 김영수.” 


방문으로 걸어간 영호가 문손잡이를 잡고 돌렸다. 그리고 방문을 열어서 영수를 맞이했다. 


“대화 좀 합시다.” 


서로의 속마음을 보여줄 수 없었지만, 어찌됐든 지금까지는 두 사람이 연합을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영수의 제안을 영호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럽시다. 들어오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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