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안경 - 1편 > 야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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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

검은 안경 -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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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19가이드
댓글 0건 조회 45,084회 작성일 22-06-11 18:12

본문

" 똑 똑..또르르르르르................."


맑고 청하한 목탁소리가 경내에 맑게 울려퍼진다. 맑은 산공기가 너무나도 싱그럽고 맑다. 나는 두눈을 감고 크게 숨을 들이
마셨다. 가슴속 가득한 시원한공기가 너무나도 맑고 
좋았다. 내 코에 은은하게 울려퍼지는 향 내음도 나는 너무나 좋다. 나는
고개를 들어 
경내를 바라보았다. 많은 아낙네들이 부처님앞에서 기원을 드린다. 몇몇 여인네들은 하얀 한복을 입고 있다.
그중에 한분은 우리 엄마다. 우리 엄마는 일년에 
두어번이상 이 절에와서 불공을 드린다.

불공을 드리고 나오는 엄마의 얼굴이 어쩐지 않좋아 보인다. 지금은 외국에 계신 아빠가 일년에 한번있는 휴가를 맞아 집에
있어야할 시간인데 갑자기 긴급한 일이 생겨 휴가가 취소되는 
바람에  내색은 안했지만, 엄마 역시도 아빠를 은근히 많이
기다렸던 모양이였다. 
그때의 일이 갑자기 생각이 난다. 이른 아침이였다. 7시쯤 되었을 때였다.
 

" 따르르릉........따르르릉....." 

" 여보세요........아......아버지...안녕하셨어요........네???....네 저야 뭐........아 알았어요.....네.......엄마 바꿔드릴께요....
  엄마 전화받으세요....."

" 네...저예요....네...네?...네...!...아.. 알았어요...제걱정은 마시고...건강 잘챙기세요...네.... 태아는....알았어요....."" 엄마.. 태아 어제 안들어왔나요........에구..참.. 이게 뭐가 될라고....." 

"..................................................." 

" 엄마.....아빠 내일 p시에 도착하신데요............" 

" 내일 못 오신덴다........" 

" 네...???????............."
 

순간 나는 왜 못오시냐고 화를 낼려다 입을 다물었다. 엄마의 굳은 얼굴이 보였기 때문이다. 엄마는 얼굴에 거의 표정변화가
없으시다. 웃는 모습도 살포시 미소만 지을뿐이였고 슬플때에도 
약간의 그늘진 모습만 보일뿐이였다. 태아가 그렇게 속을
썩일때에도 많이 어려워하셨지만 
그런 엄마가 저 정도의 굳은 모습이라면 나는 왠지 모르게 아빠가 미웠다.
 

엄마는 마음이 많이 상하셨는지 힘들때면 찾는 절에오신것이다. 엄마는 나를 바라보셨고 나는 말없이 엄마를 따라왔다. 사실
휴일이긴 하지만 나는 공부할것도 많은데 
하지만 엄마는 왠만하면 다른 사람에게 부탁도 않으시고 감정표현도 거의 없으신
분이다. 
그런 엄마가 힘들어했고 나에게 무언으로 같이 가자고했을때에는 거부하기가 힘들었다.
 

" 다하셨어요................." 

" 으응................................." 

" 큰 스님은 안뵙고 가시나요....????......." 

" 잠시 다른곳에 나가셨데.............................." 

" 네......................"
 

엄마는 다소곳히 한복을 한번 추리시더니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그 뒤를 천천히 따라갔다. 절 앞에서 다시한번 더
합창하는 엄마의 모습이 왠지 서글퍼 보였다. 엄마는 천천히 
내려오시다가 이르게 붉게 물든 단풍잎을 바라다보신다. 아직은
이렇게 단풍이들때가 
아닌데 이상하게 빨리 아주 붉게 물든 단풍잎 하나를 엄마는 한참이나 멍하니 바라다보신다.
 

나는 너무나도 생소한 엄마의 모습인지라 한참이나 엄마와같이 그 단풍잎을 바라보았다. 소슬한 바람이 불어온다. 우습게도
그 바람에 단풍잎이 떨어진다. 엄마는 떨어져 날려가는 
단풍잎을 한참이나 바라보신다. 그러다가 그 붉은 단풍잎이 어느
행인의 발에 발혀버렸다. 
붉게 물들어 아름답기조차한 그 모습이 순간적으로 초라한 낙엽으로 변해버렸다. 순간적으로
엄마는 그 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아주 긴한숨을 내쉬더니 다시 천천히 힘없는 발걸음을 옮긴다. 오늘따라 엄마가 아주
많이 이상하다. 나도 기분이 많이 이상했다.

" 단풍이 예뻤는데............." 

" 너무 일렀어............" 

" 네...?????????????????????............." 

" 너무 일르게 단풍이 들어 버렸어..................." 

" 그.. 그래도 이쁘기만 한걸요........................또 제철에 들었다한들...뭐.....다 그렇지요...." 

".........................................................." 

" 왜요.........???........" 

" 뭐가...???......." 

" 왜... 저보고 웃으셨어요......???........." 

" 태진이가 많이 큰거 같아서......................" 

" 제가요.......????............." 

" 응...!.." 

" 어떤 면으로요.........????............" 

" 엄마는 그 낙엽을 보고...너무 빨리 폈구나...그리고...떨어질땐....혼자서 얼마나 힘들까??....넓은 주위에 혼자뿐이니....
 발혀버렸을땐............"

" 발혀버렸을때에는요...........???........" 

" 너무 빨리.........너무 외롭게.......잊혀지는구나........." 

".................!!!!!!!!!!!!!!!!!!!!!!!!!!!!!!!!..........................................." 

"......................................................................" 


엄마가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건지 나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히 알수있는것은 엄마는 지금 매우 슬프고 어딘지모르게
외로워하는것 같았다. 어쩌면 저 낙엽이 엄마같다고 
생각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나는 입을 다물었고 엄마 역시도 말씀을
안 하셨다. 엄마는 별로 말수가 
없는 분이다. 나 역시도 왠지 모르게 기분이 우울해져 더 이상은 말하기가 싫어졌다. 그렇게
그렇게 며칠이 지나갔다.


나 역시도 학교에 다니느라고 바뻤고 엄마는 태아 문제로 학교를 찿아다니느라 힘들어했다. 그러던 어느날이였다. 그날도
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집에 들어왔는데 뭔가 모르게 집안이 
어수선했다. 항상보이던 엄마가 보이질 않아서 나는 너무
이상했다. 갑자기 전화벨이 
울린다.
 

" 딸르르르릉.......따르르르릉............" 

" 여보세요...???...................." 

" 태진아......엄마야.......!..........." 

" 네 !.........엄마...!............." 

" 지금 할아버지하고...할머니가 교통사고를 당해서....병원에 계시데....그래서 병원가는중이야..." 

" 어.....얼마나 다치셨데요..???........." 

" 좀.. 심하다는데.......가봐야 알것 같아......밥은 미안하지만 좀 시켜서.......먹어라....!...." 

" 네 !.. 엄마......걱정하지 마시고.....조심히 다녀오세요..........." 


전화를 끊고 나는 짜장면을 시켜먹었다. 짜장면을 먹는데 갑자기 또 전화가 울려서 받아보니 태아였다.
 

" 너!.. 어디야...!....... 엄마만났었니........." 

" 나.. 잘있어.............오빠...!... 지금 좀 나올수있어...???......." 

" 지금 ?.. 왜?.. 뭔일인데........." 

" 응 !........내 친구가 오빠좀 사귀고 싶데는데...???......." 

" 뭐 ???.......뭔.. 이야기야.........태아야.......할머니하고 할아버지 교통사고 나셨데...!..." 

" 그래..????..........." 

" 엄마가 가셨는데.......많이 다치셨나봐......???..............." 

"............................................" 

" 얼른 들어와.......엄마 힘든데......자꾸 걱정끼쳐드리지 말고......알았지????..." 

" 알았어......그런데 오빠 진짜 소개팅안할래...???.....진짜 이뻐..???...." 

" 참...실없는 소리말고......얼른 들어와...!......." 

" 알았어.......그럼 끊어..........." 

" 야...??? 태아야.......어 !.......태아야......태아야...."
 

태아는 자기말만하고 전화를 끊는다. 태아는 도대체가 겁도 없다. 여자애가 매일 가출을 하다시피하고 그나저나 별탈없어야
하는데 
사실 태아는 공부도 잘했고 참.. 모범생이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아니다 중학교 들어가면서 친구들을 잘못사귀는
것인지..???...이상하게 변해버렸다. 
엄마가 무척 고생하셨다. 아빠도 일년에 한번 들어오시면 좀 편하셔야되는데 걱정이다.

며칠후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교통사고는 좀 큰사고였다. 불행히도 할머니는 사고난지 며칠후 돌아가셨고 할아버지는 연세
때문인지 큰 상처가 없음에도 
긴기간 요양이 필요하였다. 할머니의 장례식 때문에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빠가 아주 긴급하게
입국하셨다. 일주일간의 휴가를 받았단다. 나는 기뻤다. 왜냐고..???..아버지가 오시자 어머니의 그늘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기뻤다. 태아는 태아답게 할머니의 발인날만 잠깐 상복을 입고있었고 발인 다음날서부터 또 어디론가 가출을
했다. 참 신기하기도했다. 
태아는 그러면서도 학교는 꼬박꼬박 출석을 하는모양이였다. 신기하게도 태아는 학교에서는
범생이였다. 그래서 그런지 엄마는 항상 애타게 태아를 찾으면서도 그렇게 큰 걱정을 하지는 않는것 같았다.

어쨌든 그 교통사고 덕분에 우리 엄마만 불쌍하게 되었다. 할아버지는 크게 다치지는 않았는데 목을 좀 다쳐서 몸을쓰기가
좀 어려워졌고 
정신적 충격때문인지 멍해지신것 같다. 그래서, 아빠와 집안 어른들이 상의했는데 할아버지를 우리집으로
모시기로했다. 할아버지를 우리집으로 모신날 아빠는 
태아를 찾으러 나섰고 태아는 아빠한테 붙들려 집으로 들어왔다.
 

" 태아야...!.........야! 왔구나........." 

" 내가 못올곳을 왔나???.........오빠는 왜그래...???........." 

" 아니.. 좀............!................." 

" 여보...!....... 나 태아랑 이야기좀 할테니........내방으로.....차좀......." 

" 알았어요.............."
 

아빠와 태아를 바라보는 엄마의 눈이 웬지 우울해보였다. 다른집들은 보통 엄마랑 딸이랑 친하다는데 우리집은 그렇지 않다.
하지만 그것도 아니였다. 태아는 아빠말도 잘 안들었다. 
아빠와 태아는 무슨이야기를 하는지 한참이나 이야기하는것 같았고
엄마는 할아버지를 
살피느라 정신이 없었다. 갑자기 웬지모르게 우리집이 어수선스럽게만 느껴졌다. 아빠는 내일 다시
외국으로 나간다. 들어오자마자 할머니 장례치르고 집안어른들과 
할아버지 문제상의하고 태아잡으러나가고 우리 아빠도
참 불쌍하다. 
나는 숙제를 다마치고 냉장고로가서 물을 꺼내 마셨다. 엄마가 나오신다.
 

" 엄마 ! ............" 

" 응?............" 

" 피곤하시죠?.......힘내세요...!..." 

" 고맙구나.......!............." 

" 이제 샤워하고 나오신거예요...." 

" 응.....!..........." 

" 아빠는 아직도 태아랑 이야기 중인가....?????..........." 

" 응....!..." 

" 아빠는......참 너무해...!........" 

".........??????????????????........................." 

" 아빠는.....엄마를 너무 무심하게 대하는것 같아...........!........" 

" 바뻐서 그러시는거지....!..." 

" 그래도 요....엄마하고 이야기 하는걸 못봤어요...." 

"..............................................................." 


갑자기 방문이 열리면서 아빠가 나오신다. 열린문으로 살짝보니 태아는 멍하니 의자에 앉아있다. 아빠한테 호되게 혼이
난 모양이다. 고소하다.
 

" 속옷 준비할까요......!........." 

" 응?.........으응......................." 


엄마는 아빠의 속옷을 가지고 가시는것같고 아빠는 와이셔츠를 벗으면서 욕실로 들어가신다. 조금후 샤워를 마친 아버지와
엄마 그리고 나 이렇게 거실에서 잠깐 
TV를 보았다. 나는 조금 긴장이되었다. 아버지가 사실 조금 어려웠다. 엄마와 아버지가
아무말없는것도 조금 분위기를 무겁게했다. 갑자기 엄마가 천천히 일어나시더니 방으로 들어가신다. 조금있다 다시 나오신
엄마의 모습이 조금 묘했다.

약간 분홍빛어린 잠옷에 얼굴에 약간의 화장을 했다. 사실 나는 모른척했지만 엄마는 아빠를 계속해서 바라보고있었다.
무뚝뚝한 우리 아빠는 무심한 얼굴로 계속 TV만 보고있었다. 내일 아침에 
외국에 나가시면 다시 1년정도 못볼텐데 아빠는
너무 매정하다.
 

" 아.....안주무세요..................???.........." 

" 아니.........자야지..................!............" 

"..............?????????????????.............................." 

"..................................................!!!!!!!!!......................" 


조금후 아빠가 엄마를 바라보자 엄마는 말없이 일어나서 방으로 들어가셨고 아빠는 나보고 그만 들어가서 자라고하신 후
천천히 방으로 향하셨다. 
나도 천천히 내 방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조금후 갑자기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나는 빨리 일어나서
문을 열었다.


" 누구세요.................누구세요..???........" 

" 나다... 태진아.......문 열어라.......!.............." 

" 누구..??...........어.. 큰아버지 오셨어요............." 

" 그래...!......" 


큰아버지였다. 뒤에는 큰엄마도 보였다.
 

" 엄마 ??.....아빠???... 큰아버지 오셨어요........" 

" 서방님 오셨어요.............." 


잠옷에 겉옷을 걸친 엄마가 나오셨다. 아빠도 곧이어 나오셨다.
 

" 형님.......어서 오세요............" 

" 그래.......내가 너무 늦게 온건 아닌지 미안하구먼........" 

" 형님도 참......우리가 뭐 남남인가요.........?????????..........."
 

아빠는 엄마보고 술 상을 봐오라 했고 엄마는 조용히 술상을 봤다. 큰 엄마는 연신미안하다고 했지만 그게 뭐 말로 해결 될
일인가???....... 
나는 기분이 별로 안 좋았다. 며칠 전에 보기는 했지만 나는 큰 아버지에게 큰 인사를 드렸다. 엄마와 아빠
그리고 큰아버지와 큰엄마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셨다. 그리고 본의 아니게 나도 그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큰아버지와
큰엄마가 온 이유는 간단했다.

" 동생 미안하지만 부탁이 좀 있어서........." 

" 말씀 하셔요.....형님...........형님과 저 사이에 무슨..........." 

" 에헴......저 사실은...... 태민이 있잖아............" 

" 태민이여...???.......아.. 형님.....큰아들..." 

" 허허허허... 하나 뿐인데 무슨 큰아들.........???......." 

" 그런데요.....???.....태민이한테 무슨 일 있나요...????......." 

" 그 놈이 올해 중2일쎄........." 

" 네...!.......아마도 나이가 그 정도 되지요........" 

" 동생이 알다시피......그 놈이 공부를 좀 잘하나??......내가 그놈 때문에 살지..." 

" 허허허허.......저도 잘 알고있습니다, 형님...!..." 

" 그래서.....그놈을 서울로 와서 가르치고 싶은데.....!!......." 

" 아... 네 !... 그러셔야지요......말은 제주도로 보내라 했고......남자는 한양으로 보내라고......." 

" 허허허허.....그런데 우리가 연고가 있어야지......내 말은........자네 집에 좀 있으면 어떨까해서.............."

" 저희집이요...???............" 

" 호호호호......서방님.....저희가 다른집이나...하숙집에 맡기기에는 좀 그래서요..." 

" 아네...!!.......뭐.. 그렇게 하시죠.. 형님 !......."
 

나는 처음에는 기분이 좋았었다. 왜냐하면 태민이는 나도 안다. 조용하고 공부도 잘했고 몇 번 보았는데 어쩐지 호감이 가는
아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엄마가 할아버지 병간호도 하는데 태민이까지 이건 뭔가가 내 생각엔 이건
엄마하고 상의해야 될 일인 것 같은데 아빤 참..너무 독불장군이다.
 

어쨌든 아빠와 큰아버지는 그날 밤늦게 까지 술을 마셨고 그 다음날 아빠는 떠났다. 엄마는 그렇게 떠나는 아빠를 조용히
보내셨다. 그 깊은 두 눈이 내 눈에는 
너무너무 처량해보이고 고독해보였다. 태민이는 바로 그날 저녁에 우리집에 도착했다.
엄마는 말없이 웃는 얼굴로 태민이를 맞아주셨고 태민이는 어쩌다 보니 아빠의 서재에 머물게 되었다. 사정상 엄마와
할아버지 그리고 태민이는 1층에 살게 되었고 내 방과 태아방은 
2층에 있게 되었다.

태아 방을 태민이한테 주기에는 좀 그랬다. 태아가 싫어할 것은 당연한 것이었고 어찌어찌하다보니 태민이가 아빠의 서재를
쓰게 되었다. 
태민이와 나는 상당히 친하게 지냈다. 태민이는 전형적인 범생이였다. 그리고 갸날퍼 여리게 생겨서 나의
보호본능을 자극했는지 이상하게도 나는 태민이가 
좋았다. 그렇지만 태민이는 전형적인 공부벌레라서 거의 공부만 했기
때문에 
우리는 친하게 지내면서도 생각해보면 이상하게 거의 어울리는 일이 없었던 것 같다. 아침밥 먹을 때에나 거의
얼굴보면서 서로 웃고 이야기할까 그 외에는 거의 
만나지를 않았던 것 같다.
 

엄마는 할아버지 돌보고 가게를 나가랴???..... 참 힘들고 바쁘게 지내셨다. 나는 처음엔 엄마가 안쓰러웠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내가 엄마를 특별하게 도울 수도 
없었는지라 그냥 그렇게 지내다 보니 서너 달이 지나갔다. 그런데 어느날이었다.
더운 여름 어느날 이였는데 
그날 나는 일찍 학교를 마치고 집에 왔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고 나는 잠시 내 방에 누워있다가
잠이 들었다.

깨어났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려 방문을 열고 1층을 내려다보니 엄마가 청소를 하고있었다. 우연히 내려다 보니 무슨일인지
태민이가 TV를 보고있었는데 
엄마는 부엌에서 테이블을 행주로 딱고있었고, 그런데 태민이가 엄마의 뒷 모습을 보고있었다.
좀 이상했다. 태민이가 보고있는 방향은 TV가 있는 방향이 아니였다. 
분명히 TV는 큰소리를 내고있었고 태민이의 얼굴은
엄마를 향해있었다.
 

나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엄마는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식사준비를 하고있었고 좀 이상했지만 내가 내 방으로 다시
들어가려는데 태민이가 천천히 일어났다. 
여전히 시선은 엄마한테 고정한 채 그때까지도 나는 별 생각이 없었다. 어느새
태민이는 식탁의자에 앉았다.
 

" 저.. 큰엄마...!........." 

" 으응!......태민아 ! 왜????........." 

" 저.. 물 좀 주시겠어요.......???........" 

" 알았어... 잠깐만.............." 


엄마는 태민이한테 물을 한잔 주고나서 돌아서 씽크대로 가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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